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한국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5년 뒤엔 국내에서 쓰는 석유의 절반을 이곳에서 만들 계획이다. 뉴스를 들은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석유를 공장에서 만든다고?”
이런 일은 결코 꿈이 아니다. ‘대사공학’을 이용해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만들면 가능하다. 대사공학은 사람에게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대사회로, 즉 숨을 쉬고, 영양분을 얻고, 부산물을 내보내며 살아가는 기능을 조작한다. 유전자재조합기술, 분자생물학, 화학공학 등의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이 원래 갖고 있던 대사회로를 증폭, 제거, 변형하거나 아예 새로운 대사회로를 넣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듀폰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첨단 합성섬유 ‘소로나’의 원료 바이오프로판디올을 만들었다. 바이오프로판디올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값비싼 합성섬유 원료인 ‘1,3-프로판디올’이란 물질을 대체한다.
국내에서도 대사공학 연구가 활발하다. 이상엽 KAIST 교수는 GS칼텍스와 공동으로 폐목재, 볏짚, 사탕수수 등을 먹고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만들었다. 바이오부탄올은 기존의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바이오연료로 손색이 없다.
미생물이 석유를 대신한다면 온난화 현상도 줄어든다. 대부분의 온난화 현상은 화석연료의 사용 때문이다. 땅속에 깊이 묻혀있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식물이 잠시 가지고 있던 이산화탄소만 대기로 되돌리는 것이기에 온난화현상이 줄어든다. 또 화학공장을 미생물공장이 대신한다면 유독한 부산물들을 내뿜지 않아 환경오염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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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합성세포로 경제성 확보
이상엽 교수는 “미생물 바이오 공장이 석유화학공장을 대신하려면 높은 생산성과 경제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두 가지 작업이 필수다. 먼저 미생물의 대사, 유전자조절,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아울러 이해해 원하는 대로 조절해야 한다. 둘째,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미생물을 실제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일이다. 실험실에서 미생물로 원하는 물질을 소량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 미생물을 키우면 많은 대사산물이 나오는데, 원하는 것만 나오지 않는다. 부산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걸러내고 원하는 물질을 얻어야 한다. 정제과정을 거쳐 원하는 물질을 얻을 수도 있지만 미생물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가상세포와 합성세포를 이용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가상세포는 컴퓨터에 미생물의 대사, 유전자조절,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설계해 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생물의 대사회로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꿀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정확하고 빠르게 원하는 미생물을 만들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미생물의 게놈을 사람이 디자인한 합성세포를 처음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생산공정에 최적화된 미생물을 마음껏 합성할 수 있어 현재 대사공학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크레이그벤터연구소의 대니얼 깁슨 박사는 “5~10년이면 합성세포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미생물이 만들지 못하는 화합물도 합성세포를 통해 만들 수 있다.
“2020년 고분자화합물 90% 미생물이 생산”
생산성을 높인다면 미생물 바이오 공장이 석유를 많은 부분 대체할 것이다. 세계미래회의는 올해 1월 발표한 미래예측에서 2020년이 되면 미생물이 만든 바이오연료가 현재 미국 수송용 연료 사용량의 30~60%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연구팀은 2009년에 “2020년이면 고분자화합물 시장의 최대 90%를 미생물이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사공학을 통한 바이오소재와 바이오연료의 생산경쟁은 국제적으로 치열하다. 앞서 말한 듀폰사 외에도 세계적 농업기업 카길과 다국적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은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소재와 바이오연료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1992년 설립된 바이오테크 회사인 메타볼릭스사도 미생물의 다양한 변종을 연구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도 대사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을 합성한 KAIST 이상엽 특훈교수가 대표주자다. 이 교수팀은 한우의 반추위로부터 분리한 토종 맨하이미아 균주의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산업적으로 유용한 숙신산을 생산하는 미생물과 생산기반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박영환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사공학으로 개량한 대장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거미 실크 단백질을 생산했다. 아주대 응용학생명공학부의 이평천 교수도 식품, 화장품, 정밀화학 소재로 사용되는 카로티노이드를 만드는 대장균을 대사공학으로 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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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술 못지 않은, 미래기술 5선
인공지능
이런 일은 결코 꿈이 아니다. ‘대사공학’을 이용해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만들면 가능하다. 대사공학은 사람에게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대사회로, 즉 숨을 쉬고, 영양분을 얻고, 부산물을 내보내며 살아가는 기능을 조작한다. 유전자재조합기술, 분자생물학, 화학공학 등의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이 원래 갖고 있던 대사회로를 증폭, 제거, 변형하거나 아예 새로운 대사회로를 넣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듀폰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첨단 합성섬유 ‘소로나’의 원료 바이오프로판디올을 만들었다. 바이오프로판디올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값비싼 합성섬유 원료인 ‘1,3-프로판디올’이란 물질을 대체한다.
