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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아무리 적은 양도 안전하지 않다.

체르노빌 사고가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자연적 인공적 방사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방사선이 장기적으로 인류의 유전적 퇴화를 일으킨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방사성 물질이란 무엇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몸에 들어가 무슨 피해를 주는지 알아본다.

방사선의 최초의 희생자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모른채 호기심에 가득차있던 과학자들이었다.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분리해낸 '마리 퀴리'가 방사선에 쏘여 67세에 사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녀의 남편인 '피에르 퀴리'도 "라듐의 방사선을 다루면 피부가 붉어진다. 아프지는 않지만 낫는데 여러달 걸렸다"고 호소하곤 했다.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고 이듬해 '베케렐'이 방사능을 발견한 이래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은 방사능 연구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방사능 연구는 많은 희생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미국만 해도 1922년까지 1백명 이상의 방사선 학자들이 직업적 피폭(被爆)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피해가 학자들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사선이 특정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일찌기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료 혹은 화장품으로까지 쓰는 일이 계속됐다. 1916년에 발행된 어느 의학잡지의 논문에는 '라듐에는 독성작용이 절대로 없다. 마치 식물에 햇볕이 내려쪼이듯 인체에 조화롭게 받아들여진다'는 귀절에 있을 정도다.

 

생활속의 방사능


방사능이란
 

1920년대에는 원치않는 머리카락이나 사마귀를 제거하거나 피부평을 고치는데 X선을 쓰는 것이 돈을 버는 장사였다. 의사들은 라듐을 병에 집어넣고 류마티스 요통 통풍 좌골신경통 등 흔한 질환호소에 이를 처방해 주었다고 한다. 1930년대과 40년대에도 관절경직 척추염 폐염에 걸린 환자들이 방사능을 쪼이는 일이 잦았다. 많은 사람이 백혈병과 골수암에 걸렸다. 머리의 버짐을 치료하려고 X선을 쏘인 사람은 갑상선암과 뇌종양에 걸리기 일쑤였다.
 

오늘날 엄청나게 많은 오염물질이 산업활동과 가정으로 부터 환경에 배출되고 있다. 매년 생산되는 합성 화학물질만 해도 2만종에 다다를 정도다. 방사능은 모든 오염물질중에서 가장 무섭다고 한다. 왜냐하면 개스먼지 화학물질 폐열로 인한 피해는 명백히 눈에 보이지만 방사능은 돌연변이와 같은 미묘하고 눈에 안보이는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류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오랫동안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사능이란 무엇일까. 원자핵속에 82개 이상의 양성자를 갖고 있는 자연계 원소의 모든 동위원소는 불안정하다. 이 동위원소들이 '방사능'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진 '방사선'을 끊임없이 방출한다.

우라늄238을 예로 들면 스스로 붕괴하면서 일련의 보다 가벼운 방사성 동위원소를 거쳐 마침내는 안정한 납의 동위원소로 된다.

 

어떤 동위원소는 다른 것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방사성 붕괴의 속도도 빠르다. 이 속도를 재는 단위가 '반감기' 즉 방사성 동위원소가 절반으로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예를 들면 우라늄235의 반감기는 7억1천3백만년이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있던 1kg의 우라늄235는 반감기를 지나는 동안 방사능을 잃어버려 그 양이 5백g으로 되고 다시 반감기를 거치면 2백50g이 된다.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는 제각기의 반감기를 갖는데 보통 반감기의 10배의 시간이 지나야 방출하는 방사선이 무시해도 좋을만큼으로 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천천히 붕괴하는 우라늄235가 빨리 붕괴하는 새로운 동위원소로 바뀐다. 이 새로운 동위원소들의 반감기는 며칠에서 몇년까지로 짧지만 그 대신 방출하는 방사선은 강렬하다. 천연의 우라늄 동위원소가 수십억년 동안 내는 방사선을 짧은 시간에 모두 방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내는 방사선에는 α선 β선 γ선 그리고 중성자선이 있다. 방사선이 물질을 통과하면 원자궤도에서 전자를 때려내 전기부하를 띠게 한다. 이때의 방사선을 '이온화 방사선'이라 한다. 살아있는 세포가 손상을 입는 것은 이러한 이온화작용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서 생기는 건강영향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은 α, β, γ선 이고 중성자선은 핵폭발시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체에 축척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아무리 적은 방사선도 인체에 유해
 

