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공장, 미생물. 알코올 아미노산 효소 유기산 등 그것이 만드는 화학제품에는 끝이 없다.
미생물이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미생물의 능력은 실로 무궁무진한 것이어서 식품, 의약품, 농업, 광업, 환경, 에너지 등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업적으로도 여러가지 유용한 화학제품 이나 생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마치 중세의 연금술사와도 같은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화학제품의 종류는 거의 2백여 가지에 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는 알코올, 아미노산, 효소와 유기산을 들 수 있다. 이들 물질 각각의 특성과 용도, 그리고 제조 방법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석유를 대체할 알코올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코올로서 과거 수천 년 동안 인간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화학적으로는 에타놀(혹은 에틸알코올)이라고 부르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아마도 인간이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게 된 첫 케이스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료용 보다는 주로 석유를 대체 할 수 있는 연료용으로 에타놀을 이용하려는연구가 세계 도처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착실히 결실을 맺어 휘발유에 에타놀을 10~20% 섞은 '개소홀'이라는 물질이 자동차 연료로 시판되고 있으며 1999년대에는 '개소홀'이 휘발유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타놀을 제조할 때 관여하는 미생물은 주로 Saccharomyces라는 효모이지만 Zymomonas나 Clostridium등 몇 종류의 박테리아도 에타놀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이 생생물들을 이용하여 현재에는 옥수수나 고구마또는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카싸바'와 당밀로 부터 에타놀을 생산하고있다.
그러나 원료가 되는 물질들은 식량으로도 이용될 수있으므로 에타놀 생산의 원료로서는 값이 바싸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자연계에서 광합성에 의해 거의 무한정으로 생산되며 식물체의 조직내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섬유소로 부터 에타놀을 생산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에타놀 이외에 공업적으로 중요한 알코올로 부타놀(butanal)이 있는데 공업연료나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된다. 부타놀을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제조하는 방법은 1912년에 개발되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요즈음은 거의 화학적으로 합성하고 있다.
귀중한 화학물질 손쉽게 생산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로서 현재 20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것은 몇가지에 불과하다.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아미노산은 라이신(lysine)과 글루타민산(glutamic acid)인데 이중 라이신은 곡물중에 부족하므로 이를 보충하기 위한 영양 첨가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글루타민산은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미생물에 의해 라인신을 생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사용하는 미생물이 휘드백제어(feed back control)라는 방법으로 자체적으로 아미노산의 생산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라이신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자체 조절기구를 이해하고 돌연변이 등을 통해서 이러한 제어기능을 상실한 균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글루타민산의 생산에 있어서도 미생물을 배양할 때 배지 내에 비타민의 일종인 바이오틴(biotin)이나 항생물질의 일종인 페니실린(penicillin)을 적당히 첨가하여 미생물 체내에서 생산된 글루타민산을 몸 밖으로 분비해 내게 함으로써 수율을 높이고 있다.
효소는 생체물질을 합성하거나 분해할 때 촉매역할을 하는 단백질인데 1890년대 이후 산업적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현재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효소로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 녹말 분해 효소(α-amylase 와 glucoamylase), 그리고 포도당 이성화 효소(glucoseisomerase)가 있다. 이 중 단백질 분해 효소는 주로 박테리아나 곰팡이로 부터 생산되며 세제, 샴푸, 소화제, 연육제 등으로 이용된다.
한편 녹말 분해 효소는 주정공장에서 녹말을 포도당으로, 포도당 이성화 효소는 포도당을 감미도가 좋은 과당으로 전환시키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치이즈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젖산 응고 효소(rennin)와 펙틴 분해 효소(pectinase), 지방 분해 효소(lipase), 기타 의약, 실험용 효소 등이 산업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미생물에 의해 생산될 수 있는 유기산 중에서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산(acetic acid)으로서 식초, 고무, 플라스틱, 의약품, 염료, 살충제, 아미노산의 제조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초산은 미생물 발효에 의해 에타놀을 산화시켜 생산되기도 하지만 현재 이 방법은 식초제조에만 이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메타놀(methanol)을 원료로 하여 화학적으로 합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구미 각국에서 개발중인 고온성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섬유소로 부터 초산을 제조하는 방법이나 수소개스와 이산화탄소(${CO}_{2}$)로 부터 초산을 제조하는 방법이 성공된다면 앞으로 미생물을 이용한 초산의 생산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식품공업에서 첨가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구연산(citric acid)과 젖산(lactic acid)도 미생물 발효법이나 화학 합성법으로 생산되고 있는 중요한 유기산이다.
전망 밝은 미생물 발효법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은 화학 합성법과 미생물 발효법으로 크게 나뉘어 진다. 어떤 방법으로 원하는 화학제품을 생산할 것인가는 원료물질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특히 화학적으로 어떤 물질을 합성할 경우 석유 또는 그 유도체가 원료물질로 많이 이용되므로 역사적으로 볼 때 석유값의 동향에 따라 화학제품의 생산 방법이 달라져 왔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석유값이 비교적 싸서 발효법으로 생산되는 화학제품은 유기산이나 유기용매 몇 가지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70년대의 석유파동 이후 발효법이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 석유값이 다시 떨어지고 있지만 석유매장량이란 바닥이 있는 것이어서 일시적인 현항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지며 결국에는 다시 석유값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법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요즈음 한창 연구되고 있는 유전공학적 테크닉을 이용하여 성능 좋은 미생물들이 속속 개발된다면 생산 원가를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