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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혈청 치료법을 완성하고 포식 이론을 발표하다

Chapter 05. 노벨상┃항체 알아낸 수상자들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의 역할을 규명한 파울 에를리히와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에게 돌아갔다. 두 연구자의 연구 분야는 달랐다. 


에를리히는 디프테리아의 혈청 치료법을 완성했다. 디프테리아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디프테리아균(Corynebacterium diphtheriae)에 의해 발생한다. 혈청 치료법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성을 갖게 된 면역 혈청을 주입해 감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디프테리아 혈청 치료법은 독일의 세균학자 에밀 폰 베링이 최초로 개발했는데, 베링은 이 업적으로 19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베링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 에를리히는 살아있는 말의 혈청이 치료 효과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증명해 베링의 임상시험에 영향을 미쳤다. 또 에를리히는 혈청의 항독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해 혈청 치료법을 표준화했다. 


1896년 베를린 혈청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된 에를리히는 항원-항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도 했다. 에를리히는 자연에 무수한 항원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항체의 범위도 엄청나게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포가 병원체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곁사슬을 만들고, 곁사슬이 분리돼 수많은 항체가 생긴다는 ‘측쇄설’을 발표했다. 


이후 측쇄설은 폐기됐지만, 에를리히의 발표 덕분에 면역특이성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에를리히는 결핵균의 표면을 염색해 결핵을 진단하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이 진단법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러시아 출신의 메치니코프는 동물학자였다. 1882년 불가사리를 연구 중이던 그는 불가사리 유충에 가시를 찔러 넣으면 특정 세포들이 가시 주위에 몰려든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유충의 면역세포가 외부 침입자인 가시를 공격하는 과정이었다. 메치니코프는 이 현상을 관찰하고 일기에 ‘나는 갑자기 병리학자가 됐다’고 적었다. 그는 물벼룩과 토끼, 개구리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메치니코프는 외부 침입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는 의미로 이 면역세포에 ‘식세포(phagocy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체내에서 병원체나 비생물체, 노화세포 등을 처리하는 면역세포를 모두 식세포라 칭한다. 


당시 혈청만이 병원체를 죽인다고 주장하던 과학자들은 메치니코프의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식세포가 죽은 병원체를 처리하는 청소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치니코프가 콜레라균에 감염된 기니피그 복강에서 식세포와 살아있는 균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을 받게 됐다. 


메치니코프는 1908년 12월 열린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에서 “모든 학자가 꿈꾸는 가장 큰 기쁨을 준 (노벨)위원회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나의 업적이 지나치게 높이 평가받은 것 같아서 두려웠지만 노벨이 자신의 삶을 지식에 바친 학자에게 보상하고자 주는 상이란 점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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