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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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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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배아에서 노년까지, 유전자 편집의 진화
탄생과 유전은 인류에게 그간 신의 영역이었다. 자식은 부모가 물려준 형질을 벗어날 수 없으며, 유전병을 달고 태어난 이는 평생 질병의 그림자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유전공학을 손에 넣고 보다 정교한 생명의 지도를 그리는 오늘, 유전병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기도와 미신으로 위로하던 시대는 과거가 됐다. 태어난 자의 유전병을 교정하고, 태어날 자의 능력치를 예측하는 일은 현실로 다가왔다. 자연의 질서에 개입한 인류의 미래는 희망일까 아니면 절망일까. 유전자 편집이 바꾸는 현재, 바꾸게 될 미래를 담았다. 유전자 가위의 씨앗은 60년 전 처음 발견됐다. 이후 반세기 넘게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2010년대 크리스퍼(CRISPR)-캐스9 유전자 가위가 등장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배아 단계의 연구부터 노년기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애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해 온 유전자 편집 기술의 진화를 한눈에 정리했다. [1960년대] 제한효소 유전자 가위의 조상 격인 제한효소 발견. 이후 1970년대 초 제한효소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자르는 기능이 밝혀지며, 유전자 가위 연구가 궤도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 1세대 유전자 가위 : ZFN 중심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구조(아연핑거)와 DNA를 자르는 효소(뉴클레이스)가 결합한 인공 단백질, ‘아연핑거 뉴클레이스(ZFN)’ 개념이 정립되며 인공 유전자 가위 개발이 시작됐다. [2000~2005년] 포유류 세포·동물 모델에서 ZFN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연구가 점차 확대됐지만, 설계 난이도 및 비용이 높아 제한적 활용에 그쳤다. [2006~2009년] ZFN을 토대로 한 특정 유전자 파괴 치료 등을 시도했으나, ZFN이 지닌 독성, 표적 추적 실패, 제작비 부담 등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09년] 2세대 유전자 가위 : TALEN 중심 식물 병원균의 단백질을 응용한 ‘탈렌(TALEN)’ 기술이 소개되며, ZFN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독성이 낮은 2세대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다. [2011~2012년] 다양한 동식물 및 세포에서 TALEN을 이용한 연구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표적 DNA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TALEN 단백질을 매번 새로 제작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이어졌다. [2012년] 크리스퍼(CRISPR)-캐스9이 등장하면서 TALEN은 점차 보완적 도구로 밀려났다. 표적 추적 등 특정 상황에만 선택적으로 사용됐다. [2012~2013년] 2012년 이후 크리스퍼-캐스9이 범용 유전자 편집 도구로 재설계됐다. 크리스퍼를 필두로 한 3세대 유전자 가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3년] 3세대 유전자 가위 : CRISPR 중심 인간 및 동물 세포에서 크리스퍼-캐스9를 이용해 유전자 편집에 성공한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며, TALEN·ZFN을 대체하는 주류 기술로 급부상했다. [2014~2015년] 크리스퍼-캐스9 기술이 전 세계 연구실로 급격히 퍼지고, 동물 모델 생성·기능 유전체학· 농업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준 도구가 됐다. [2016년 이후] DNA 이중나선을 완전히 자르지 않고 특정 염기 하나만 바꾸는 염기 편집 기술이 개발되며, 3세대 안에서 ‘정밀형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진화했다. [2020년] 크리스퍼-캐스9은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높은 정확도로 동식물의 DNA를 바꿀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대 중반] 낫적혈구빈혈·β-지중해빈혈 등 유전 혈액질환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됐다. 기술이 치료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유전자 편집, 삶의 어디까지 왔나 생식세포 ▲Mitalipov laboratory 2025년 9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한국 차의과대 공동 연구팀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 세포질에 이식해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불임부부의 임신 가능성을 여는 한편,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적 개입을 둘러싼 논의를 촉발했다. 태아 ▲Shutterstock 2022년 미국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연구팀이 산모의 태아가 ‘제1형 척수성 근위축증’을 갖고 있음을 알아낸 뒤, 태아에게 정상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벡터를 주입하는 약물을 산모에게 복용시켰다. 아기는 태어난 후 지금까지 정상적인 근육을 지녔다. 영유아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2025년 2월, 카르바모일인산합성효소-1(CPS-1) 결핍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던 당시 생후 7개월 된 아기, KJ 멀둔에게 결함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직접 교정하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멀둔은 307일간의 입원 치료를 거쳐 무사히 퇴원한 상태다. 소아 ▲BLU GENES 2024년 1월, 선천적인 오토페린(OTOF) 유전자 변이로 난청 질환을 앓던 모로코 출신의 11세 소년 아이삼 댐이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정상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벡터를 내이에 주입받는 치료를 받았다. 댐은 치료 이후 청각을 일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청소년 ▲Great Ormond Street hospital 2022년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T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앓던 13세 소녀 알리사에게 염기 편집 기술을 사용해 만든 범용 면역세포를 주입했다. 기존 치료에서 진전이 없던 알리사는 유전자 치료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성인 및 노년 ▲University College London 2025년 9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헌팅턴병센터 연구팀이 헌팅턴병 환자의 뇌에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인 및 노년기의 헌팅턴병 진행을 최대 75%까지 늦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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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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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PART1] 알고리즘을 장악한 슬롭, 왜 퍼질까?
