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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면역거부반응의 이유를 찾다

Chapter 05. 노벨상┃면역세포 탐구한 수상자들

 

장기 이식의 최대 난관은 면역거부반응이다. 면역거부반응은 수혜자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기증자의 장기가 염증을 일으키며 손상되는 현상이다. 현상 자체는 일찍이 1900년대 중반부터 알려져 있었다. 


1930년대 유전학 연구를 시작한 조지 데이비스 스넬은 암세포에서 이런 거부반응을 확인했다. 스넬은 생쥐를 20세대 이상 형제자매끼리 교배시켜 유전적으로 비슷한 개체군을 여러 개 만들고, 한 개체군에서 다른 개체군으로 피부종양세포를 이식했다. 그 결과, 이식받은 개체군에서는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했다. 이는 이식받은 개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스넬은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 시작했다. 


쥐의 꼬리를 다른 개체군의 쥐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역시 이식받은 개체군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스넬은 암세포 실험 때와 동일한 유전자 복합체에 의해 거부반응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넬은 이 유전자 복합체를 ‘H항원’ 유전자라 불렀다. 추가 연구를 통해 생쥐가 가진 80여 개의 H항원 중 H2항원이 다른 개체군에 대한 거부반응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국제수혈센터에 있던 장 도세는 수혈을 많이 받은 환자일수록 혈액 속에 백혈구를 파괴하는 항체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생성된 항체들은 환자 자신의 백혈구는 건드리지 않고 혈액 기증자의 백혈구만 파괴했다. 도세는 가계 분석을 통해 이식받은 환자의 몸속에서 거부반응을 결정하는 유전자 복합체인 ‘인간백혈구항원(HLA·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자를 찾아냈다. 


스넬이 쥐에게서 찾아낸 H2항원 유전자의 역할을 사람의 몸에서는 HLA 유전자가 하는 셈이다. 
이처럼 척추동물의 몸속에는 외부 물질을 구별하는 고유한 항원이 있고, 세포는 그 항원을 표면에 돌출시키는데, 이를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라 한다. HLA 유전자는 MHC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바루 베나세라프는 기니피그의 MHC를 발견했다. 스넬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으로 비슷한 기니피그를 여러 계통으로 만들고, 합성된 항원을 기니피그에 주입하며 도움 T림프구의 반응을 관찰했다. 


도움 T림프구는 MHC와 상호작용해 외부 물질을 구분했다. 이 실험을 통해 베나세라프는 도움 T림프구의 반응을 결정하는 유전자인 Ir을 찾아냈다. 이후 Ir 유전자와 생쥐가 가진 H2항원 유전자가 동일한 염색체 영역 내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스넬은 노벨상 시상식 강연에서 “과학은 거미줄과 같아서 내 연구는 거미줄을 한 가닥씩 이루고 있는 과거와 동시대인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며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H2항원 유전자를 함께 발견한 피터 고어 박사 덕분에 연구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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