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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항체 다양성을 유전자로 설명하다

Chapter 05. 노벨상┃항체 알아낸 수상자들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생리의학상 최초로 아시아 출신 과학자에게 수여됐다. 주인공은 일본의 분자생물학자이자 면역학자인 도네가와 스스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믿기지 않는다”던 그의 수상 소감과 달리, 학계는 그가 면역학 발전에 기여한 바에 비하면 너무 늦은 수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도네가와는 인체가 다양한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유전적 원리를 밝혔다. 항원에 해당하는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하면, 우리 몸속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성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항원에 꼭 맞는 항체가 생성된다. 도네가와는 우리 몸이 어떻게 무수히 많은 항원에 꼭 맞게 무수히 많은 항체를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1976년 그는 항체와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의 관계를 밝힌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항체는 기본적으로 유전자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그는 쥐 실험에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면역세포인 B림프구의 유전자가 세포 분열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배아줄기세포가 항체를 생성하는 B림프구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면역글로불린을 형성하는  유전자가 재분배됐다. 또 이 유전자가 재조립되거나 손실을 겪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전까지는 생식세포가 아닌 경우 세포에 있는 유전자 수는 일정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도네가와가 그런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도네가와는 부모로부터 항체 유전자를 완성된 상태가 아닌 ‘부품’처럼 물려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림프구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품들이 무수히 많은 조합을 만들어내고, 평생 생성되는 다양한 항체 유전자들은 그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T림프구의 항원 수용체 역시 유전자 재배열로 다양성을 획득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도네가와는 수상자로 지목된 직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연구한 주제들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며 “노벨위원회의 선택을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네가와는 팔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돌연 기존 연구 분야와는 전혀 다른 신경과학 분야로 넘어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연구 중이다. 
그는 2013년 뇌 신경세포가 어떻게 잘못된 기억을 만들어내는지를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고, 2014년에는 기억이 복원되는 과정을 ‘네이처’에 공개했다. 또 상대를 기억하는 뇌 속 특정 영역을 찾아내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하는 과정을 밝혀 각각 2016년과 2017년 ‘사이언스’에 발표했으며, 2020년에도 4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신경과학자로서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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