생체조직에 대한 전리방사선의 영향을 재는 단위는 '렘'(rem)이다. 아주 작은 방사선은 렘의 1천분의 1인 '밀리렘'이란 단위를 쓴다. α선과 β선이 1'라드'(rad: 흡수선량의 단위)의 방사에너지를 생체조직에 쏘일 때 1렘의 손상을 입는다. α선의 파괴력은 이보다 커 1라드의 방사선이 10렘의 조직손상을 일으킨다.
 

보통 사람은 6백렘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주일 안에 사망한다. 3백렘의 피폭이면 방사능 병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일부는 몇주일 안에 죽는다. 설사 강한 방사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약한 방사선을 쏘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최소의 방사선은 25렘인데 이때도 혈액 속의 임파구 감소를 일으킨다.
 

미국 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1백만명의 남성이 1렘의 방사선을 쪼이면 확률상 1백92명에서 7백56명이 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여성은 남성 보다 더 민감해 최고 1천3백6명이 암으로 사망할지 모른다. 방사선에 더 쉽게 피해를 입는 것이 어린이와 태아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어떤 일정한 수준 이내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아무런 발암의 위험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결론이다.
 

한 예로 국제방사선 방호위원회(ICRP)가 설정한 원자력 발전소 근무자의 최대전신피폭허용량의 변화 추세를 들 수 있다. 1920년까지 허용량은 무려 하루에 10렘이었으나 점차 낮아져 1977년 개정된 허용량은 연간 5렘이다(일반인은 0.5렘).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이 허용치를 10분의1로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연간 5렘이라면 1년 동안 1백70번 흉부X선촬영을 한 것과 같은 방사선량이다. 그러나 방사선 피폭효과는 누적되기 때문에 최대허용량을 30년간 쏘이면 1백50렘이라는 위험수준에 달하게 된다.

 

일상생활 속의 방사선
 

우리가 받는 방사선은 원자력발전소나 핵실험 같은 인공적인 것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것도 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과 토양과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칼륨41 탄소14의 방사선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높은 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우주선(宇宙線)에 노출될 것이고 돌이나 벽돌집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약간이라도 더 많은 방사선을 쏘인다. 토양의 방사능 수준도 곳에 따라 크게 다르다. 미국의 평균치가 연간 90밀리렘인데 비해 인도의 '케랄라'주 지역주민은 3천 밀리렘정도의 방사선을 끊임없이 받는다. 이것은 핵산업 종사자의 허용피폭농도 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다운'증후군과 심한 정신장애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일부를 이루는 이러한 자연방사선은 해로울까. 인류가 이 방사선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생존해온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다. 자연방사선이 일으킨 돌연변이가 진화의 일부를 이루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즉 자연방사선은 일부 종(種)들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해 나가야 것을 도왔다. 그러나 명심해야할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돌연변이가 생물체에 해롭다는 것이다. '자연'방사선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자연방사선 말고도 우리는 원자력발전소, 핵실험, X선촬영, 칼라TV, 야광시계, 치과수술, 화상진단장치(CT)등의 인공적인 방사선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이 추가된 방사선이 인간의 진화가 자연방사선과 팽팽하게 유지해온 균형을 어떻게 교란시킬지에 대해 많은 과학자가 우려하고 있다.
 

일단 방사성 동위원소나 핵종(핵분열로 생긴 입자)이 환경 속에 누출되면 대기나 바다에서 희석되지만 종종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농축되고 마침내는 가장 농축된 형태로 인간의 식품을 오염시킨다.


영양소를 흉내내는 방사선 물질
 

방사성 물질은 마치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체내에 고농도로 축적되고 심지어 남극의 펭귄까지 오염시키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바다에서 무척추동물은 해저에 가라앉은 방사능을 섭취·축적한다. 이들은 새우, 게,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인간은 다시 이것들을 먹는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갈수록 방사능이 농축되는 것은 물론이다. 영국의 '윈드스케일'에 있는 재처리 공장 주변의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는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1천배나 높은 세슘137의 오염도를 보였다. 사람의 근육과 여성의 난자에 농축되는 이 동위원소는 영양소인 칼륨39와 비슷하면서 그것 보다 훨씬 쉽게 물고기에 흡수된다.
 

