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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이종 장기

“폐가 나빠졌다고? 새 걸로 바꾸렴”

조금 골치 아프게 됐다. 병원에서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은 1년 뒤 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병원비 내역을 들여다보니 소문대로 돼지값 항목이 들어 있었다. 장기이식용 복제동물의 수정란 제작 및 출산, 사육비. 1년이 지나 이 돼지가 어느 정도 자라면 나는 튼튼한 새 위를 갖게 된다.



이런 치료방법이 정말로 현실화 될까. 과학자들은 10년 후, 2020년이 된다면 어느 정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돼지 등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인식하는 ‘바이오 이종 장기’ 기술을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 유래된 세포, 조직,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거나 이런 물질과 인체 외부에서 접촉했던 체액, 세포, 조직, 장기를 이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연구는 2000년대 초 거부반응을 줄인 형질전환돼지를 탄생시키며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최근 영장류 실험을 통해 이식된 이종장기가 장기간 생존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왜 동물의 장기를 쓰는 것일까. 현재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1만 8000여 명. 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사람은 10%에 그친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의학의 발달로 죽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계속 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몸에 쓸 장기를 꼭 다른 동물에서 얻을 필요는 없다. 기계식 인공장기, 줄기세포 분화, 생체조직공학을 이용한 재생법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종 장기 기술은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고, 환자에게 맞춤형 장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부족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장기 기증자를 찾지 못한 신장병 환자가 인공신장을 이용해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2020년 이후 '바이오 이종 장기'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 같은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조작이 해답



이종 장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유전자 조작기술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없앤 장기를 가진 동물을 만들면 된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2년 영국에서 알파갈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탄생시키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 돼지의 신장, 심장, 간, 폐 등을 이식한 결과 이식 거부반응이 수일에서 수개월 지연되는 성과를 얻고 있다.



이식수술 방법이나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기술은 완성단계에 와 있다.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에 갖고 있는 레트로바이러스 (PERV)는 이론상으로 미리 제거할 수 있으며, 염려했던 것보다는 위험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혈액이 딱딱하게 굳는 혈전응고 현상과 여러 단계의 면역 거부반응은 아직 해결해

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어느 정도의 거부반응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환자는 반드시 면역억제제 등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몸 전체의 면역 시스템을 억제하지 않으면서 이식된 장기만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면역 공격을 피할 수 있게 유전자를 제거 혹은 삽입한 돼지를 개발하거나 이식된 장기로 면역 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법, 침투한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품을 개발하는 것 등이다.



 
 
 




 면역거부반응 해결이 숙제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의 역사는 짧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후반에 한 러시아의 귀족이 개의 뼈를 떼어다 머리에 이식한 적이 있다. 1960년대에는 영장류인 침팬지의 심장, 간 등을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하지만 대부분 2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면역거부반응 때문이었다.



특히 동물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알파갈’이라는 당 성분이 치명적이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이 성분을 발견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불과 몇 분 안에 나타난다. 바로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의 몸에 이식하면 순식간에 세포가 허물어지는 증상이다. 만일 어떤 방법을 써서 면역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해도, 아직 숙제는 남는다. 수술 뒤 감염 같은 합병증을 줄이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연구도 더 진척돼야 한다.



이종 장기 개발, 정부서도 총력지원



이 분야의 선구자는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세이치 박사 연구팀이다. 이종 장기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피츠버그대는 데이비드 쿠퍼 박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 중이다. 바이오 기업 ‘리빙셀테크놀로지’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바이오 이종 장기 개발사업단, 장기복제이식기술 개발사업단을 만들어 2004년부터 3단계(1단계 3년, 총 9년)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국내에서도 원래 있던 알파갈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의 면역계로 형질을 전환한 돼지를 생산했다. 이와 더불어 이종 장기

이식 기술을 개발하고 만성 환자를 치료하려는 기술을 산업화하고 있다. 이미 당뇨병 치료를 위해 췌도와 심장판막, 각막 이식은 임상 전 원숭이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신장판막과 각막, 2012년에는 췌도 이식의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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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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