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와 과학자 사이에서 꽤 이름난 문제가 있다. 일명 ‘스파게티 미스터리’!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어느 날 친구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가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마른 스파게티 면은 절대 2개로 쪼개지지 않는 걸까?’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파인만과 컴퓨터과학자인 친구 대니얼 힐리스는 요리를 제쳐두고 저녁 시간 내내 스파게티 면을 2개로 쪼개기 위해 온갖 이론과 방법을 동원해 실험하기 시작했다. 물에서도 쪼개보고, 간격을 바꿔가며 쪼개도 봤지만 결국 답은 찾지 못했다. 주방만 온통 스파게티 면으로 더러워졌을 뿐이었다.
당대 최고 물리학자라고 꼽히는 파인만이 풀지 못하는 문제라는 것에 흥미를 느낀 학자들은 스파게티 면을 2개로 쪼개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도통 성공하지 못하면서 이 문제는 ‘스파게티 미스터리’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진전이 없었던 스파게티 미스터리 연구가 풀리기 시작한 건 수십 년이 지난 2005년이었다. 과학자 바질 오돌리와 세바스티엥 노이커치가 스파게티 면을 2개로 쪼갤 수 없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평범한 나무 막대는 양 끝을 잡고 천천히 힘을 주면 어느 정도까지는 휘어지지만, 한계를 지나는 순간 부러진다. 나무 막대가 견딜 수 있는 ‘곡률’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곡률은 곡선이 얼마나 휘었는지 나타내는 기울기 변화율이다. 보통의 막대기는 한계보다 많이 구부러지는 순간 두 동강이 난다. 가장 심하게 휘어졌던 부분이 끊어져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다시 곡률이 낮아지며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런데 스파게티 면은 조금 달랐다. 스파게티 면은 오히려 부러지는 순간 반대쪽이 더 심하게 휘었다. 원래 구부러졌던 정도보다 훨씬 곡률이 커지면서 반대편도 한계점을 넘어버린 것이다. 한쪽을 자르면 반대쪽도 부러져버리니 스파게티 면은 절대 2조각이 될 수 없었다. 오돌리는 이런 현상을 이상적인 유체에서 단단한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키르히호프 방정식’을 통해 설명하고 ‘반동 효과’라고 불렀다.
스파게티 미스터리는 이렇게 종지부를 찍은 줄 알았는데, 수학자가 다시 이 문제를 꺼내 들었다. 2018년 로저 헤이저와 에드가 그리델로, 비샬 파틸은 면을 배배 꼬아서 구부리면 반으로 쪼개지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꼬임이 첫 번째 절단이 일어날 때 반동 효과를 낮춘 것이다.
연구팀은 직접 만든 기계로 꼬인 각도와 간격을 수백 번 분석해 수학 모형을 만든 뒤 스파게티 면을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는 방법을 계산했다. 이 모형을 이용해 13년 전 오돌리와 노이커치가 발표한 논문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통 판매되는 24cm 길이의 스파게티 면은꼬인 상태에서 구부리면 2개로 쪼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