해초는 특히 물에 녹아있는 미량원소를 흡수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에이레'근해에서는 지난 5일 우리나라에서도 검출된 바 있는 루테늄106이 김에 축적된 것을 발견했다. 충주에서 루테늄과 함께 검출된 코발트60은 소나무의 신진대사 과정에 침입해 솔잎에 농축된다.

지상에서도 방사성 동위원소는 여러 경로로 인체에 침투한다. 원자력 발전소, 핵실험장, 핵잠수함 등에서 누출된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29년으로 수백년간 활성을 유지하는데 화학적으로 칼슘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땅에 떨어진 스트론튬은 목초에 흡수되고 농축되어 이를 먹은 암소의 우유에 고이게 된다. 체르노빌 사고시 대량의 우유가 폐기처분된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이 이 우유를 마시면 스트론튬은 칼슘처럼 흡수돼 뼈에 모여 암과 백혈병을 일으킨다. 또 골수에 쌓인 것은 피를 만드는 메카니즘을 파괴한다. 나아가 모유 속에도 축적돼 아기들에게 방사성 동위원소가 이전되기도 한다.
 

요오드131과 129도 비슷한 경로로 인체에 침투하는데 뼈가 아니라 갑상선에 흡수된다. 갑상선은 요오드가 필수원소이기 때문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침입하는 경로


인류의 유전적 퇴화
 

방사선의 위협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던 1957년 미국은 핵전쟁시 군인의 전투수행 능력을 알아보려고 핵실험장 근처에 3천1백53명의 미군을 차폐시켜 배치한 일이 있다. '인간 모르모트'실험이라고 비난받은 이 일로 군인들은 1~2렘의 방사선을 쏘였는데 25년이 지난 후 이들에게서 평균 보다 높은 발암률이 나타나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방사선의 위험성은 그 농도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보통 찍는 X선 촬영도 예외는 아니다. X선 사진을 찍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심각한 유전적 손상이나 백혈병의 증가를 보였고,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감염성 질환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음이 밝혀졌다. 옥스포드 대학의 '앨리스 스튜어트'는 임신 후 처음 석달 동안 X선 사진을 찍은 여성이 낳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백혈병이 걸릴 확률이 두 배라고 보고하고 있다.
 

X선을 지금 보다 조심스럽게 쓴다면 이 귀중한 진단도구의 혜택을 잃지 않고도 방사선에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물리학 창시자의 한사람인 '칼 모건'은 미국에서 X선 진단으로 인한 방사선량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이면서도 진단정보의 양과 질을 사실상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과 곤충을 대상으로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에 관한 실험을 거듭해온 과학자들은 인간에게도 적은 양의 방사선이 유전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방사선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포내 유전정보를 변화시켜 재생산 능력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체세포가 방사능에 노출되면 피해가 당대에 그치는 반면 생식세포의 경우는 영향이 후손에 계승된다. 방사선으로 뒤죽박죽된 유전정보를 가진 세포가 생존하여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열하는 세포는 방사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방사선에 더 취약하다.
 

방사선은 높은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물을 화학적 반응도가 높은 H와 OH기(基)로 나눈다. 이 기가 DNA의 유전정보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적은 양의 α선과 β선이라도 유전자와 그곳에 저장된 수천의 헬륨이온이나 전자를 갖는 유전정보를 때려낸다. 특히 영양소와 비슷한 방사성동위원소는 인체조직에 쉽사리 침투해 가까운 거리에서 타격을 가한다. 예컨데 플루토늄은 생식선에 자리를 잡고 α선 입자로 정충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유전자의 손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돌연변이된 열성(劣性)유전자 끼리의 결합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구의 점점 많은 부분이 지금처럼 점증하는 방사선에 노출된다면 궁극적으로 미래세대의 인간유전자가 받을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생물통계학자인 '어윈 브로스'의 말처럼 '인간이 유전적 퇴화의 사다리를 차근차근 걸어내려가고'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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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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