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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불평없이 일하는 작은 거인

고대문명과 함께 싹튼 미생물 이용의 역사. 그러나 그 존재가 밝혀진 것은 불과 3백년 전이다. 유전공학의 대두와 함께 산업 미생물은 만능일꾼으로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인간이 미생물을 식료품 가공에 이용한 역사는 신석기 시대로 생각되고 있다. 양조식품에는 곰팡이 효모 등을 이용했고 오늘날에는 식품원료 의약품 화학제품에 효모·곰팡이·세균 등 여러 종류의 미생물을 순수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배양하여 이용한다. 또 미생물 균주를 인공적으로 개량하여 항생물질과 같은 의약품류, 주정이나 각종 아미노산과 같은 화학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유전공학이란 첨단기술로서 미생물이 지닌 고유의 능력 외에도 고등 동식물이 갖는 수 많은 물질 생산능력을 미생물에게 부여함으로써 인류복지를 위한 고귀한 물질들을 미생물에게 생산시키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대 문명과 함께 시작된 미생물 이용

기원전 6천년의 옛날에 '수메르'인과 '바빌로니아'인들은 맥주를 만들어 마셨고 기원전 5천년에 이미 알코올로부터 식초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집트도 비슷한 시기에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왕조 성립시대(B.C. 3천 5백년)의 기록에는 맥주에 관한 글이 자주 나오며 보리로 만든 술은 헤가(Hega) 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쌀로 빚은 술(큐)을 B.C.2천 3백년에 만들었다는 기록에서 보듯이 약 4천년 전에는 양조식품이 일상생활에 보편화되었다고 하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에서는 쌀과 같은 전분질 곡물을 양조에 썼기 때문에 곰팡이(누룩)를 이용하는 기술이 주로 발달하였다.

바빌로니아인이나 이집트인들은 맥아로 전분질을 당화(糖化)하고 양조에는 과일이나 자연히 자라난 효모에 의존하여 양조식품을 만든 점이 고대 동양인이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식과 다른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중앙아시아의 고대인들이나 발칸반도의 옛사람들은 낙타나 말에서 짠 젖을 발효시킨 오늘날의 요구르트와 비슷한 음료를 즐겨 마셨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간장을 양조한 역사가 오래되며 누룩을 쓰는 술양조기술도 일찍부터 발달했다. 11세기에는 허담이란 우리조상이 일본 응신천왕 시대에 일본 왕실에 술만드는 법을 가르쳐 오늘날 일본의 양조술인 '사케'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생물이 인류에게 8천년이란 세월 동안 양조식품을 제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 밝혀진 것은 17세기에 들어와서이다. 물론 곰팡이가 누룩이나 메주에서와 같이 군집하여 자라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으나 효모나 세균은 눈에 안보인다.

이것들은 현미경을 취미삼아 제작하던 네덜란드의 상인 '레벤훅'에 의해 처음 관찰되었다. 그 당시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미세한 생물이 자연에서 우연히 발생한다는 소위 자연발생설을 오랜 세월에 걸쳐 믿어 왔었다.

'파스퇴르'의 공적

그런데 프랑스의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당시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고 미생물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한 미생물로부터 생긴다는 '미생물의 생명기원설'을 확립했다. 이어 그는 '여러 종류의 발효산물은 각각 특유의 미생물에 의해 매개되어 만들어진다'는 현대에도 통용되는 발효의 개념을 구축했다.

물론 '파스퇴르'가 이 개념을 확립하는 데는 1857년 부터 약 20년이 걸렸고 그 전에는 프랑스의 '데라툴', 독일의 '슈반'과 '퀴칭' 등이 발효산물(당시는 에타놀)이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생명체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보고를 했었다. 당시 이름난 화학자들이 발효는 엄밀한 화학적 반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던 시대에 파스퇴르는 포도주나 맥주는 효모에 의해, 또 포도주를 시게 만드는 젖산은 젖산균에 의해, 그리고 낙산은 공기를 싫어하는 낙산균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지금으로부터 약 1백년 전에 밝힌 것이다.

포도주 제조시 알코올이 효모에 의해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어 1878년에는 덴마크의 '한센'이 맥주 효모의 순수배양에 성공했다. 독일에서의 의학세균학의 선구자인 '코호'가 1881년에 고형 배지(培地)에서 세균의 순수 분리 배양법을 고안해 내면서부터 포도주, 빵효모, 알코올 공업용 효모, 식초양조, 술, 요구르트용 젖산균 등의 미생물이 하나하나 순수 분리되어 그들의 생리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전기 이룬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 단계에 와서야 비로소 미생물을 이용하는 산업분야인 응용 미생물 공업이 활발히 전개된다. 첫단계 사업은 천연으로 부터 특정 대사산물(代謝産物)을 대량으로 생성하는 미생물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 결과 젖산균에 의한 젖산의 제조와 이어 Aspergillus niger란 곰팡이에 의한 구연산 제조와 글루콘산 제조가 공업화 되기 시작하였다.

