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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12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더군. 혹시 CT 진단법을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생물학자가 아닌 물리학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오, 그래? CT 진단법이라…. 사실 한의학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작동 원리나 기술이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하긴 하군. 좀 설명해 줄 수 있어?
좋아, 내가 인심 한 번 쓰지. 최근 영상의학에 수학이 더해져 더욱 발전하고 있으니, 오늘은 특별히 그 이야기를 들려줄게.


 Episode1  CT의 기본은 연립일차방정식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을 해부하지 않고 그 속을 확인하는 기술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단층촬영기기(이하 CT)의 보급으로 이젠 빠른 시간 안에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CT 진단법은 신체에 X선을 여러 각도로 쬐어, 처음 쏜 X선 양과 통과한 X선 양의 차이를 측정하는 촬영 기술이다. 간단히 말해, 신체를 통과한 X선 에너지가 내부의 밀도에 따라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측정하는 원리다. 예를 들어 뼈처럼 밀도가 높은 부분을 통과하는 X선은 많이 줄어들고, 근육처럼 밀도가 낮은 부분을 통과할 때는 적게 줄어든다.

CT 진단법에 기본이 되는 수학 원리는 놀랍게도 연립일차방정식이다. 환자 몸의 한 단면을 아래 그림이라고 하고, 일부 방향에서 X선을 쏜다고 가정하자. X선은 환자의 몸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손실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서 환자 몸의 단면을 격자로 나누고, 나눠진 영역의 왼쪽 맨 위칸부터 미지수를 하나씩 정하자. 이때 X선이 통과하는 영역(신체 일부)에서 각각 흡수한 에너지를 모두 더한 값은 신체를 통과하며 손실된 X선의 전체 에너지 양과 같다. 따라서 X선이 신체를 통과할 때 흡수한 에너지 양의 합을 일차방정식으로 세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❶번 X선은 x+t+ 2/3 h=A, ❷번 X선은 y+t+ 5/7 w+ 3/4 r=B 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각 미지수의 계수는 X선이 통과하는 영역에서 신체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계속해서 X선 방향을 바꾸어 같은 방법으로 방정식을 세운다. 횟수를 거듭해 모든 영역을 표현하는 미지수가 포함된 여러 개의 일차방정식이 세워지면, 이를 연립방정식으로 묶어 해를 구할 수 있다. 그 결과 각 영역이 흡수한 에너지 양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흑과 백, 명암을 나타내는 함수로 1:1 대응시키면, 단층촬영 사진이 완성된다.
 

 Episode2  수학자가 먼저 만든 CT 기술

정말 CT 진단법이 내가 중학교 시절 즐겨 풀던 연립방정식만으로 설명이 가능해?
물론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첨단 기기는 일일이 연립방정식을 세워 계산하는 방식은 아니야. 같은 원리지만 일차방정식보단 고차원적인 ‘적분방정식’으로 설계 돼 있지. 그래야 더 선명하고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 계속해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CT 진단법은 1979년에야 영국의 공학기술자 고드프리 하운스필드와 미국의 앨런 코맥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CT 진단법의 원리는 이미 1917년에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요한 라돈에 의해 개발된 상태였다.

라돈은 ‘모든 방향에서 평면으로 자른 단면의 넓이로 입체의 모양을 복원할 수 있다’는 수학 문제를 증명했다. 이것이 바로 CT 진단법의 기초 원리다. 라돈은 이 문제를 ‘밀도함수에서 모든 방향에서의 적분 값을 알 때, 원래의 밀도함수를 복원할 수 있는가’로 바꿔 생각했다. 이때 ‘밀도함수의 적분 값’이란, 3차원 좌표에 그려진 그래프를 평면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단면의 넓이를 말한다.

라돈은 이 문제를 ‘역문제’를 활용해 증명했다. 역문제란, 말 그대로 문제를 반대로 생각해 주어진 문제를 다르게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 문제는 X=A✽B라는 연산식이 주어질 때, A와 B 값으로부터 X 값을 얻는다. 하지만 역문제는 X 값으로부터 A 또는 B 값을 구하는 문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입체를 단면으로 잘라 각 단면의 넓이를 구한 뒤 그 합으로 입체의 부피를 구한다. 하지만 라돈은 이를 반대로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단면의 넓이로부터 입체 모양을 복원할 수 있는 ‘라돈 변환’을 발표할 수 있었다. 라돈 변환을 이용해 촬영 후 내부에 흡수된 X선 양의 적분 값을 구해 3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라돈은 누구보다 앞서 이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직접 CT 기술을 체험하진 못했다. 라돈이 살던 시대에는 CT와 같은 실제 장비로 실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Episode3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는 사이노그램

그런데 며칠 전, 진혜인 선생은 늘 보던 X-ray나 CT가 아닌 그래프처럼 생긴 자료를 보고 있더라?! 사이…, 사이노 뭐라던데….
아~, 혹시 사이노그램 말하는 거야? 누가 천재 한의사 아니랄까 봐 귀신같이 수학의 영역을 쏙쏙 파고드는군.

