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이동설과 해저확장설이 만나 이뤄진 판구조론은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자연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최근 일본의 운젠화산과 필리핀의 피나투보화산의 폭발,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의 지진발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화산과 지진이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로마신화에서 화산은 불의 신 불카누스(Vulcanus)의 대장간 굴뚝으로 묘사됐으며 동양에서는 지진이 지하에 살고 있는 괴물이 꿈틀거려 일어나는 것으로 믿었다. 화산과 지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백년 전부터이며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현재 지구상에는 5백~6백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이들은 지구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좁은 지역을 따라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환태평양화산대가 대표적인 예다. 화산이 위치해 있는 곳을 따라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화산과 지진이 특정한 지역에 국한돼 일어나는 이유는 현대지질학에서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된다. 1960년대 후반에 새로운 이론으로 제안된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겉부분은 여러 개의 판(plate)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판들의 상대적 운동 때문에 현재 지진 화산활동 등 여러가지 자연 현상이 일어나고 나아가서 과거 수억년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육교」로 연결된 곤드와나대륙
15, 6세기 경 지리상의 대탐험으로 세계지도가 만들어졌을 무렵, 영국의 베이컨(Francis Bacon)은 대서양 양쪽에 있는 대륙의 해안선 윤곽이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 후 지구상의 모든 대륙은 태초에 하나의 대륙을 이루고 있었으나 천재지변(특히 노아의 홍수)으로 갈라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천재지변에 의해 지구의 모습이 변천돼 왔다고 하는 생각은 당시의 과학계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와 허튼(James Hutton)의 동일과정설이 대두되면서 천재지변이론은 사라지게 된다.
천재지변설에 이어서 19세기 후반의 과학계를 지배한 이론은 지구수축설이었다. 이 이론의 골자는 지각의 수직운동은 가능하나 수평이동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남반구 대륙을 조사하던 지질학자들은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남미 아프리카 인도대륙의 고생대 지층에서 같은 종류의 육상식물과 파충류가 화석으로 발견되는 점이었다. 그후 많은 학자들이 깊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대륙에서 어떻게 같은 종의 생물이 살게 되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학자들은 이들 대륙이 가늘고 긴 육교(land bridge)로 연결돼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연결된 대륙을 곤드와나대륙(Gondwana land)이라고 불렀다. 옛날에는 이 육교를 통해 생물의 이동이 가능했으나 그 후 지구가 수축되는 과정에서 육교가 바다속으로 잠기게 됐다는 것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고
20세기 초, 대륙이동에 대한 생각이 미국의 테일러(Frank B. Taylor)와 독일의 베게너(Alfred Wegener)에 의해 제안됐다.
특히 베게너는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라는 저서에서 여러가지 증거를 바탕으로, 고생대 말에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이 한곳에 모여 있었으나 그후 서서히 이동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하는 대륙이동설을 전개했다.
그가 제시한 대륙이동의 증거중 일부는 이미 다른 학자들이 수집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베게너도 대서양 양쪽 대륙을 접근시켰을 때 마치 어린아이가 가지고 노는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잘 맞춰진다는 점과 남미 아프리카 인도 호주 등지의 고생대말 지층에서 같은 종류의 육상생물화석이 발견 된다는 점을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증거중 가장 독창적인 내용은 과거의 기후분포를 바탕으로 대륙이동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퇴적물이 쌓일 때에는 퇴적 당시의 기후상태를 암시하는 흔적을 남기므로 퇴적암을 자세히 연구하면 당시의 기후를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빙하퇴적물은 현재 위도 60˚이상의 고위도 지방에 주로 쌓이므로 옛날의 빙하퇴적층은 극지방 가까이에서 쌓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 주로 식물의 유해로 이루어진 석탄층은 과거의 울창한 수풀을 의미하여 석탄층 내의 식물줄기화석에 나이테가 없다는 점은 석탄층의 계절의 변화가 없는 열대의 적도지방에서 쌓였음을 뜻한다.
베게너는 퇴적암에 남아 있는 기후적 요소를 고려해 지금으로부터 3억년 전인 고생대 말의 기후분포를 복원해 냈다. 그것이 초대륙 판게아(Pangaea)다.
