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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요리. 언뜻 보기에 전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굉장히 깊은 관련이 있다. 요리사는 음식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길이와 무게, 부피를 생각하고 계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과 향, 모양이 일정한 음식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를 헤아리고 무게와 부피를 재는 ‘계량 수학’은 우리 집 부엌에서부터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살아 있는 수학이다.

 

실제로 대학교 조리학과에서는 예비 요리사들에게 ‘조리 수학’ 과목을 가르친다. 특히 부피와 무게, 온도 단위를 전환하는 계산을 아주 중요하게 알려준다. 나라마다 요리법에 사용하는 단위가 달라서, 이를 국제 표준 단위계(SI 단위계)에 맞게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부피와 무게를 표현할 때 gal(갤런)과 oz(온스)를 쓰지만, 한국 전통 조리법에서는 되와 말(부피), 근(무게) 등을 사용한다. 따라서 요리사는 모든 종류의 요리법을 표준 단위계로 변환해 요리해야 한다.

 

가령 프랑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케이크 ‘뷔슈 드 노엘’ 8인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코아 분말 2oz가 필요하다. 요리사는 이때 1oz가 28.35g이라는 걸 알고,  2 × 28.35g = 56.7g을 계산해야 한다. 그런 뒤 g 단위를 기준으로 제작된 계량컵과 계량스푼을 이용해 코코아 분말을 필요한 양만큼 준비한다. 물론 oz 단위로 제작된 계량 도구를 쓸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요리할 수 있도록 단위를 변환하고 양을 계산하는 것은 모든 요리사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이다.

 

 

까다로운 칠면조 조리 시간, 함수로 정한다

 

칠면조 구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같은 명절을 기념하며 즐겨 먹는 대표적인 요리다. 하지만 맛있게 요리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오래 가열하면 단백질 응고가 일어나서 식감이 퍽퍽해지기 때문이다. 칠면조 고기의 근육 섬유는 보통 약 82℃에서 분자 결합이 풀어지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분자의 일부분이 빠져나가 고기가 부드럽고 먹기 좋게 된다. 

 

그런데 칠면조 날개와 다리 근육은 단백질이 응고하기 시작하는 때가 다르다. 칠면조는 날지 못하는 새라서 날개와 다리 근육의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날개와 가슴 근육에서 먼저 단백질 응고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후에 다리 근육 단백질이 응고된다. 이 때문에 칠면조를 너무 오래 조리하면 날개와 가슴 부위는 식감이 퍽퍽해지고,  상대적으로 지방 함량이 많은 다리 근육은 불로 조리하는 시간이 짧으면 질겨서 먹기 힘들다. 

 

전통적인 요리법에서는 칠면조 구이를 할 때 무게당 30분을 곱한 시간 동안 조리하라고 말한다. 

 

 

독일계 미국 물리학자 피에프 파노프스키는 이런 조리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칠면조를 오븐에서 조리할 때는 열이 고기의 표면에 닿기 때문에  그 표면적이 중요하다. 만약 무게에 따라 표면적이 일정하게 증가한다면 무게당 30분씩 곱한 시간 동안 조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과 무게사이의 비를 측정하면서 실험한 결과 무게에 따라 표면적이 일정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파노프스키는 최적의 조리 시간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식에 따르면 칠면조 구이는 163℃에서 시간 = 2/3×(무게)2/3을 만족하는 시간 동안 요리할 때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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