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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의 신 5. 승리 비결은 선수들의 노력

스타 플레이어가 팀에 있다고 꼭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 개개인이 갖춘 기량을 숫자로 나타낸 뒤 그걸 합한 게 팀의 경기력이라면 승부는 불 보듯 뻔하다. 공격, 수비에 뛰어난 선수가 많은 팀이 우승할 테니까.

 

하지만 실제 경기력은 기량의 합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경기력은 선수들의 호흡, 몸 상태 같은 요소가 뒤섞여 있어 예측하기 힘들지만, 때때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월등히 높아지기도 한다. 이점을 잘 활용한 사람이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축구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발레리 로바놉스키다.

 

축구뿐 아니라 학업에도 뛰어났던 로바놉스키는 고등학교 때 수학경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우크라이나 키이우기술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할 정도로 똑똑했다. 대학교에서 배운 ‘사이버네틱스’를 축구에 적용해서 선수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가 팀 전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사이버네틱스란 스스로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로바놉스키 감독이 주장했던 내용 중 흥미로운 건 선수 개개인이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노력의 총합이 커질수록 팀의 경기력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만, 상황에 따라 올라가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축구 경기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상황에 따라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폭발적으로 경기력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경기력이 올라가는 정도가 매번 다른 것이다.

 

섬터 교수는 이런 경향을 분석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노력의 총합과 경기력의 관계를 아래의 세 가지 그래프로 나타내 <;사커매틱스>;에 소개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 로바놉스키 감독은 경기력이 달라지는 이유를 ‘선수들 간의 신뢰’라고 분석했다. 다른 선수를 믿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역할에 끼어들어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면 유기적인 시스템이 무너져서 경기력이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경기력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장의 리더십도 승리 비결

 

선수와 선수 사이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방법도 있을까? 바로 주장의 역할이다. 손흥민 선수가 2023 EPL 시즌 토트넘 홋스퍼 FC의 주장이 된 후 각종 영국 매체에서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새로 온 선수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을 걸어 주고 부진한 선수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골 기회를 계속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런 노력은 경기 성적으로도 나타나 토트넘 홋스퍼 FC의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기 전 10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섬터 교수는 <;사커매틱스>;에서 이런 주장의 역할이 새로운 경기 곡선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미의 지도력을 설명한 연구를 적용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2013년 생물학자 매들린 비크만은 실험을 통해 한 집에 있는 개미 수에 따라 얼마나 많은 개미가 먹이를 찾아갔는지 관찰했다. 개미는 먹이를 발견하면 먹이를 가지고 돌아올 때 길에 페로몬을 흘려서 다른 개미도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페로몬은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페로몬을 따라 먹이를 가지러 간 개미가 오는 길에 페로몬을 보충해줘야 다른 개미가 잇달아 먹이를 가져올 수 있다. 

 

관찰 결과 개미 수가 아주 많거나 적은 경우를 빼면 두 가지 양상을 보였다. 개미 수가 대략 500마리일 때까지는 개미 그래프의 파란색 선처럼 뒤이어 먹이를 찾아가는 개미의 수가 0에 가까웠다. 

 

그런데 500마리 이상일 때부터는 앞서 먹이를 찾으러 간 개미들이 페로몬을 잘 보충했을 때 빨간색 곡선처럼 개미의 수와 비례해서 높아졌다. 개미의 수가 같아도 앞서서 페로몬을 뿌려준 개미가 많으면 뒤이어 페로몬을 보충하는 개미도 계속 많아졌다. 반대로 먼저 간 개미가 페로몬을 보충하지 않으면 뒤따르는 개미도 페로몬을 보충하지 않았다.

 

 

섬터 교수는 이 실험 결과와 기존의 경기력 곡선을 토대로 새로운 경기력 곡선을 그렸다. 축구도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기력이 올라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비크만의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위에 있는 곡선(빨간색)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비크만의 그래프에서 앞선 개미가 모범을 보인 게 요인이라면, 섬터 교수의 축구 그래프에선 리더십 있는 주장과 베테랑 선수가 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부의 선수들이 모범을 보여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면 다른 선수들도 동기 부여가 돼서 경기력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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