이밖에도 베게너는 현재 대륙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측정해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를 기점으로 삼아 그린랜드에 위치한 덴마크측후소까지의 거리를 1922년과 1927년에 각각 측정, 1년에 36m 정도 떨어지고 있음을 발표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베게너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은 하나의 초대륙 판게아를 이루고 있었고 그 후 이동을 함으로써 현재에 이르렀다고 하는 대륙이동설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륙이동설은 당시의 학계에 매우 파격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반론을 받게 된다. 베게너가 빙하퇴적물이라고 제시한 지층이 빙하의 작용으로 인해 쌓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과 대륙이 1년에 36m 정도 떨어지고 있다는 측정값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반박논리의 주류를 이뤘다. 특히 그가 대륙이동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한 지구자전속도의 감소와 이에 따른 지각과 지구 내부(액체상태로 간주)의 상대적 운동차를 통해 대륙이 서쪽으로 이동될 수 있다는 설명은 약간의 약점을 안고 있었다. 영국의 지구물리학자 제프리(Harold Jeffreys)는 만약 베게너가 제시한 대륙이동의 원동력을 인정한다면 지구는 자전을 멈춰버린 상태여야 하고 지표면은 기복이 없는 완전한 구형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 대륙이동설 반대론자들을 기쁘게 했다.
그후 많은 학자들이 앞다퉈 대륙이동설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1930년 그린랜드 탐험도중 베게너가 사망함으로써 대륙이동설은 점차 쇄퇴하게 되었다. 물론 유럽의 일부 학자들은 알프스산맥의 습곡과 단층의 생성원인 및 남미와 아프리카대륙의 지질학적 고생물학적 유사성을 설명하는데 대륙이동설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전반적으로 대륙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후 영국의 홈즈(Arther Holmes)는 지구내부의 대류를 통해 대륙이 이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전쟁에 사용됐던 많은 과학장비들의 용도는 자연히 순수한 과학연구용으로 돌려지게 되었다. 특히 해군에서 사용했던 전자장비들이 바다의 조사에 투입 됐다. 그때까지 지구연구의 대부분은 대륙에만 국한되었고 심해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심해저탐사는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게 되고 이로부터 새로운 지구관이 태동하게 된다.
미국 라몬트지질연구소에서는 1950년대 부터 대서양의 해저지형과 지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결과 대서양의 중앙을 따라 해저산맥(대서양 중앙해령)이 존재하고 그 중앙부에는 깊은 골짜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후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진의 위치를 해저지형도에 표시한 결과, 진앙의 위치가 모두 해령의 중추부를 따라 배열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아가서 대서양 중앙해령과 같은 해저산맥이 다른 해양의 중앙부에도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지구의 해저지형도를 완성했다.
해저지형의 조사와 함께 해저지각에 대한 조사도 병행됐다. 그 결과 해양지각은 현무 암질 암석으로 이뤄져 있으며 두께는 평균 6㎞로 대륙지각의 평균두께 35㎞에 비해 훨씬 얇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편 대서양 중앙해령에서 채취된 암석은 퇴적물이 아니라 베개모양의 현무암덩어리 였고 중앙해령을 따라 방출되는 지열은 다른 지역의 8배나 되었다.
1960년 경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헤스(Harry H. Hess)교수는 해령주위에서 높은 열이 방출되고 베개모양의 현무암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설을 제안했다. 헤스는 자신의 새로운 가설이 보수적인 학계에 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논문의 서두에 '지구의 시(geopoetry)라고 부를 수 있는 수필'정도로 받아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해저는 불변의 것이 아니다. 그는 중앙해령의 갈라진 틈을 따라 맨틀로부터 뜨거운 용암이 솟아 오르기 때문에 해령주위에서 높은 열이 방출된다고 설명 했다. 헤스는 또 용암이 식으면서 현무암질의 해양지각을 형성하고 서서히 해령의 양쪽으로 이동하는데 먼저 생성된 해양지각은 지구내부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 가설은 후에 해저확장설(Seafloor Spreading)로 불리게 된다.
추가령지구대와 제주도도 열점지역
지구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과 같다는 사실은 일찌기 1600년경 길버트(William Gilbert)가 처음으로 소개했다.
