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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랜숙제 해결될지도

제3의 미래식량

우리의 식생활에 낯익은 미생물. 이제 그 본질이 밝혀짐에 따라 세계 식량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

누룩을 띄워 술을 빚고, 김장을 담가서 익히고, 젖갈을 담아 삭히는 것은 모두 미생물이나 효소의 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 조상은 그런 현상의 정체를 알기 훨씬 전부터 경험을 통해 그 지혜를 터득해 왔다.

자연에는 어디에나 미생물이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 전통적인 발효 식품이 있다. 그러나 야생의 미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 제품은 각양각색이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고 김치맛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맛있게 만들어진 술의 일부를 다음 술을 빚을 때 밑술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그 정체가 미생물인지는 몰랐다.

19세기에 들어와 균의 작용을 알게 되고 미생물학이 발달하면서 전통 발효 식품도 근대화 하였다. 즉 발효된 식품 중 가장 우수한 균주를 골라 집중 배양한 것을 원료에 첨가하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생물은 식품에서 번식하여 성분을 분해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만들며 증식한다. 이러한 생성물질이나 증식한 균체를 이루는 성분을 그대로 또는 따로 분리 정제하여 이용하며, 그들이 이용가치가 있을 때 발효 식품이라고 하고 그런 작용을 하는 것을 발효 미생물이라 한다. 여기서는 알코올 음료, 장(醬)류, 젖산 발효 식품, 유기산, 균체 성분 등 중요한 발효 식품에 대해 알아본다.

알코올 음료

술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천연의 과실이 땅에 떨어져 상하는 동안 알코올이 생성되어 달착지근 하면서 알코올 냄새가 나는 이 상한 과실을 먹기 시작한 것이 술의 시초라고들 한다.

초기에는 과실을 이용했으나 농경시대에 들어오면서 곡류를 원료로 한 탁주나 약주 청주 등이 개발되고 이들을 증류한 위스키 브랜디 소주 등도 나타나게 되었다.

술의 원료는 당(糖)이나 녹말이 들어있는 것으로 다음의 과정을 거쳐 술이 된다.

미생물이 자라는 데에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공기 등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맞추어 발효시킨 것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마시게 된다. 때로는 특별한 향미 물질을 첨가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맥주이다. 또 술기가 적어 발효된 것을 끓여서 휘발되는 알코올과 향기 성분을 농축한 것이 위스키 브랜디 소주 등 소위 증류주이다. 위스키는 증류한 것을 다시 나무통에 저장하여 나무 향기가 우러나게한다.

곡식이 모자랐던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마나 타피오카 등 다른 전분질 원료로 만든 알코올에 물과 약간의 향미를 첨가하여 조제한 희석식 소주가 많이 이용된다. 양조주에는 여러가지 향기 물질이 들어있지만 순수하게 만든 알코올은 불순물이 없고 맛도 일정하다. 술을 만드는데 쓰이는 효모는 모두 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균이지만 알코올을 만드는데 최근에는 생산성이 큰 세균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술의 원료는 다음의 과정을 거쳐 술이 된다
 

된장과 김치

장(醬)류 또한 대표적 미생물 식품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는는 옛날부터 콩으로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켜 건더기는 된장, 국물은 닳여서 간장을 만들었다.

각종 음식의 조미료로 쓰이는 장류의 맛은 콩에 번식하는 메주 곰팡이의 작용에 좌우된다. 메주 곰팡이는 콩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만들고 일부 지방질도 분해한다. 이들 향미 성분들은 숙성하는 동안 서로 반응하여 또 다른 독특한 향을 생성한다. 여기에 잡균이 번식하면 맛이 좋지 않으므로 지금은 우수균주를 따로 골라 집중배양한 것을 써 균일한 제품을 얻는다. 또 요즘 콩에 전분질 원료를 첨가해 단 맛을 가미한 장류를 만들기도 한다.

식품 중 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만드는 젓산균은 옛날부터 널리 이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김치류나 낙농국들의 발효유 제품들이 그 예이다. 생성된 젖산을 비롯한 각종 유기산은 풍미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잡균 특히 해로운 균의 번식을 억제해 저장을 가능케 한다.

무더운 여름철 우유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지만 요구르트는 며칠씩 상하지 않는다. 또 채소가 나지 않은 겨울철에도 담근 김치는 몇달씩 싱싱함을 유지한다. 발효유 제품의 경우 우수균주를 따로 분리하여 집중배양한 것을 사용하지만, 김치류의 경우는 야생균에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밀워키에 있는 맥주공장의 구리제 양조 솥.맥아를 끓인다.
 

조미료와 단백질의 원천

미생물이 번식하는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영양분 특히 당분을 분해하여 열량을 얻는 중간 과정에서 여러가지 유기산들이 생성된다. 이 유기산이 또한 중요한 산물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널리 이용되는 것으로는 식초 성분인 아세트산, 쳥량음료 등 상쾌한 맛을 주는 시트르산, 조미료로 쓰이는 글루탐산, 영양강화제로 쓰이는 라이신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의 성분을 특히 많이 생성하거나 그렇게 유도된 균에게 탄소와 질소 물질을 적당한 조건과 함께 제공하여 발효를 시키고 원하는 물질 만을 분리·정제하여 얻는다.

미생물들이 생성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물질 외에도 균체나 그 구성성분을 이용하기도 한다. 옛날부터 효모 균체는 좋은 영양원으로, 또 세포핵 구성분인 핵산은 분리하여 핵산 조미료를 만들어 이용했다.

균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균체 단백질 또는 단세포 단백질이라 하여 지금은 사료로 이용하고 있지만 장차 식량부족에 대비한 미래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이용하지 못하는 석유를 먹고 자란 경우는 석유단백질이라 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고, 지구상의 가장 풍부한 자원인 섬유질을 이용하거나, 그 밖에 못쓰는 자원을 이용해 균체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도 발효 미생물은 여러 가지로 쓰인다. 빵반죽을 부풀릴 때 효소를 쓰면 풍미와 조직이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고 치즈를 숙성시킬 때 곰팡이를 익히면 독특한 맛을 낸다. 치즈를 만들 때 쓰이는 값비싼 효소인 렌닌 대신 미생물에서 얻은 효소를 함께 사용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제3의 식량

인류의 식량인 식물이나 동물은 일정한 장소와 많은 시간 그리고 각종 영양물질 기후조건 등이 요구되지만 미생물은 세대교체 기간이짧고 입체적으로 탱크에서 생산되므로 인공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재래적 식량이 부족할 때 제3의 식량으로서 미생물이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달해 우리가 원하는 성분을 값싸고 안전하게 얻을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만큼 미생물에 거는 인류의 기대는 자못 크다.

198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재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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