독일에서는 생화학자인 '노이베르크'가 알코올 발효 중 글리세린이 소량 생성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여기에 발효조건을 조절하면 알코올 대신에 글리세린이 대량 생성됨을 발견하고 이를 한 달에 1천 t씩 글리세린을 생산하는 발효공업으로 발전시켰다.

영국에서는 아세톤이 폭탄제조에 필요했던 제 1차대전 때 러시아 태생의 '바이즈만'이 토양으로부터 Clostridium acetobutylicum이란 아세톤과 부타놀 생산균을 분리하여 공업적 발효 생산법을 개발하여 수요에 응하게 했다. 독일의 글리세린 제조는 제 1차대전이 끝남에 따라 그 중요성을 잃게 되었고 아세톤·부타놀 발효는 석유화학 제품으로 대치될 때까지 여러해 동안 주요한 공급방법이 되었다.

양조공업이나 유기산 발효 이외의 분야에도 미생물 이용법이 차츰 확대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미생물은 유기합성 화학공정이나 제약공업 분야에 이용되게 되었다.

미생물 산업의 전개

1928년 '플레밍'은 Staphylococcus속 균(포도상구균)을 배양접시에서 배양하고 있을 때 푸른 곰팡이에 의해 오염되어 점점 포도상 구균의 증식이 저해당하고 결국 포도상 구균이 살균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다른 여러 종류의 세균들도 증식이 저해됨을 확인하여 이 활성 항생물질을 페니실린이라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이 항균성 활성물질은 1930년대에 화학적 성질이 규명되고 41년에는 당시 제2차 대전 중 미국 농림부와 의약품 회사의 원조 하에 공업적 생산개발에 들어감으로써 첫 항생물질로서 미생물 생산 항생물질 시대가 개막되게 되었다.

페니실린은 제2차 대전 중 수많은 부상자의 치료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페니실린의 출현은 미생물의 항생물질 생성에 큰 기대를 갖게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미국 '라트거스'대학 미생물학자인 '왁스만'에 의해 방선균(放線菌)이란 종류의 미생물들이 수많은 종류의 새로운 항생물질을 생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하여 페니실린으로는 효력을 보지못한 결핵균에 효력을 발휘하는 당시 '기적의 약'이라 불리던 스트렙토마이신이 발견되고 이어 테트라사이클린 등 수 많은 항생물질이 발견되어 산업화되었다. 오늘날까지 독성이 강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항생물질까지 합해 모두 약6천 종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중 90종 이상이 산업화되고 있다.


박테리아의 현미경사진. 효모·곰팡이와 함께 널리 쓰이는 미생물이다.
 

왕성한 물질생산력

미생물은 산업적으로 볼 때 효모 곰팡이 일반세균 그리고 항생물질을 주로 생성하는 방선균(세균의 일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미생물은 각각 그 종류도 대단히 많을 뿐더러 각 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의 종류도 많고 또 이들 미생물이 지닌 화학물질의 전환능력도 대단히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그 다양한 능력을 인류복지에 유용히 쓰기 위해 계속 노력을 경주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을 산업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기본적 특징으로서 미생물 세포는 대단히 작아서 세포내로 영양분을 흡수하여 수송하고 대시시키는 속도가 빠르다. 세포가 작다는 말은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크다는 것으로서 물질 흡수와 물질 분비 그리고 반응면적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가 된다.

예컨대 콩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속도가 소가 고기 단백질을 합성하는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른데, 효모가 단백질을 합성하는 속도는 콩의 경우 보다 수십배 빠르다.이와같이 미생물의 생합성 속도는 대단히 빠르며 어떤 세균은 15분 정도면 유전물질 세포막 세포벽 등을 모두 합성하여 새로운 세포를 복제해 낼 수가 있다.

또 미생물은 대사반응의 범위가 넓어서 그 영양원이 특정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서 여러가지 원료물질을 자기 것으로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포도당을 탄소원으로 하는 미생물이 때로는 전분이나 섬유질 혹은 다른 종류의 당분을 이용해서 자라는 것과 같은 적응력을 유전자 내에 가지고 있는 미생물이 흔히 있다.

