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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개발이 과제

대량 생산 단계의 미생물산업

실험실에서의 소량생산을 공장의 대량생산으로 전환시키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미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공장으로

오늘날 발효가 공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분야는, 의약품을 제외하고는 주로 식품과 알코올 음료이다. 그것은 미생물이 합성할 수 있는 물질의 대부분을 석유화학에서 합성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이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의 종류는 매우 풍부하다. 연료, 염료, 비타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에서 살충제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화학제품 원료, 그리고 수천 종류의 제품이 있다.

이와같은 미생물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데에는 실로 여러 가지의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실험실내 처리를 공장으로 옮기는 것을 '스케일 업'(scale up)이라고 일컫는데 우선 이것이 난제이다. "스케일 업이라고 하면, 단순히 동일한 것을 확대시키기만 하면 되는 듯이 생각될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방법 그 자체까지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스튜어트 빌더'(Stuart Builder)는 말한다. '스튜어트'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해서 값비싼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벤쳐기업 제네테크사(Genetech, Inc.,)의 생산공정개발 책임자이다.

스탠퍼드 대학 '차닝 로버트슨'(Channing Robertson)교수에 따르면, 생물공학이 석유화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탱크와 파이프 등을 크게 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생물공학의 생산공정은 석유화학 공장에 비해 효율이 훨씬 낮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1만배나 큰 생화학 플랜트를 건설해도 쓸모 없을 것이다"라고 '로버트슨'은 말한다. 아무리 작은 발효조(bioreactor)라 해도 추출한 화학물질이 소량인 것과 비교해 본다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에 비해 하드웨어 개발 미진

이 때문에 생산장치를 가능한 한 소규모로 하는 것이 생화학 공업의 주요 목표로 되어 있다. 발효조의 크기는 맥주통 정도의 크기에서부터 도시의 수도탱크 정도의 것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발효조 내부를 보면, 노(Paddle) 같은 것이 세게 회전하면서 발효액을 뒤섞는다. 그 결과 미생물이 무수하게 증식하여 들끓고 있다. 이 미생물 수프에서 필요로 하는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미로 모양의 파이프와 펌프, 밸브 그외 기어 등으로 이루어진 '하류'(down stream)설비가 있어야 한다.

'로버트슨'은, 현재 생물공학 산업은 일종의 "역(逆)혁명"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혁명에서는 다루기 쉬운 소프트 웨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프랜지스터와 집적회로 등 하드 웨어의 혁명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생물공학에서는 "소프트 웨어의 기술자들이 방대한 목록을 계속 작성하고 있으나 그것을 소화할 하드 웨어는 전혀 없는 상태"이다.

한 가지 제안으로서 '로버트슨'은'상류'(up stream) 즉 발효단계에서의 제반 연구 결과로 '하류' 즉 생산물을 회수하는 단계의 문제를 경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인해 연구자들은 발효의 심장부라고도 할 수 있는 미생물의 체내를 조사함으로써 '스케일 업'을 도모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되었다.

도살당하는 미생물

미생물에는 미생물로서의 규정된 생활방식이 있다. 고맙게도 미생물은 실내온도에서도 번식하는가 하면 노쇠하여 쓸모가 없어지기 전에 분열하여 새롭게 탄생한다.
식욕 역시 왕성하다. 그러나 공업화학적 입장에서 볼 때는 한가지의 난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체라는 점이다.

기술자들은 곧잘 미생물을 '촉매 주머니'라고 부르며, 실제로 그렇게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생물은 그렇지 못하다. 미생물이라 할지라도 진화의 과정에서 정밀하게 완성된, 생존을 위한 독자적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이것은 과학자들이 그리는 도식과 상충된다.

그래서 산업 미생물 학자들은 어떻게했는가? 그들은 미생물에게 필요하다기 보다는 인간이 바라는 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이른바 진화의 낙오자 같은 미생물을 탐색해 왔다. 그리고 목적한 낙오자를 발견하면 한걸음 더 나아가 이것에 X선, 자외선 또는 강렬한 화학물질로 충격을 주어서 돌연변이를 유발시킨다. 이러한 방법이 과거 40년동안 항생물질 산업에 채용되었으며 또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 준 방법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미생물 자체에는 전혀 쓸모 없는 물질(반면에 인간에게는 가치가있는)을 분비하다가 자멸해 버리는 미생물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 캘리포니아 대학 생화학공학 교수인 '듀이 류'(Dewey Ryu)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이 창출해온 미생물은 사실 완전히 병들어 있다. 유전자 수준에서 도살당해 버린 것이다."
 

불순물을 걸러내는데 색층분석이란 분리법을 쓴다.
 