▲Nano Banana, 이한철 인공지능(AI)이 만든 저품질의 콘텐츠를 뜻하는 ‘슬롭(slop)’이 웹스터 사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뽑혔다. AI가 대량 생산한 의미 없는 이미지와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범람한 현상을 반영한 선정이다. 원래 슬롭은 음식 찌꺼기와 오물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은 고품질 영상과 글, 이미지, 그리고 논문이 쏟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AI는 ‘찌꺼기’와 ‘오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무해해 보이지만, 슬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의미없는 슬롭은 왜 이렇게 빠르게 퍼졌을까. 밀려 들어오는 슬롭의 파도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Midjourney, 이한철 귤이 입을 쩌억 벌려 귤을 먹는 영상, 전깃줄 위에 염소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영상.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마주치는 이 장면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AI)이 대량 생산한 저품질 콘텐츠, ‘슬롭(slop)’이라는 점이다. AI가 만든 조잡한 콘텐츠와 진짜 같은 가짜 정보가 슬롭의 형태로 밀려오고 있다. 슬롭의 파도는 우리 일상에 얼마나 스며들었을까. 그리고 알고리즘은 왜 이런 콘텐츠를 반복해서 추천할까. 과학동아는 기자들의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직접 분석해, 슬롭이 퍼지는 이유를 추적했다. 에이전틱 AI의 게시물 제작 과정 ▲Shutterstock, Nano Banana, 이한철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작업물을 수행하는 AI다. 일반 데이터와 영상과 이미지 등의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한 뒤 작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결과물을 분석해 학습하는 모델의 기능을 조정하고 목표를 재설정한다. 슬롭(slop)은 아직 학술적 정의가 확립된 용어는 아니다. 원래는 돼지에게 주는 찌꺼기 음식이나 오물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대량 생산한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맥락이나 서사가 없고,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돼 있거나, 의미 없는 자극만 반복하는 콘텐츠 등이다. 이 기사에서는 슬롭을 AI가 대량 자동 생산한 콘텐츠 중, 맥락이나 사실성이 결여돼 있음에도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되는 콘텐츠로 정의한다. ㅡ 알고리즘 속 슬롭, 직접 확인해 보니 ㅡ 슬롭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실태를 체감하기 위해 1월 7일 하루동안 과학동아 기자 5명의 인스타그램 릴스 탭에서 슬롭 콘텐츠가 나오는 빈도를 확인했다. 각 계정의 릴스 화면을 100번씩 넘겨 본 결과, 광고나 추천 영상을 포함해 슬롭의 정의에 부합하는 영상은 총 87개로, 한 사람당 평균 17.4개였다. 이중 주제나 내용이 명확히 없는 것은 47개, 사실과 다른 정보가 담긴 것이 11개였다. 게시자가 AI 제작 여부를 표시하지 않아 혼돈을 주는 영상도 40개 있었다. 사자가 얼룩말로 변하거나 카피바라 인형이 수영하는 등 AI로 제작한 영상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영상도 있었지만, 고양이가 개에게 밀가루를 넘어뜨리는 영상 등 AI 제작물인지 아닌지, 맥락 없는 자극이라는 슬롭의 정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영상들도 있었다. 이런 영상들은 댓글 창에서도 혼란을 낳았다. 일부 시청자는 게시물의 제작 주체가 AI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욕설로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슬롭은 국가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영상 제작 플랫폼 ‘카프윙’은 플랫폼 사용자들의 취향과 상관없이 슬롭이 추천 게시물로 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프윙은 2025년 11월 새로운 유튜브 계정을 만든 뒤 유튜브로부터 추천받은 영상 500개를 확인했다. 그중 105개가 슬롭 영상이었다. 플랫폼 사용자들이 검색하지도 않은 슬롭이 플랫폼 사용자에게 추천 게시물로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동아 기자들의 알고리즘, 슬롭 비율은? 과학동아 기자들의 알고리즘을 분석한 결과, 평소에 인스타그램 릴스 탭을 거의 이용하지 않은 김태희 기자에게도 슬롭 콘텐츠가 추천됐다. 평소에 소비하던 콘텐츠와 비교해, 추천 목록에 슬롭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ㅡ 슬롭, 자동화와 양으로 유튜브 장악 ㅡ 1월 5일, 연세대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만난 송경우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슬롭이 사용자에게 추천 게시물로 많이 뜨는 원인으로 추천 시스템과 대량 생산을 꼽았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게시물을 찾아 사용자에게 추천하지만, 기존 선호와 다른 콘텐츠를 시험적으로 노출하는 추천 방식도 함께 사용한다. 크리스토스 굿로우 유튜브 엔지니어는 블로그를 통해 “시청자가 같은 유형의 영상만 반복해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튜브 시스템은 주로 보던 영상과 다른 주제의 영상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 추천에 슬롭이 슬며시 끼어드는 이유는 슬롭이 많아져서다. 송 교수는 “슬롭 게시물 자체가 많아져 슬롭을 보지 않던 시청자도 알고리즘 밖에 있는 슬롭 게시물을 추천받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슬롭이 대량으로 찍혀나오는 건 ‘AI의 자동화’ 덕분이다. 2025년 8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은 ‘#역사’와 ‘#건강’ 등 AI와 무관한 해시태그 13개를 틱톡에 검색했더니, 결과물로 나온 게시물의 25%가 AI가 생성물이었다고 밝혔다. 