 
 
왼쪽 그림에서 동그라미로 둘러싼 영역 안쪽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하자. 이때 X선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보이지 않는 물체의 위치와 모양을 알아내려고 한다. 이번에는 사이노그램을 이용해 보자. 사이노그램이란, 통과한 X선의 에너지 양에 대한 값을 0°부터 180°까지 각도에 따라 차례로 배열한 영상을 말한다. 여기서는 X선이 통과한 영역의 길이를 계산해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런 방법으로 0°를 기준으로 1°씩 회전하며 사진을 찍으면, 모두 180개의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180° 이상 회전하며 얻는 그래프는 중복되는 사진이므로 생략할 수 있다.

왼쪽의 사이노그램을 살펴보자. 이 사이노그램의 세로축에는 0°로 시작해 아래로 내려갈수록 180°까지 표시돼 있다. 각 각도마다 가로축의 중심을 기준으로, 각 그래프의 높이를 명암으로 시각화 한 것이다. 흰색에 가까울수록 X선의 에너지 흡수가 많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사이노그램은 CT 사진으로도 변환시킬 수 있어서 영상의학에서 활용도가 높다.
 

 Episode4  수학으로 복원하는 의료 영상

선생님, 김우주 환자가 목걸이를 한 채로 CT 촬영을 하는 바람에, 흉부 CT의 일부가 훼손됐습니다. 선생님이라면 해결 방법을 알고 계실 것 같아, 여쭤 보러 왔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촬영 전에 환자 귀금속 착용 여부 반드시 확인하라고 했을 텐데! 이게 레지던트 2년차가 할 실수야? 대체 내가 언제까지 쫓아다니면서 설명해 줘야 되는 거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중요한 의료 영상자료가 훼손이 되기도 한다. 자료의 일부가 손실되거나, 기계의 성능이 떨어져 잡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그 중 기계의 성능 문제로 낮은 해상도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정밀한 진단을 위해 잡티를 제거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 잡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수학이 쓰인다.

먼저 잡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블러링 작업이 필요하다. 블러링 작업이란 요즘 스마트폰이나 미니홈피에서 사진을 올릴 때 사용하는 ‘뽀샤시’ 기능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 사진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사진을 오히려 뿌옇게 만드는 것이다. 언뜻 의외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다 이유가 있다. 거친 원본 사진을 뿌옇게 만든 다음, 선명하게 복원해야 할 이미지 영역의 평균값을 구해 복원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모든 흑백사진의 이미지는 영역을 잘게 나눠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이진법을 기준으로 할 때, 검은색을 0, 흰색을 1로 표현한다. 그러면 각 사진은 명암에 따라 0과 1 사이의 값으로 좌표 위에 수치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만약 검은색 배경 위에 흰색 잡티가 생긴다면, 오른쪽 표와 같이 유독 튀는 값을 갖는 부분이 생긴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 이미지 영역의 평균값을 구해, 모든 영역을 평균값으로 맞춰 변환해 줘야 한다. 잡티를 제거한 뒤 배경색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맞추기 위해서다.
 
그 다음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하면 된다. 먼저 구한 사진 데이터의 평균값을 미분방정식에 대입해 각각의 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복원하는 사진의 경계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미분방정식을 이용하면 ‘해’는 물론 ‘해가 가진 성질(기울기 등)’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변화율을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좀 더 고차원적인 정보가 필요할 때 일반 방정식 대신 미분방정식을 이용한다. 이러한 미분방정식은 영상 복원 과정에서 잡티 제거는 물론, 원본 영상과 복원 영상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복원 처리 과정을 기록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수학을 이용한 복원 과정은 영상의학 분야 외에도 지문감식, 음성인식, 데이터 압축, 암호기술,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2012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강현배 교수
  • 도움

    남혜원 박사
  • 사진

    동아일보
  • 사진

    위키미디어
  • 사진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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