플라스미드 안정화 대책

현재 '류'교수는 플라스미드(plasmid)의 불안정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플라스미드란 박테리아의 염색체 외부에 있는 환상(環狀)DNA(일반적으로 DNA는 염색체 내에 있다)로서 이 플라스미드가 인간이 바라는 물질의 생산을 지시한다.인간 인슐린(human insulin) 같은 물질을 대장균에서 대량생산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것은 유전자 증폭이라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래 유전자의 복제물을 담고 있는 미리 마련된 플라스미드를 대장균에 가득 채워넣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박테리아가 분열, 증식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플라스미드가 소실되는 단점이 있다. "어떤 구조로 인해 플라스미드가 소실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재조합된 미생물 가운데는 균체 내에서 증가하는 플라스미를 모두 잃어버리고 원래의 야생상태로 돌아가는 징후가 보인다"라고 '류'교수는 말한다. 재조합된 미생물에 비하면 야생 미생물 쪽이 훨씬 원기 왕성하다. 폭넓은 환경조건에 견뎌내기도 하거니와 병약한 동종의 미생물들을 금방 제거하고 대신에 발효조를 점거해 버린다.

이를 위한 해결책들로서 '류'교수는 플라스미드에 이입하는 외래유전자에 특별한 DNA를 연결해 둔다. 이 특별한 DNA는 온도감지 스위치처럼 활동하는 것으로서 발효조의 온도가 낮은 동안에는 외래유전자를 불활성 상태에 두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재조합된 이 대장균을 DNA의 온도 감지 스위치가 활성화할 수 있는 온도 보다 몇 도 낮은 상태에서 증식시킨다. 이리하여 외래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는 한 대장균은 발효조 안에서 건강한 야생 동족들과 하등의 다름없이 증식해나간다. 마침내 미생물이 발효조를 넘칠 만큼 늘어났을 때 그 가운데 일부가 파이프를 통해서 온도가 높은 다른 발효조로 들어간다. 그때 DNA 스위치가 켜지고 의도한 물질을 합성하는 외래유전자가 일시에 발현된다는 구조이다.

분리·정제의 어려움

미생물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면, 이번에는 기술자들이 순수한 물질을 추출할 차례이다. 캘리포이나아에 있는 '시터스'사(Cetus Corporation)의 '울프 하니쉬'(Wolf Hanisch) 개발부장에 따르면, 대장균의 경우 생성물은 단단한 표피를 가진 균체 내에 저장되어 있다. 이것을 미생물이나 수분, 영양물과 함께 발효조에서 꺼내서 우선 필요량을 초과한 수분은 여과한다. 그러면 탈지우유 같은 액체만이 남는다.

그리고나서 대장균을 파열시킨다. 3㎠당 3t 가량의 고압으로 대장균을 가는 대롱(nozzle)으로 분출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생성물의 단백질과 대장균의 노폐물이 섞인 수프가 만들어진다"고 '하니쉬'는 말한다. 이 단계의 수프 중 5%~15% 정도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이다. 이어서 '하니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지만 미생물을 파열시켰기 때문에 세포벽의 잔해나 불필요한 물질이 섞여있다. 바로 이것이 '스케일 업'했을 때의 문제점이다.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 혼합물에 원심분리기로 3만G(중력의 3만 배나 되는 힘)의 원심력을 3시간 가량 가하는 일이다(비중의 차이에 따른 침강속도의 차이로 생성물을 분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실험실에서는 가능할지라도 산업적규모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거대한 원심분리기를 만들어 공장 전체를 회전시킨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원심분리기를 작동하기 전에 염분과 알코올 기타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단백질 생성물만 침전시킨다. 침전물은 치약처럼 끈적끈적한 물질이다.

"분리·정제되기 전의 생성물의 농도는 대개 2~3%이지만, 이 침전물은 30~80%의 순도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중에서 극소량의 단백질을 추출해야 하나. 이 공정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든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분자의 크기, 전하, 또는 특정한 화학물질에 대한 친화성(親和性)을 이용해서 단백질을 분리한다. 이것이 바로 색층분석(크로마그라피:Chromatography)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색층분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용액을 고분자수지 구슬로 가득찬 통 속에 통과시켜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분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구슬 하나하나에는 무수한 작은 구멍이 나 있으므로 일정정도 크기의 분자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용액을 위에서부터 부으면 그 크기의 분자만이 구멍에 포착되며 나머지 분자는 그냥 흘려버리는 장치이다. 이런 통을 몇 단으로 쌓아 올리면 특정한 크기의 분자만 분리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지제품의 구슬은 부서지기 쉬우므로 각각의 통을 너무 길게하면 자체의 무게 때문에 부서져 버린다"고 '하니쉬'는 말한다.