알다시피 암석중에는 자성(磁性)을 띠는 광물이 포함돼 있다. 이 자성을 띤 광물입자가 다른 퇴적물과 함께 쌓일 때, 그 입자는 퇴적당시의 자장의 방향에 따라 배열될 것이다. 그러므로 암석 중에 기록돼 있는 자기적 성질을 알게 되면 암석생성 당시의 극위치와 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1950년대에 고지자기 학자들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몇가지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암석중에 남아있는 잔류자기의 방행과 복각을 측정한 결과, 시대에 따라 극의 위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처음에는 자극자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얼마 후 지각이 이동하게 되면 마치 자극이 이동한 것처럼 보일 거라는 생각으로 발전 했다. 즉 자극위치의 변화도 대륙의 이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활발하게 진행됐던 해저탐사의 일환으로 시작된 심해저시추계획(Deep Sea Drilling Project, 현재는 Ocean Drilling Project라고 한다) 추진과정에서 채취 된 해저암석의 분석을 통해 해저의 나이를 측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해령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해양지각의 나이가 증가하고 마찬가지로 퇴적물의 나이와 두께도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지구상의 해양지각중 가장 오래된 것도 2억년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는 대륙지각중 최고령인 암석이 39억6천만년 전의 것인데 비하면 무척 젊은 셈이다. 해양지각이 이처럼 젊은 이유는 해구부근에 도달한 해양지각이 해저 확장으로 인해 지구내부로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해령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령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선구조가 아니라 이따금씩 해령에 거의 수직방향으로 배열된 길다란 단층때문에 어긋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단층은 일반적으로 대륙에서 관찰되는 단순한 수평이동단층과는 크게 다르다.
해령의 단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윌슨은 해령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분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 종이로 해령주변의 모형을 만든 뒤 해저확장이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는 해령에 수직으로 존재하는 단층은 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할 때부터 존재했던 약한 부분이었으며, 그 단층 주변의 해양 지각은 해령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써 해령과 해령 사이에 있는 단층부분에서는 지진이 발생 하지만 해령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분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윌슨은 이러한 형태의 단층을 가리켜 변환단층(transform fault)이라고 불렀다.
1963년 하와이섬을 방문했던 윌슨은 하와이열도와 엠퍼러열도를 관찰하고 난 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현재 활동중인 킬라우에아화산이 있는 하와이섬의 북서방향으로 연달아 솟아 있는 화산섬들을 조사한 결과, 그곳의 산들은 화산활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고 심하게 풍화받은 흔적을 보여 주었다. 북서방향으로 계속해서 추적해 가자 마침내 화산섬들은 해수면 아래로 잠기고 말았는데 이 수중화산들은 정상부분이 평평한 기요(guyot)를 이루고 있었다.
윌슨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내놓았다. 태평양 해양지각 아래 맨틀의 깊은 부분에 마그마를 공급하는 통로가 있으며 이 통로를 따라 지표면으로 올라온 용암이 하와이섬의 화산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지점을 열점(hot spot)이라고 불렀다. 이 열점은 고정돼 있으며 태평양 해양 지각이 서쪽으로 이동해 감에 따라 화산이 줄지어 형성됐을 것이라고 윌슨은 설명했다.
하와이열도와 엠퍼러열도의 나이를 추적 해보면 가장 북쪽에 있는 기요는 약 7천만년 전에 형성됐으며 남남동 방향으로 갈수록 나이가 젊다. 그런데 약 4천만년 전부터 화산섬의 배열방향이 서북서-동남동 방향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7천만년 전에서 4천만년 전까지는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하던 태평양 해양지각이 4천만년 전부터는 서북서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열점으로부터 멀어진 화산섬은 지각의 냉각과 함께 수심이 깊어져서 점점 가라앉게 되고 화산의 정상부가 해수면에 접근했을 때 파도의 침식작용을 받아 산꼭대기 부분이 평평한 기요를 이루게 되었다. 윌슨은 이러한 열점이 지구상에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조사를 착수해 1백여개의 열점을 보고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추가령지구대와 제주도도 포함돼 있다.
판의 경계가 위태로워
태평양 서쪽의 가장자리에도 화끈한 지역이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알류샨열도 쿠릴열도 일본열도 필리핀열도 등 화산섬들이 호상열도(island arc)를 이루고 있으며 태평양쪽으로는 깊은 골짜기, 즉 해구가 나란히 배열돼 있다. 해구는 보통 수심 5천m 이상이며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는 1만1천6백m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해구와 호상열도 주변에서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태평양 연안의 지진활동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진원의 위치가 해구에서 대륙쪽으로 가면서 깊어져 가장 깊은 곳은 7백㎞에 이르며 마치 경사진 면을 따라 지진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의 학자들은 이러한 진원의 분포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알지 못했다.
