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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바이러스 파괴하는 보체를 발견하다

Chapter 05. 노벨상┃항체 알아낸 수상자들

 

1800년대 후반은 면역 혈청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매독, 디프테리아, 파상풍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쉽게 목숨을 잃는 시대였기에 면역 혈청 연구는 더욱 중요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병원체에 감염된 혈액에는 해당 병원체를 특이적으로 공격하는 항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벨기에 출신 면역학자인 쥘 보르데도 면역 혈청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면역 혈청을 체내에 주입했을 땐 혈청이 병원체를 공격하지만, 시험관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탐구했다. 독일의 미생물학자 리차드 파이퍼는 항체가 체내에 들어가면서 병원체를 죽이는 형태로 변한다고 추측했지만, 보르데의 생각은 달랐다.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얻어낸 면역 혈청은 저온 살균 처리 과정을 거쳤다. 루이 파스퇴르가 고안한 방법으로, 이 과정에서 병원체의 독성이 약해지고 부패를 막을 수 있었다. 보르데는 이때 혈청에서 열에 약한 특정 성분이 파괴된다는 점을 짚어냈다. 저온 살균하지 않은 혈청은 시험관에서도 병원체를 공격했다. 열에 강한 항체와 함께 병원체를 죽이는 열에 약한 성분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 독일의 화학자 에두아르드 부흐너는 이 성분을 ‘알렉신(alexin)’이라 명명했고, 오늘날에는 ‘보체(complement)’라고 불린다. 보체는 병원체가 침투하기 전부터 체내에 존재하며, 항체-항원 복합체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병원체를 파괴하는 물질이다. 보체가 항원-항체 반응에 관여하는 경로는 현재까지 세 가지가 밝혀져 있다. 


1898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일하던 보르데는 한 가지 업적을 더 남겼다. 당시 면역학자들은 병원체 침투 시 일어나는 면역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박테리아(세균)를 배양했다. 박테리아는 빠르게 번식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양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면역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항원의 양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박테리아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보르데는 토끼의 혈액을 기니피그에 주사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기니피그 혈액에서 항체가 생성됐고, 이것은 보체와 함께 토끼 혈액의 적혈구를 파괴했다. 토끼의 혈액 속 적혈구가 기니피그에게 항원으로 작용한 것이다. 생성된 항체는 다른 동물의 적혈구는 파괴하지 않았다. 


적혈구는 박테리아와 달리 번식하지 않아 통제가 쉽고, 양을 측정할 수 있다. 게다가 적혈구는 붉은 색소를 포함하고 있어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도 쉽다. 적혈구를 이용하는 면역 실험은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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