시터스사(社)에서는 한번에 대량의 용액을 처리하기 위해서 여섯 개 이상으로 쌓아 올린 색층분석용 통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고압 액체 색층분석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더 작으면서도 견고하여 고압에 잘 견디는 구슬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니쉬'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약 종류와 달라서, 단위가 달라짐에 따라 부피가 늘어나는 그런 물질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올 때에는 큰일이다. 수백 kg의 양을 취급하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테니까."
예를 들면 인간이나 가축의 영양보강제로서 사용하는 아미노산의 소비규모는 ton단위이다.

스파게티 모양의 새로운 발효조

대량의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속생산이 가능한 발효조가 필요하다. 현재 사용하는 원형 발효조와는 전혀 모양이 다른 발효조가 있어야 한다. 마치 스파게티 같이 속이 빈 섬유 다발이 가득 찬 지름 수cm, 길이 수m 가량의 투명한 플라스틱 뷰브 모양의 발효조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튜브가 수십, 수백, 혹은 수천 개 이상 설치되어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우유에서 인슐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질을 정제하는 데 있어 이미 이러한 튜브가 사용된 지 몇 년되었듯이, 같은 튜브가 발효조 역할을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전통적인 발효조를 사용하는 방법을 평해서 '로버트슨'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존의 방법은 박테리아가 수백만년에 걸쳐서 해 왔던 방법 그대로이다. 박테리아는 영양분을 흡수하여 그것을 균체 내에서 혼합시켜서 다종다양한 물질을 만든다. 그러나 고등생물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살아나 가지지 못한다."

가령 인간의 신체 내에서는 튜브(즉 혈관)가 얽혀 있어서 그것을 통하여 산소나 영양분이 세포에 반입되고 이산화탄소나 노폐물이 반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로버트슨'이 묘사한 벌효조는 고등동물의 조직을 모방한 것이다. 미생물군(colony)이 튜브의 세공(細孔)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미생물에 의해 흡수되어 소화·가공된다. 그리고 다른 한쪽 끝에서는 생성물과 노폐물이 흘러나오고 회수된다.

그래도 미생물들은 증식하여 곧 섬유다발 안을 가득 채울까? "아니다. 어떤 구조인지를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미생물이 가득 차서 구멍을 막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로버트슨'은 말한다. 미생물 하나하나는 증식하여 소멸해 가지만 전체적인 수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죽은 미생물의 잔해가 다음 세대 미생물의 영양분으로 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발효조가 아니라 연속생산용 반응조에서 사용되는 미생물은 그 세포벽에 투과성이 있으므로 대사물질을 외부로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유용 미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있는가 하면 "누출 돌연변이체"처럼 유전자 작용으로 개랑된 것도 있다. 세포고정용 도기류(Ceramic)나 고분자 튜브를 가진 발효조가 고체에 달라 붙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동물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고정된 세포를 공간적으로 배치한 '로버트슨'의 발효조는 실험상으로는 전통적인 발효조보다 1백배 이상의 생산효율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폐기물은 미래의 원료

그러나 비록 생물 반응조가 같은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에 필적하는 생산성을 올렸다 해도 아직 가격경쟁이라는 높은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 석유화학 공업은 고온고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나 오염물질 배출 등의 문제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점이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원료가격이 싸며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연료산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나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석유를 채굴하는 것" 이라고 '댄 버서'(Dan Verser)는 말한다. '댄 버서'는 벤쳐기업의 하나인 엔지닉스사(Engenics inc.,)의 전임사장이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공학은 무엇을 원료로 하는 것이 좋은지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 옥수수 나무 혹은 설탕이 좋은지가 말이다."

석탄이나 석유에 비하면 농업국의 생산물은 가격변동이 심하다. 농업폐기물을 보더라도 회수와 운반, 처리를 고려하면 그 가격이 매우 비쌀 수 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생물공학의 원료에는 재생가능성이라는 다른 것 몾지 않은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석유는 없으나 사탕수수가 풍부하다. 그래서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생산한 에틸알코올을 가솔린에 첨가하는 계획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류'교수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최근 사탕수수의 찌꺼기를 설탕으로 변화시키는 효소이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설탕을 발효시키면 알코올이 되는 것이다.

브라질의 성공에서 배워야 할 점은 예를 들어 도시하수나 축사(畜舍)의 폐수, 공장 및 발전소의 배수 등에 풍부한 원료가 있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하수처리 시설은 세계 최대의 생물반응조이며 깨끗한 물이 그 산물이다. 부엌 쓰레기, 하수, 폐기물, 노폐물 등 이 모든 것이 현재는 어떻든간에 앞으로는 생물공학의 원료와 동의어로 될지 모르는 것이다.

198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이언스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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