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안전성에 관해 핵산업 옹호자와 비판자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7가지 주요 질문을 통해 그 논점을 살펴본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한가?
옹호 : 그렇다. 지금까지 얻은 경험을 살려 가장 효과적이고 신뢰성 있는 안전설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사고인 멜트다운이 일어날 확률은 10억년에 한번꼴이다. 이것은 5천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20기의 원전을 건설해 오늘날까지 가동했을 때 한번 사고가 나는 것을 의미한다. 1백만명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는 1시간 비행기를 탑승했을 때 2.5회인데 비해 원전 근처에서 1시간 동안 살 경우는 10만분의 1회이다.
비판 : 우리는 기술장치의 절대적 안전성을 믿어도 좋을 단계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원자로에 있는 방사능의 극히 일부가 누출돼도 심각한 피해를 미치기 때문에 확률은 큰 의미가 없다. 매년 교통사고로 무려 7천5백명이 사망한다고 하지만 10년만에 걷잡을 수 없는 원전사고가 한건 발생해 7만5천의 사망자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겠는가.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는 고율의 방사능이 존재하는가?
옹호 : 원전에서 방출되는 가스와 물에 포함된 방사능은 환경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다. 그 양은 기껏해야 자연방사선 선량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또 생물체의 보호막은 방사선의 강도를 크게 약화시키기 때문에 우려할게 못된다.
비판 : 원전 주변에는 고율의 방사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원전 주변에서는 자연방사선의 80%에 달하는 선량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다. 기체의 방사성 폐기물 중 일부만이 처리되어 배출되며 액체폐기물도 허용농도 이하는 하천에 방류된다. 게다가 원전 내부에 방사능이 쌓이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양의 방사능을 외부에 누출하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방사선의 생물체 효과가 농축현상에 의해 가중된다는 점이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처럼 폭발 할 수있을까?
옹호 : 원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핵폭탄은 93%이상의 핵분열 물질이 필요한데 원전에서는 2~4%의 우라늄235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원전에는 제어봉이나 통제장치 같은 안전설비가 장치돼 있다.
비판 : 물론 원자폭탄과 원자로는 다르지만 이른바 '핵폭발'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 경우 연쇄반응이 급상승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며 멜트다운에까지 이를 수 있다. 또 고속증식로의 경우 핵폭탄과 비슷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자력 발전소의 작업장은 안전한가?
옹호 : 그렇다. 미국원자력위원회에 따르면 방사선의 위험은 10만명의 종사자 중 연간 사망자 0.1명 꼴이며, 직업생활을 계속하는 도중에 사망할 확률은 0.004%에 불과하다. 원전에 종사하는 것은 여타 산업체의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
비판 : 이런 통계자료는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원전의 돌발사고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방사선에 의한 만성질병의 피해가 뚜렷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로에는 방사능 물질이 다량 저장돼 있어 다른 곳보다 건강에 해로운 방사선의 위험도 그만큼 높다고 보는게 상식이다. 미국의 인디안 포인트 원전의 사고시 수리를 위해 1천5백명의 용접공이 동원됐다. 불과 15분 만에 최대 허용 방사선을 쏘였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전시에 안전한가?
옹호 : 재래식 무기에 대해 안전하다. 원자폭탄이 투하될 경우, 문제는 원전이 아니라 원자폭탄이다.
비판 : 군사적 관점에서 원전은 1차적인 파괴목표가 된다. 재래식 전쟁에서도 원자로는 폭격 또는 집중사격의 대상이 될 것이다. 1천KW급 원전을 1년 가동하면 그 속에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천개에 해당하는 방사능 낙진이 쌓인다. 따라서 전시에 원전은 지극히 위험하다.
원자력 발전소에 쓸 우라늄 매장량은 충분한가?
옹호 :우라늄이 바닥나리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채굴 가능한 우라늄 매장량은 알려진 것보다 최소한 다섯배 이상 많다. 이것은 2백만t의 농축우라늄에 해당한다. 게다가 바닷물 속의 우라늄 가운데 1%만 개발해도 6천만t의 농축우라늄이 생산된다.
비판 : 우라늄 매장량을 과대평가 하고 있다. 우라늄 자원의 부존량은 3백만t 정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것은 2000년까지 쓸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핵에너지가 장기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플루토늄을 선광해 쓰거나 고속증식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두가지 모두 위험성이 큰 기술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왜 반대여론이 드높은가?
옹호 :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은 원자폭탄에 대한 뿌리깊은 불안과 그 파급효과 때문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론자'들이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대중을 오도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만연시키는데 있다. 비판자들은 대개 비현실적이며 학문의 토대가 없다.
비판 :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 것이다. 핵에너지는 중앙집권적 통제 사회에 맞는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해에 민감하며 양심적인 사람들도 침묵을 지키기 일쑤다. 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복잡한 원전문제를 전체적으로 옳게 볼지는 의문이다. 대중은 일방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