드리마일 아일랜드와 체르노빌 사고로 전세계 발전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게됐다.
작년 말까지 전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26개국 3백74기에 이르며 총발전설비량은 2억5천만 KW에 육박한다. 전세계 전력의 15%를 원전이 생산하는 셈이다. 가동중인 원전에 건설중인 것과 계획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총계 6백57기이다.
국가별로 핵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프랑스가 65%로 최고이고 벨기에, 대만이 50% 이상을 그리고 스웨덴, 스위스, 불가리아, 일본도 30~40%의 높은 비율을 보인다. 그러나 원자로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은 17%, 그 다음으로 많은 소련이 11%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원자로 형태별로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1, 2, 5호기(고리)와 같은 가압경수로(PWR)가 약 60%, 원자력3호기(월성)와 같은 중수로(PHWR)가 약 5%, 비등수로(BWR)가 약 20%, 그리고 기체로(LWGR)가 약 6%이다.
60년대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하던 세계원자력산업계는 70년대에 들어와 경기후퇴와 비용상승 대중의 반대 등으로 침체상태에 빠졌다. 단적인 예로 지난 78년 전세계적으로 신규수주가 이뤄진 것은 한국의 원자력 5, 6호기 뿐이었다.
79년의 드리마일 아일랜드 사고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계획취소와 건설 중지가 잇달았다. 미국에서는 작년을 빼고 74년부터 11년간 매년 원전의 계획취소가 있었다. 이런 바람은 유럽으로 번져 스웨덴은 모든 원전을 다음세기 초까지 모두 폐기하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는 78년 가동중이던 단하나의 원전을 가동중지시켰다. 덴마크의회는 원전건설계획을 취소했고 새로 들어선 필리핀의 아키노정부도 원전가동의 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원자력 산업계는 야심적인 원전계획을 추구하는 브라질, 이집트, 터어키, 한국, 대만, 중공 등에 눈을 돌렸지만 이들나라는 현금지불능력이 거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세계 원자력 산업계가 안고있는 문제는 대개 과잉설비, 미해결된 기술적 문제, 늘어나는 비용, 낮은 수요, 활기띠는 대중의 반대와 우려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원전산업체인 웨스팅하우스, 제네랄일렉트릭, 프라마톰, 크래프트베르크 등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은 이제 생물공학 의료설비 등 새로운 사업참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29기의 원전이 새로 운전을 시작하는 등 모처럼의 호황을 보였던 원자력 산업계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어떻게 변화될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