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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휴대폰 - 폰관리 피부관리보다 힘들다


 

기자의 휴대전화는 애플의 ‘아이폰5’. 흰색과 검정색 중 검정색 모델이다.              
산화알루미늄 재질의 새카만 뒤태에 반해 샀지만 정작 지금은 볼 수 없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가 그려진 케이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케이스 덕분에 기자의 아이폰5는 전작만큼이나 크고 무거워졌다.               
다이아몬드로 절삭했다는 수려하던 단면은 어느새 흠집투성이다.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려 차라리 시선을 피한다.      


 
혹자는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이동통신 속도를 바꿔놓았다고. 하지만 잡스가 바꾼 것은 이동통신 환경만이 아니다. 피처폰 시절에는 찾아 볼 수 없던 휴대전화 케이스, 액정보호필름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자인 요소도 있지만, 한 번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면 약정 때문에 2년 동안은 꼼짝없이 동고동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큰 원인이다. 흠집투성이 휴대폰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소비자를 반하게 했던, 이른 바 ‘生폰’의 멋은 두툼한 케이스 뒤로 사라져버렸다. 개발자들이 창조한 그립감은 포장을 뜯던 날 이후
맛본 기억이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처음 만들 때 좀 더 튼튼하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튼튼하고, 흠집에 강하고, 볼수록 멋스럽고, 동시에 가벼운 ‘궁극의 소재’로 말이다.







플라스틱과 메탈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까닭

최신 스마트폰의 바디(몸통)를 만드는 덴 흔히 플라스틱과 금속을 쓴다. 궁극의 소재를 고민하기에 앞서 왜 이런 재질을 쓰는지가 궁금해졌다. 먼저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팬택에 물었다. 삼성전자는 첫 기종부터 최근 출시한 ‘갤럭시S4 LTE-A’까지 플라스틱 바디를 고집하고 있고, 팬택은 이름에서부터 금속 재질임을 강조하는 ‘베가 아이언’을 올해 상반기에 내놓은 바 있다.

두 제조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모두 “고객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로 같았다. 소비자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재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각 재질의 장단점은 어떨까. 먼저 플라스틱은 가볍고 원하는 색상을 얻기 쉽다. 견고함의 문제는 없을까. 삼성전자가 갤럭시S4의 바디를 만드는 데 쓴 플라스틱은 폴리카보네이트다. 삼성전자는 “폴리카보네이트에 탄소 성분을 더해, 일반 폴리카보네이트 보다 300배나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며, “포뮬러원(F1) 레이서가 쓰는 헬멧







광택과 지문은 두 마리 토끼

지문방지 액정보호필름은 표면에 지문(물기와 기름)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 ‘연꽃잎 효과’를 이용한다. 연꽃잎 효과란 연꽃의 잎 표면에 무수하게 작은 돌기가 돋아 있어 물이 묻지 않고 미끄러져 흐르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에는 수~수십μm 크기의 1차 돌기 위에 수십~수백nm 크기의 2차 돌기가 돋은 구조를 이용한다. 필름을 붙였을 때 화면이 이전보다 덜 선명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돌기 때문이다.

필름 위의 돌기가 우리가 보는 빛의 영역인 가시광선의 투과를 방해하지 않으려면 가시광선 파장의 절반 크기인 100~200nm 수준까지 작게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돌기가 작아지면 연꽃잎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상대적으로 큰 1차 돌기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지문방지 기능과 가시광선의 투과(광택)는 한 번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인 것이다.

팬택의 배정헌 기획자는 “지문방지 기능과 광택이 동시에 해결하기 힘든 목표인 건 맞지만 후가공처리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제조사가 예전에 비해 광택은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지문이 덜 묻는 휴대전화 표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 차양의 재료”라고 설명했다. 금속과 차별화된 장점도 있다. 한흥남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배터리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뒷면이 플라스틱 재질이 아니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드럽게 휘면서도 원상태로 돌아오는 탄성이 있어야만 배터리 교환부분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 테두리를 금속으로 두른 베가 아이언 역시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도록 뒷면만큼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다. 반대로 배터리 교
환 기능이 없는 아이폰5는 뒷면을 단단한 금속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단점도 있다. 한 교수는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 특성상 분자 사이에 틈이 많아 이물질이 잘 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색되기 쉽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캔에 든 맥주보다 페트병(플라스틱)에 든 맥주의 유통기한이 더 짧은데, 이것이 고분자 간 틈이 크다
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속은 어떨까. 금속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보다 무거운 대신 경도와 강도가 높다. 충격과 흠집에 더 강하다는 뜻이다. 휴대전화를 만드는데 쓰는 대표적인 두 금속은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이다. 애플 아이폰5의 바디가 알루미늄이고, 팬택 베가 아이언의 테두리 전체가 스테인리스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모두 금속 특유의 질감을 내지만 성질은 판이하다. 먼저 원하는 색상을 내는 데는 알루미늄이 한 수 위다.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에 미세한 홈을 파 도색하기 쉽다. 스크래치나 찍힘 같은 충격을 견디는 데는 스테인리스가 더 뛰어나다.

그러나 스테인리스는 경도와 강도가 더 높기 때문에 알루미늄보다 가공이 어려워 제조 단가가 더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차라리 티타늄으로 만들면 어때

무려 20년 전(1990년)에 퇴역했지만 마하 3.3(시속 4040km)의 기록으로 세상에서 여전히 가장 빠른 유인기인 SR-71 블랙버드. 블랙버드의 속도 비결 중 하나는 동체를 가벼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데 있다. 티타늄은 같은 강도로 강철보다 45%나 가벼우며, 합금으로 만들면 알루미늄 합금에 비해 2배나 더 강하다. 이런 성질 때문에 티타늄은 견고하면서도 가벼워야 하는 골프채, 총에는 물론 인공위성에도 사용한다. 그렇다면 아예 티타늄합금으로 휴대전화 바디를 만들면 어떨까.

한 교수는 “티타늄으로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보다 20배 비싸며, 알루미늄보다는 6~7배 더 비싸다. 견고함으로 무장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가 상향평준화를 이룬 지금, 디자인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리고 바디의 재질은 디자인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재질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장단점이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무게, 견고함, 두께, 가격 등 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마트폰의 궁극적 소재는 무엇일까. 과연 있긴 한 걸까. 사람의 욕심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욕심을 주도한다. 소비자들의 끝없는 불평불만을 만족시킬 휴대전화가 나오는 건 언제일까.



편집자 주
3부를 마지막으로 ‘내 생애 마지막 휴대폰’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럼 작은 충격에도 흠집이 생기는 최신형 스마트폰, 같이 불평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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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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