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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컴퓨팅 연구실

불법 복제자,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 보인다

2004년 톰 크루즈가 주연한 액션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전미 비평가협회 감독상과 ‘최고의 영화’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1억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해 제작비를 조금 넘긴 1억1100만달러를 벌었을 뿐이다. 전직 영화 배우인 카르마인 카리디가 아카데미 심사용으로 받은 VHS 테이프를 친구에게 넘겨 DVD로 전환한 뒤 인터넷에 유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나 음반업계도 불법 복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3편은 이미 파일교환(P2P)서비스에 동영상 파일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에 KAIST 전산학과 이흥규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에 ‘투명한’ 워터마크(저작권표시 이미지)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불법 복제와의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워터마크란 편지지의 제작회사를 구별하기 위해 희미하게 인쇄된 투명무늬(watermark)에서 유래한 단어다.

진짜 주인 찾을 수 없을까?

화면을 구성하는 특정한 위치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면 불법 유통되는 복제물을 차단하고 소유주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다.


“개인이 피땀 흘려 만든 창작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하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흔히 복제물을 만드는 사람은 ‘콘텐츠의 진짜 주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 같은 데이터에 사람의 눈이나 귀로는 구별할 수 없는 워터마크를 삽입해 소유주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1997년 처음 개발된 동영상 워터마크는 화면을 격자로 나눠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색상이나 밝기 같은 디지털 정보를 삽입하는 기법이었다. 즉 일반인이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화질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연속장면으로 이어지는 동영상을 정지화면으로 바꾸면 눈에 안 띄던 노이즈가 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이 교수는 동영상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워터마크를 넣는 방법으로 노이즈를 없앴다.

콘텐츠의 저작권을 밝히는 일 못지않게 불법 복제물을 유통시킨 경로를 추적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령 극장마다 영화 필름에 다른 워터마크를 삽입해 배포하면 어느 극장에서 불법 복제가 일어났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때는 콘텐츠를 공급받는 사용자마다 워터마크가 다르다는 점에서 ‘핑거프린트’라 구별해 부른다.

불법 복제 공모자, 모두 찾아낸다

철통같은 보안기술로 안전한 유비쿼터스 세상을 만드는 이흥규 교수(왼쪽)와 연구원들.


디지털 콘텐츠는 0과 1의 서로 다른 숫자로 정보를 전달하듯 워터마크나 핑거프린트도 두 숫자로 이뤄진 난수집합을 ‘정보키’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A극장 (0, 0), B극장 (0, 1), C극장 (1, 0)처럼 서로 다른 핑거프린트를 사용해 영화를 배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콘텐츠의 서로 다른 특성을 없애기 위해 여럿이 공모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B극장과 C극장이 공모해 데이터를 합친다면 평균값은 (0, 0)으로 A극장이 불법 복제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또 핑거프린트에 사용되는 신호수를 n개로 늘리면 필요한 정보키는 2n개로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 교수는 핑거프린트에 쓰이는 숫자 가운데 1은 수십 개지만 0은 몇 개 안된다는 것에 착안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즉 핑거프린트에서 0인 것만 추출해 1과의 뒤섞임을 없앴다. 분석과정에서 0과 1의 정보가 서로 뒤섞여 해독에 어려움을 겪은 까닭이다. 또 0을 -1로 변환해 평균값의 정보를 음수와 양수로 세분화하는 방법으로 불법 복제 공모자를 최대 7명까지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이 교수는 지폐나 ID카드, 유가증권 같은 오프라인 콘텐츠의 위?변조도 막아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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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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