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푸딩 쏙 빼닮은 블랑망제 함수

수학자를 매혹하는 디저트가 있다면 아마 푸딩일 것이다. 푸딩 중에서도 블랑망제는 우유에 과일 향을 넣고 젤리처럼 만들어 차갑게 먹는 우유 푸딩의 한 종류다. 이 푸딩을 티스푼으로 살짝 건드리면 양옆으로 불안정하게 기우뚱거리며 먹음직스럽게 흔들린다.

 

푸딩과 수학,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푸딩을 잘라 단면을 살펴보면 매우 수학적인 곡선이 등장한다. 바로 블랑망제 함수의 곡선이다. 블랑망제 함수는 모든 범위에서 연속이면서 어느 곳에서도 미분이 불가능한 함수의 한 종류다. 1904년 일본 수학자인 타카기 테이지가 발견했다. 이후 1980년대에 영국 수학자 데이비드 톨이 자신의 논문에서 블랑망제 함수라고 부르면서 별칭으로 굳어졌다. 

 

블랑망제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건 톨의 동료인 존 밀스였다. 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요리책인 <;원의 매일 요리법>;에서 푸딩의 형태를 만드는 틀을 보고 이름을 떠올렸다. 톨은 블랑망제 함수의 이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타카기가 발견했으니까 타카기 함수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랑망제라는 이름이 훨씬 더 재밌다!’

 

 

이름과 다르게 블랑망제 함수식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식을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있는지만 알아볼 것이니 걱정은 붙들어 매자. 먼저 미분이란 그래프를 아주 잘게 쪼갰을 때 그래프가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무렇게나 생긴 곡선을 그렸다고 할 때, 미분하려는 점에서 곡선에 접하게 선을 그으면 x축 방향으로 아주 아주 작게 움직였을 때 y축 방향으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값을 계산할 수 있을 때 ‘미분 가능하다’라고 한다.

 

그리고 끊어지는 부분 없이 손을 떼지 않고 그래프를 따라 그릴 수 있는 그래프를 ‘연속’이라고 한다. 미분이 가능하려면 반드시 연속한 그래프여야 하므로 미분 가능성과 연속은 아주 관계가 깊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모든 미분 가능한 함수가 연속한 것은 알겠는데, 그럼 모든 연속한 함수는 미분 가능한 걸까?

 

연속 함수도 미분 불가능할 수 있다!

 

19세기 초까지 수학자들은 이 답이 ‘그렇다’라고 생각했다. 모든 연속함수는 미분이 가능하고 전 구간에서 미분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부 고립점에서만 미분이 불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인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도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다. 이 믿음을 깬 것은 독일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였다.

 

1872년 바이어슈트라스가 제시한 ‘바이어슈트라스 함수’는 최초로 발견한 프랙털 함수 중 하나로, 기존 생각을 뒤집는 첫 번째 반례였다. 분명 모든 구간에서 연속인데 어느 점에서도 미분할 수 없었다. 바이어슈트라스의 발견 후 수학자는 다른 반례들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블랑망제 함수는 그중 세 번째로 찾은 반례다. 

 

 

언뜻 보기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보이는 블랑망제 함수는 사실 확대해서 보면 모든 점이 뾰족뾰족한 첨점으로 이뤄져 있다. 확대한 하나의 톱니만 보면 미분 가능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n이 무한대로 가면 이 모양이 극한으로 작아지면서 뾰족한 부분만 남게 되는 프랙털 함수다. 즉 모든 점에서 미분이 불가능해진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