그중 80%는 ‘에이전틱(agentic) AI 계정’이 생성한 결과물이었다. doi: 10.48550/arXiv.2508.01042 에이전틱 AI는 일반 생성 AI와 달리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도 웹 검색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목표를 설정한 뒤 작업을 수행하는 AI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하면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숏폼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게시물 제작부터 피드백, 재생산까지 AI를 활용한 계정을 ‘에이전틱 AI 계정’으로 정의했다. 가장 최근 게시한 10개의 게시물에 실제 사진이나 영상이 들어있지 않고, AI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만 있다면 에이전틱 AI 계정으로 봤다. 그 기준으로 볼 때 검색 결과물의 80%가 에이전틱 AI 계정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에이전틱 AI로 인한 슬롭 범람을 우려해 왔다. 송 교수는 “대략 2023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AI가 생성한 글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2025년 들어 AI가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영상 분야로 슬롭이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ㅡㅡㅡㅡㅡ 과학동아도 슬롭 만들어봤다 출처 : 유튜브, Deepvid AI 캡처 ❶ 챗GPT로 프롬프트 생성. ‘조회수 10만 회를 넘길 만한 영상의 프롬프트’를 주문했다. ❷ 챗GPT가 써준 프롬프트를 AI 영상 제작 플랫폼에 입력했다. ❸ 1~3분 만에 영상 제작 AI 플랫폼 ‘소라’와 ‘디비드’, ‘베오’가 영상을 만들었다. ❹ 유튜브에 업로드한 결과, 전체 제작 과정에 AI를 쓴 영상(오른쪽 2개)은 6시간 만에 조회수 300회를 돌파했다. 나머지 영상들은 최근 유행하는 슬롭 주제를 따라 만든 영상으로, 이중 하나는 이틀 안에 조회수 1500회를 달성했다. ㅡ 슬롭, 얼마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ㅡ 과학동아도 에이전틱 AI 계정을 따라 해 봤다. 1월 8일, 챗GPT에 ‘유튜브에 올리면 조회수가 10만 회를 넘어갈 만한 영상의 프롬프트를 만들어달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챗GPT가 만든 프롬프트를 영상 제작 AI 플랫폼인 ‘소라’와 ‘디비드’, ‘베오’에 입력했다. 챗GPT는 4분의 채팅을 거쳐 ‘수면 부족이 피로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주제를 추천해 줬고, 소라와 디비드, 베오는 각각 2분 26초, 1분 56초, 1분 23초 만에 영상을 만들었다. 소라는 무료였고, 디비드는 한 달 구독료가 14달러(2만 419원), 베오는 한 달 구독료가 2만 9000원이었다. AI 영상은 유튜브에 올린 뒤 6시간 만에 조회수 300회를 달성했다. 전 과정을 자동화한 것은 아니지만, 에이전틱 AI 계정의 제작 방식에 착안해 AI로 영상을 만들어 보니 전문 지식 없이도 5분 안에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사람이 보석을 먹는 영상을 AI로 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리는 크리에이터 ‘에테르랜드’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하면 촬영 장비와 모델 섭외 없이도 영상 제작이 가능해 콘텐츠 제작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에이전틱 AI 기술을 악용하면, 콘텐츠의 품질과 상관 없이 조회수와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슬롭을 만들고, 슬롭이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되면, 게시자들은 콘텐츠의 품질이나 사실성과 무관하게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유튜브 Bandar Apna Dost 캡처 유튜브에 슬롭 영상을 업로드하는 채널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채널 ‘Bandar Apna Dost’는 1년에 425만 달러(약 62억 원)의 수익을 벌고 있다고 알려졌다. ㅡ 저품질이 사라져도 슬롭은 남는다? ㅡ 물론 슬롭의 저품질 문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영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생성 AI 모델들은 데이터를 손상 없이 그대로 압축해서 학습한 뒤 사람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다시 완벽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수 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는 2025년 2월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 수준의 AI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개월마다 약 10배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기술이 성숙하면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슬롭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그 경우에도 이를 여전히 ‘슬롭’이라 부를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롭을 찾는 소비자가 있는 이상 슬롭은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송 교수는 슬롭의 미래를 이와 같이 전망했다. 1월 7일 대전에서 만난 정아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의 의견도 유사했다. “평소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았던 사람들이 휴식한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정보량이 적고 의미 없는 슬롭을 찾아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슬롭이 이대로 소셜 미디어에 범람해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내용이 없는’ 콘텐츠는 슬롭으로 정의하지 말아야 할까. 다음 파트에서는 슬롭을 본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파악하고, 슬롭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과 이를 막는 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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