따라서 산업적으로는 못쓰는 당밀이나 옥수수 침출액과 같은 폐기물도 미생물에게는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염가의 원료로부터 페니실린과 같은 귀중한 항생물질, 글루탐산과 같은 아미노산, 그리고 핵산물질·단백질과 같은 식량자원도 비교적 좁은 공간(탱크 속)에서 빨리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무한한 단백질원

이제 미생물이 산업적으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미생물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생물 균체는 단백질원으로서 대단히 이용 가치가 높다. 균체의 성분은 단백질이 5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밖에 비타민 지방질 등 영양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동물사료로서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2차 대전 중에는 효모를 배양하여 비스켓이나 식빵에 혼합하여 군용식량으로 공급한 역사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메타놀을 월료로한 균체단백질, 석유화합물인 탄화수소를 원료로 한 균체단백질을 가축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미생물 균체를 이용하는 또 다른 용도로서는 균체가 지닌 효소를 이용하여 화학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쓰는 것이다.
예컨대 초산균은 에타놀을 초산(식초)으로 전화시켜 오랜 옛날부터 인간에게 제공해 왔고 오늘날에는 각종 미생물이 당분으로부터 유기산으로, 비타민C 제조공정에, 스테로이드의 활성호르몬에로의 전환, 반합성 페니실린 등 수 많은 생물학적 전환을 가능하게 해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분자 물질 합성

다음에는 미생물이 합성하는 고분자 물질의 이용을 들 수 있다. 미생물은 효소와 같은 고분자 물질을 생산해 내는 성질이 있다. 효소는 분자가 그 크기 때문에 화학적 합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원래 동물이나 식물에 의존했으나 미생물에 의해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면을 보면 양조·주정발효·빵제조·직물제조 과정의 호발제, 소화제 등으로 쓰이는 아밀라제와 양조·육류의 연화제·계면활성제나 피혁제조·소화제 등으로 쓰이는 프로테아제 그리고 감미료인 과당즙 제조에 쓰이는 이소아밀라제 등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효소 이외에도 산업상 중요한 고분자 물질로서 다당류(多糖類)가 있다. 식품의 안정화제(安定化劑)나 유화제, 의약품이나 농약의 첨가제, 석유채굴에 쓰이는 첨가제 등은 식물이나 해초에 의존해 오던것이 미생물 산물인 다당류로 대체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들 콜로이드상의 물질로서 대표적인 것으로서 키산탄검이나 덱스트린을 들 수 있다.

다음에 미생물의 1차 및 2차 대사산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일차 대사산물이라 하는 것은 미생물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 화합물로서 각종 아미노산과 핵산 관련 물질을 들 수 있다. 아미노산, 핵산조미료, 비타민 그리고 구연산과 같은 유기산이 공업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미생물의 2차 대사산물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2차 대사산물이라 함은 생육에 필요치 않은 화합물을 생성하여 분비하는 것으로서 이들 중에는 인간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많다.

예컨대 항생물질을 위시해서 세균 독소, 알칼로이드, 식물 생장호르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효모의 현미경 사진
 

유전공학이 만든 살아있는 공장

197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유전자 조작 기술이 확립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에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많은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이 기술의 원리는 미생물이나 고등동식물의 특정 유전자, 특히 생리적으로 활성이 있는 단백질계 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잘라내어 적절한 조작을 가하여 미생물, 그 중에서도 대장균과 같은 세균에 삽입시켜서 세균의 빠른 성장력을 이용하여 특정물질을 다량 얻어낸다는 것이다.

유전공학 기술은 응용 미생물학의 비약을 약속하는 혁신적 기술이라 하겠다. 종래에는 미생물이 지닌 물질 생산능력 만을 대상으로 하여 왔다. 물론 이 능력만 해도 그 잠재능력은 아직 개발여 여지가 무한한 것이나 그 위에 고등 동식물의 물질생산능력까지도 미생물로 하여금 갖게 한다면 미생물이야말로 살아있는 공장 즉 세포가 물질 생산의 공장이 되는 셈이다.

유전자 조작기술은 점차 발전하여 세포가 좀 더 복합한 효모와 같은 진핵(眞核) 미생물에서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와같이 효모나 세균이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던 고등 동물의 단백질인 인터페론, 인슐린 혹은 성장 호르몬과 같은 귀중한 물질들이 양산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백신, 호르몬 등 생리활성물질의 생산과 각종 효소의 생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나아가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게 될 식량 증산의 필요에 맞추어 질소 고정능력을 증가시키고 바이오매스를 화학물질이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데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응용 미생물학이 바야흐로 성숙기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 까닭은 인간이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놀라운 미생물이 생화학적 능력을 지닌채 개량되어 나올 것이고 이들을 인류의 복지에 이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어 미생물과 인간의 역사가 점점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198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배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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