현재는 지진이 발생하는 경사진 면을 섭입대(subduction zone)라고 부른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 섭입대를 해저확장설로 설명하고 있다. 즉 해령에서 태어난 새로운 지각물질이 긴 항해끝에 해구에 도달해 맨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서 수행된 지질학 여러 분야에서의 연구결과는 1960년대 말에 새로운 지구운동이론을 탄생시켰다. 먼저 윌슨은 지구의 겉부분이 여러 개의 단단한 판(plate)으로 이뤄졌다고 제안했다. 또 1968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모건(W. J. Morgan)은 지구표면은 여러 개의 단단한 지괴(地塊)로 이뤄져 있으며 각 지괴는 상대적 운동을 하고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라몬트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이러한 개념에 신지구구조론 (New Global Tectonics)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후에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수정했다. 그때부터 판구조론은 지구의 진화 과정과 현재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설명해 주는 중요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 이론의 바탕아래 우리 지구의 신비를 하나하나 벗겨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구론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10여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판이 있다고 한다. 어떤 판(예 태평양판)은 해양지각으로만 구성되는 반면, 어떤 판(예 유라시아판 인도-호주판)은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판은 지각과 구분해 사용돼야 한다.
판구조론에서는 지구내부구조를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으로 구분한다. 암석권(lithosphere)은 단단한 고체로 이뤄져 있는데 지각과 맨틀상부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암석권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며 이는 다시 해양판과 대륙판으로 구분된다. 해양판의 두께는 60~70㎞이며, 대륙판의 두께는 1백~1백50㎞다. 암석권 아래에는 연약권(asthenosphere)이 있고, 그 경계는 저속도층의 상한과 일치한다. 저속도층에서는 S파의 속도가 감소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용융상태일 것으로 보이므로 그곳에서는 유동이 가능 하리라고 추정되고 있다. 연약권의 최대 깊이는 7백㎞(학자에 따라서는 2백50㎞까지로 국한시키는 경우도 있다)로 추정되며, 그 아래의 맨틀부분을 중간권(mesosphere)이 라고 한다.
암석권을 구성하는 판의 경계는 첫째 새로운 지각물질이 생성되는 해령, 둘째 판과 판이 충돌하는 지역, 즉 오래된 판들이 소멸되는 해구와 습곡산맥, 셋째 판들이 반대방향으로 미끄러지는 변환단층 등 세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그중 해령은 맨틀로부터 물질이 올라와 새로운 해양판이 생성되는 곳으로 활발한 현무암질 화산활동, 천발지진의 발생 그리고 높은 지열 등이 특징이다. 해구는 해양판이 다른 해양판 또는 대륙판과 충돌하는 지역에 형성되며 비교적 무거운 해양판이 맨틀내로 사라지는 곳이다. 그 경계부에서는 천발지진은 물론이고 심발지진도 빈발한다.
또 섭입대를 따라 일어나는 두 판의 마찰로 인해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특히 화산활동이 활발한 호상열도가 해구와 나란히 배열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편 해양판과 대륙판 또는 대륙판과 대륙판이 부딪치는 곳에서는 안데스산맥과 히말라야산맥 같은 높은 산맥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비교적 가벼운 대륙판이 해양판 위에 놓이거나 두개의 가벼운 대륙판들이 서로 밀고있기 때문이다. 변환단층은 판이 생성되거나 소멸되는 곳이 아니고 단지 단층면을 경계로 판의 운동방향이 반대인 곳이다. 그 경계부는 지진은 발생하지만 화산활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변환단층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산안드레아스단층으로 약 1천㎞나 어긋나 있다.
판게아 대륙의 여행
판이동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으로 두가지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수동적 판이동으로 맨틀대류에 의해 암석권의 판들이 연약권 위에 떠 있는 상태로 이동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능동적 판이동으로 암석권 자체의 힘이 판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현재 지구상의 대륙과 해양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이들인다면, 지구생성 이래 지구의 모든 부분이 끊임없이 움직여 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대륙과 해양의 과거 발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대가 오래되면 될수록 그 발자취를 정확히 추적하기가 어렵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2억년에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진 초대륙 판게아('모든 대륙'이라는 뜻)가 어떤 경로를 밟아 현재에 이르렀는가는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다.
20세기에 후반 새로운 이론으로 등장한 판구조론은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을 잘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지구의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산활동이나 지진발생은 천재지변이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지구의 숨소리며 기지개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그러한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의 지구는 화성이나 금성처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