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백신의 능력치를 ‘효능’이라고 불러. 뉴스에서 백신의 효능이 94%, 95%라고 말하는 걸 들어봤을 거야. 지금부터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려줄게.
백신을 개발할 때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을 한 후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합니다. 두 시험에서 백신의 효능을 계산하는 법은 다릅니다. 우선 비임상시험에서는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한 뒤 일정량의 바이러스를 강제로 주입해서 감염시킵니다. 이론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100마리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100마리 모두가 감염돼야 합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 후 10마리만 감염됐다면 백신의 효능은 90%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람에게는 바이러스를 강제로 주입할 수 없으므로 수식을 통해 효능을 계산합니다.
우선 임상시험 참가자를 무작위로 반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백신을 접종하고 나머지 한 그룹에는 접종하지 않습니다. 이때 참가자는 물론 실험자도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알지 못하게 하는 ‘이중맹검법’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환자의 심리적인 상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세보 효과’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이때 백신을 접종한 그룹을 실험군, 접종하지 않은 그룹을 대조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각 그룹에서 감염자가 몇 명씩 발생하는지를 관찰합니다. 백신이 효과가 있다면 실험군에서 감염자가 훨씬 적게 나타날 겁니다. 이때 대조군과 비교해서 실험군이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얼마인지를 계산한 것을 ‘상대위험도’라고 부릅니다.
상대위험도는 1915년 콜레라와 장티푸스 백신의 효능을 계산하기 위해 영국의 역학자 브라이언 그린우드와 통계학자 우드니 율이 개발했습니다. 효능은 상대위험도를 이용해 구합니다.
만약 실험군에서 감염자가 아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상대위험도는 0이고 백신의 효능은 100%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실험군에서 발생한 감염자 수와 대조군에서 발생한 감염자 수가 같다면 상대위험도는 1이 돼 백신의 효능은 0%라고 할 수 있죠.
송대섭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아직 모더나와 화이자 등 백신 개발 회사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자세하게 밝히지 않아서 각 기업이 발표한 효능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신을 접종한 후 효능을 계산하기 전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감염자 수가 늘어 효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의 연령대나 백신의 접종 용량 등 중요한 변수가 많아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나라는 백신 개발 회사가 제출한 연구 결과를 보고 백신을 승인했습니다. 12월 8일 영국은 90세 할머니에게, 14일 미국은 뉴욕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에게 백신을 처음 접종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1년 2~3월에 백신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