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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람만큼 똑똑한 컴퓨터가 온다



오전 8시 5분. 한열심 교사가 교무실에 도착했다. 교사용 태블릿 컴퓨터를 켜자 입체영상이 튀어 나왔다. 손바닥만 한 컴퓨터지만 교육청의 슈퍼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언제든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 보조 교사와 수업 내용을 논의할 수 있다.

“오늘 3반 수학 수업이지? 쪽지시험 보는 건 어때?”

“열 문제 준비할까요?”

“그렇게 해줘. 벡터와 스칼라의 차이점을 묻는 개념 문제 두 개. 나머지 여덟 개는 계산문제.”

“열 문제가 준비됐습니다.”

“아~ 날씨 좋다. 수업 끝나면 뭘 할까?”

“응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 컴퓨터는 학교 수업과 관계없는 말은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지시만 해도 쪽지시험 문제를 척척 만들어낸다. 우수학생 특별 수업 전에는 어려운 문제를,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기본 개념 문제를 알아서 뽑아내 준다.

8시 30분. 1교시 수업 시간이다. 교실에 들어가 태블릿 컴퓨터를 교탁에 올렸다. 학생들의 컴퓨터와 연결돼 시험문제를 자동으로 전송했다. 수업 때 아이들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 이름을 알려 주고 ‘상대성 이론을 만든 사람은?’ 같은 간단한 질문에는 스스로 답변도 한다. 수업 중에 교사를 한 명 더 데리고 있는 것 같다.
 
[미국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미스터 왓슨’이 퀴즈게임에 출전해 선전하고 있다. 2010년 현재도 인공지능은 특정분야에선 인간을 이길 만큼 발전했다. 2020년 이후에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계산속도 높여 사람지능 따라 잡는다

인간이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한 지는 벌써 50년이 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늘고 있다.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완벽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직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인간의 두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 과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컴퓨터의 성능이 좀 더 높아진다면 본격적으로 연구해 볼만하다.

현실적인 대안은 컴퓨터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인공지능 기술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복잡한 경우의 수를 모두 지정해 주어야 하므로 조건이 복잡해질수록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가 필요해진다. 앞으로 10년까지는 계산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지능을 흉내 내는 기술 위주로 발전하게 된다. 이 방법으로도 제한된 상황에선 충분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체스 세계 챔피언이던 가리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체스 시합을 벌여 패배한 게 1997년이다. 체스 게임에선 컴퓨터가 인간보다 지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업 구글이 운전자 없이 인공지능으로 달리는 무인자동차의 시험운행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현재 세계최고의 인공지능 컴퓨터로 불리는, IBM의 ‘미스터 왓슨’ 컴퓨터는 퀴즈게임에 관한한 세계 챔피언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양현승 KAIST 전자전산학부 교수는 “지금의 컴퓨터는 보드게임 등 간단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고 있지만 2020년이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수업이나 업무를 보조할 수 있고,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뒤 대변혁기 온다”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수준을 넘어설 수는 있지만 똑같은 능력을 가질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현승 교수는 새와 비행기를 예로 들었다. 하늘을 나는 속도, 수송능력 등 모든 면에서 비행기가 위다. 하지만 새에게는 비행기가 따라잡을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다.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보다 우수해질 날이 오겠지만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계속 빨라지면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 양 교수는 그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봤다. 그는 “어떤 기술이든 조금씩 천천히 발전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대 변혁기를 맞는다”며 “가까운 시기에 변혁기를 맞을 수 있다면 2030년경에는 정말로 인간에 필적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을 하는 전문가는 적지 않다. 인공지능 연구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커즈와일 테크놀로지의 레이몬드 커즈와일 회장은 지난 2007년 방한 때 “2029년이면 사람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등장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가 되면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시 등장할
거라는 설명이다. 두 전문가의 말을 종합한다면 2020년 무렵부터 인공지능 연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2030년 무렵이면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낸 ‘진짜 인공지능 컴퓨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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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 기타

    [도움말] 양현승 KAIST 전자전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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