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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램제트 엔진

태평양 2시간 만에 횡단하는 비행기

한국 시간 오전 9시. 미국 시카고 국제공항에서 인천행 여객기가 이륙한다. 미시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지점까지 한 바퀴 돈 비행기는 서쪽으로 방향을 튼 뒤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그리고 가속. 태평양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순간 계기판의 속도계는 마하6(시속 7344km)을 가리키고 있다.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시각은 오전 11시. 1만 500km를 비행하는 데 겨우 2시간도 안걸린 셈이다. 12시 점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여유롭다.



항공기 추진기관을 연구하는 엔진공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꿈이다. 음속의 6배에서 빠르게는 15배까지 낼 수 있는 ‘스크램제트’라는 새로운 극초음속 추진기관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엔진을 쓰면 음속의 20~30배 속력을 낼 수 있지만 산소탱크를 싣고 다녀야 해 민간 항공기를 만들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 연료 대비 효율도 낮다. 따라서 현재 극 초음속 비행기를 가능하게 해 줄 가장 유력한 추진기관 후보는 스크램제트 엔진이다.




 


 
 
[여객기는 반드시 2개 이상의 엔진을 달아야 한다. 하나가 망가져도 비행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스크램제트 엔진은 날개 밑 보다는 동체 아래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초음속 비행기는 거의 대부분 날개가 조금 뒤로 젖혀진 '후퇴익' 또는 삼각날개의 '델타익' 형태로 만들어진다.  공기의 흐름을 비스듬히 받아 안정적으로 비행하기 위해서다.]
 






국제 ‘퀵 서비스’ 등장할까



스크램제트 엔진이 등장하면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으로 좁혀진다.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 데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이틀 전에 출발하는 관행은 사라진다. 다른나라로 급하게 물건을 보내는 ‘국제 퀵서비스’가 등장한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현재 항공기에 쓰는 터보팬이나 터보제트 엔진에서 바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램제트 엔진’이 이미 상용화돼 있다. 램제트 엔진은 음속 이상의 속도에서 공기가 저절로 압축되는 ‘램 현상’을 응용한 엔진이다. 터보제트 엔진이나 터보 팬 엔진에서 공기를 압축할 때 쓰는 공기 압축기와 터빈이 필요 없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램제트를 한 번 더 개량해 속력을 높인 엔진이다. 하지만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추진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현재 연구 중인 엔진은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소는 부피가 커서 장거리 비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스크램제트 엔진은 연료를 초음속 상태로 태우는 기술이 핵심인데, 이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김규홍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공기 흡입구의 온도는 부분적으로 약 3000℃가 된다”며 “현재 장시간 이런 온도를 견디는 구조물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강상훈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료를 벽면 내부에 흘리는 ‘재생냉각법’으로 엔진 내부를 보호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고, 수소 대신 탄화수소(HC) 계열의 연료를 써서 비행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 문제는 램제트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이 초음속 상태에서만 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램 현상이 일어나려면 일단 초음속 환경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기를 음속까지 가속하는 엔진이 추가로 필요하다. 강 연구원은 “복합 엔진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하 5로 200초 비행 성공



미국에서는 이미 2004년 3월 무인항공기로 시험비행까지 마친 상태다. X-43A라는 이름의 이 항공기는 호주 상공 2.9km 상공에서 마하 6.83의 속도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태평양 3.4km 상공에서 마하 9.68로 10초간 비행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올해 5월에는 X-51 무인항공기로 비행 시간 기록을 200초(속력은 마하 5)로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램제트에 로켓 또는 터보제트 엔진을 결합한 복합 엔진은 조금 늦게 상용화될 예정이다. 현재 터보제트와 스크램제트 복합 엔진은 미국이, 로켓과 스크램제트 복합 엔진은 일본과 우리나라 등이 각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0년 후 성능 시험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일본 경쟁 치열, 한국도 나서



스크램제트 엔진 연구가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역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이다. 일본에서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참여하고 2006년 3월 실험용 추진기관을 발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이 2005년부터 엔진 구성품을 개발해 실험하기 시작했다. 항우연은 2009년에는 직접 제작한 엔진으로 일본에서 연소 실험을 진행했다.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는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을 확보한 뒤 2011년부터는 탄화수소를 이용한 엔진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 밖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규홍 교수팀이 스크램제트 엔진을 연구하고 있다.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여객기(상상도)




 
 




 
 
스크램제트 엔진 여객기는 꼬리날개가 없는 델타익(삼각날개) 형태가 될 확률이 높다. 음속의 6배가 넘는 공기저항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날개를 제외하면 길쭉한 유선형 몸체만 남는 단순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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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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