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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발전소

걷기만 하면 휴대전화 충전 끝

슈퍼폰(컴퓨터용 그래픽카드 전문 제작회사인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지난 9월 21일 “10년 후 스마트폰은 완벽한 컴퓨팅 기능을 가진 ‘슈퍼폰’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주말 내내 슈퍼폰을 침대 맡에 던져둔 탓이다. 10년 전 스마트폰을 쓰던 대학 시절에는 배터리가 부족해 늘 충전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맸던 기억이 떠오른다.



출근하자마자 슈퍼폰으로 3차원 영상을 편집해 제출해야 했다. 업무시간 전까진 배터리 잔량을 높여야 한다. 트램(도시형전철)을 타면 사무실까지 5분 만에 갈 수 있지만 가벼운 운동도 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신발 뒤꿈치에 있는 ‘압전소자’가 만들어 낸 전기로 배터리를 자동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분 남짓 걸었을까. 벌써 절반 이상이 충전돼 있었다. 이젠 일부러 걷지 않아도 출근시간 전까지 체온만으로 배터리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심장 박동으로 LED TV 켠다



사람은 항상 일정한 열(체온)을 내고, 걷거나 뛰면서도 적잖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혈액이 온몸을 돈다. 이런 모든 것이 에너지다. 과학자들은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을 결합해 이런 에너지를 이용하는 ‘인간 발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2020년쯤에는 평범한 일상생활만 해도 휴대용 전자제품에 쓸 전기를 공짜로 얻게 된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컴퓨터를 충전하려고 어댑터를 가지고 다니는 일도, 길에서 배터리가 떨어져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난감한 일도 겪지 않아도 된다.



현재 가장 각광받는 인간 발전 기술은 ‘압전 효과’다. 10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가장 기대되는 기술이다. 압전 효과란 누르거나 밟는 물리적인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것이다. 압전 효과를 이용한 제품은 이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손잡이를 돌려 불을 붙이는 가스레인지나 한걸음씩 디딜 때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유아용 운동화가 이런것들이다. 과학자들은 이 밖에 무릎 발전기, 체온 발전기 등도 연구하고 있다.



인간 발전 기술이 상용화 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분야는 어디일까. 의료기기 사업이다. 몸에서 미세전력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혈압 측정기나 혈당 센서를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심장박동조절기) 같은, 몸속 의료기기에 목숨을 의지하는 사람도 배터리를 교환하기 위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압전 효과를 이용해 나노 크기의 초소형 장치를 만들면 심장 박동이나 횡격막의 움직임(숨쉬기), 혈액의 흐름 같은 작은 움직임도 전기로 바꿀 수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왕종린 교수는 몸속에 이식할 수 있는 나노 굵기의 산화아연(ZnO) 와이어를 개발했다. 이 나노와이어를 심장에 달면 심장이 뛸 때마다, 횡격막에 붙이면 숨을 쉴 때마다 에너지가 생긴다. 왕 교수팀은 나노와이어를 살아 있는 쥐의 횡격막 근육에 이식했는데, 쥐가 숨을 쉴 때마다 2~3mW의 전압으로 4pA(피코암페어) 정도의 전류가 생겼다. 왕 교수팀은 수많은 나노발전기를 연결해 전기를 모아 LCD 화면을 켜거나 LED 조명을 밝히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2009년 미국 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10대 기술로 선정됐다.







인간 발전 기술, 어떻게 발전할까



10년 뒤, 2020년에는 인간 발전 기술이 어디까지 개발될까. 아직까지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2020년 무렵에는 산업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것이다. 실제로 이런 인간 발전 기술은 현

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나노기술 연구소인 IMEC는 2009년 몸에서나는 열과 주변 빛에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전력 뇌파도 시스템’을 개발했다. 헤드폰처럼 생긴 이 장치는 머리에 쓰기만 하면 사람의 관자놀이에서 발산되는 열이나 주변 빛을 모아 전기를 만든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좀 더 발전시키면 두뇌의 활동을 수시로 감지하는 연구용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박귀일 연구원(박사과정)은 “현재는 약 2V 이상의 전압과 11mW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몸속에 투입해 심장질환 예고 및 치료를 하거나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 제거하는 영구작동 미세로봇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나노발전기가 만든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할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AIST 등 국내서도 연구 한창



압전 효과 연구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역시 산화아연(ZnO) 와이어를 개발한 미국 조지아 공대의 왕종린 교수팀이다. 국내에서는 이건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인간 발전 기술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 교수팀은 인체에 해롭지 않고 압전 특성이 우수한 새로운 형태의 압전식 나노발전기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팀의 압전식 나노와이어는 누르는 힘뿐만 아니라 구부리는 힘에도 반응한다. 기존 나노발전기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티탄산바륨(BaTiO3) 나노 신소재 덕분이다. 지금까지 왕종린 교수 연구팀이 사용했던 산화아연보다 물질 고유의 압전 효율이 10∼30배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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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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