국내에서도 대사공학 연구가 활발하다. 이상엽 KAIST 교수는 GS칼텍스와 공동으로 폐목재, 볏짚, 사탕수수 등을 먹고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만들었다. 바이오부탄올은 기존의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바이오연료로 손색이 없다.
미생물이 석유를 대신한다면 온난화 현상도 줄어든다. 대부분의 온난화 현상은 화석연료의 사용 때문이다. 땅속에 깊이 묻혀있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식물이 잠시 가지고 있던 이산화탄소만 대기로 되돌리는 것이기에 온난화현상이 줄어든다. 또 화학공장을 미생물공장이 대신한다면 유독한 부산물들을 내뿜지 않아 환경오염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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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합성세포로 경제성 확보
이상엽 교수는 “미생물 바이오 공장이 석유화학공장을 대신하려면 높은 생산성과 경제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두 가지 작업이 필수다. 먼저 미생물의 대사, 유전자조절,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아울러 이해해 원하는 대로 조절해야 한다. 둘째,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미생물을 실제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일이다. 실험실에서 미생물로 원하는 물질을 소량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 미생물을 키우면 많은 대사산물이 나오는데, 원하는 것만 나오지 않는다. 부산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걸러내고 원하는 물질을 얻어야 한다. 정제과정을 거쳐 원하는 물질을 얻을 수도 있지만 미생물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가상세포와 합성세포를 이용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가상세포는 컴퓨터에 미생물의 대사, 유전자조절,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설계해 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생물의 대사회로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꿀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정확하고 빠르게 원하는 미생물을 만들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미생물의 게놈을 사람이 디자인한 합성세포를 처음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생산공정에 최적화된 미생물을 마음껏 합성할 수 있어 현재 대사공학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크레이그벤터연구소의 대니얼 깁슨 박사는 “5~10년이면 합성세포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미생물이 만들지 못하는 화합물도 합성세포를 통해 만들 수 있다.
“2020년 고분자화합물 90% 미생물이 생산”
생산성을 높인다면 미생물 바이오 공장이 석유를 많은 부분 대체할 것이다. 세계미래회의는 올해 1월 발표한 미래예측에서 2020년이 되면 미생물이 만든 바이오연료가 현재 미국 수송용 연료 사용량의 30~60%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연구팀은 2009년에 “2020년이면 고분자화합물 시장의 최대 90%를 미생물이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사공학을 통한 바이오소재와 바이오연료의 생산경쟁은 국제적으로 치열하다. 앞서 말한 듀폰사 외에도 세계적 농업기업 카길과 다국적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은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소재와 바이오연료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1992년 설립된 바이오테크 회사인 메타볼릭스사도 미생물의 다양한 변종을 연구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도 대사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을 합성한 KAIST 이상엽 특훈교수가 대표주자다. 이 교수팀은 한우의 반추위로부터 분리한 토종 맨하이미아 균주의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산업적으로 유용한 숙신산을 생산하는 미생물과 생산기반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박영환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사공학으로 개량한 대장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거미 실크 단백질을 생산했다. 아주대 응용학생명공학부의 이평천 교수도 식품, 화장품, 정밀화학 소재로 사용되는 카로티노이드를 만드는 대장균을 대사공학으로 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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