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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치료물질

상처 난 자동차, 내일 아침 되니 '멀쩡'

작은 흠집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날개에 흠집이 생길 때, 우주선의 외벽에 균열이 생겼을 때는 탑승객 전원의 목숨이 위험하다. 만일 이런 물질이 사람의 피부처럼 자기 스스로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복구하는 ‘자기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안전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런 기술은 실제로 개발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몇 년이 지난 건물도 새것처럼 깨끗할 것이다. 자동차 흠집이 자동으로 복구되는 세상이 오면 자동차 수리점의 일거리도 줄어든다. 빌딩 같은 건축물도 자기 스스로 치료하는 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우주왕복선의 방열판, 고속철도의 선로 등 조금의 균열이 생겨선 안 되는 물질들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2020년 되면 이런 물질이 현실사회에 등장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큰 맘 먹고 산 고급 승용차 표면에 흠집이 나도 하룻밤 이면 새것처럼 고쳐지는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물 모세혈관과 피부 흉내 내 개발



미국 일리노이대 베크만 연구소는 2001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인체의 자기치료 능력을 모방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플라스틱은 균열이 생기면 자기 스스로 망가진 곳을 고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물질 내부에 수많은 마이크로 캡슐이 섞여 있는데, 만약 균열이 생기면 캡슐 역시 깨지며 담아 뒀던 디사이클로펜타디엔(DCPD)이라는 액체 화합물이 새어 나온다. 이 액체 화합물이 깨진 틈새를 메운다. 액체 화합물은 미리 물질 내부에 섞어 둔 촉매와 반응해 다시 딱딱하게 굳어진다. 같은 원리로 금속과 콘크리트도 자기치료물질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캡슐이 이미 깨져 버린 곳은 두 번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2007년 6월 새로운 형태의 자기치료물질을 발표했다.



이 물질은 캡슐이 아니라 사람의 피부처럼 미세한 모세관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곳이든 깨지면 모세관을 통해 치료용 플라스틱 액체를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 같은 곳이 또 갈라져도 몇 번이고 계속해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모세관 자체가 망가질 경우는 복구가 불가능하므로 최대 치료 횟수는 7번 정도다.



이 방법도 한계는 있다. 상처가 심하면 흉터가 생기듯, 사람의 피부처럼 어느 정도는 과잉재생 현상이 일어난다. 망가졌던 곳이 사람의 피부 흉터처럼 우둘투둘 튀어 오르는 것이다. 정밀한 기계장치라면 이런 흉터는 치명적이다.



자기치료 물질을 만드는 방법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묵처럼 만든 ‘겔’을 응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한국 연구팀도 개발에 참여했다. 아이다 다쿠조 도쿄대 교수는 이명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 같은 자기치료물질을 개발해 올해 초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아이다 교수팀은 연구전체를 주관하고, 이 교수팀은 전자현미경으로 물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하이드로겔(물로 만든 겔) 자기치료물질은 재료가 진흙과 물, 그리고 소량의 고분자 유기물질 뿐이다. 진흙 2~3%와 물을 섞어 자기치료물질을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하이드로겔을 두 개로 자른 다음 다시 하나로 붙이자 감쪽같이 복구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끊어지지 않는 인공인대 등을 만드는 의료용 생체재료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10년 뒤 스스로 수리하는 우주선 나올 것”



자기치료물질은 캡슐형 치료 방식을 제안한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시작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2008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NRSC)의 루드빅 리블러 박사가 하이드로겔 자기치료물질과 같은 원리로 복구되는 고무를 개발해 발표했다. 미국 서던미시시피대 마렉 어번 교수도 2009년 게 껍데기에 있는 키토산을 이용한 자기치료 코팅제를 소개한 바 있다.



네덜란드 유럽우주공학연구센터(ESTEC) 크리스토퍼 셈프리모슈니히 박사팀은 동물이 상처를 입으면 처 부위에 일단 피막을 만드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유리로 된 속이 빈 섬유를 만들어 그 안에 수지와 특수 고화제를 넣어 자기치료물질을 만들었다. 이 섬유로 만든 우주선 외피가 손상돼 섬유가 깨지면 속에 있는 액체 접착제가 흘러나와 깨진 부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우주선의 외벽 등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적합하다. 이 연구는 2006년 1월 20일 ‘피조그’(physorg.com) 온라인 판에 소개됐다. 연구팀의 셈프리모슈니히 박사는 “10년 정도면 자체적으로 수리가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기치료물질은 자동차, 항공산업 등 분야에서 응용도가 매우 높은 미래 핵심기술” 이라며 “10년 안에 산업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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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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