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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계 접속 기술

생각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고 싶었 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2010 년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환자가 됐기 때문이다. 6년간 실의에 빠져 살았지만 4년 전부터 삶이 크게 달라졌다. 뇌 기계 접속 (BMI) 기술 덕분이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날 휠체어에 옮겨 앉 힌 후 머리에 BMI 헬멧을 씌워준다. 집안 에 있는 여러 기계장치를 생각만으로 조작 할 수 있는 무선 송신기다. 일단 헬멧만 쓰 면 큰 불편 없이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전동 휠체어는 언제든 마음먹은 곳까지 스르륵 움직이고, 생각만으로 TV나 컴퓨터를 마음 대로 쓸 수 있다. 휠체어에는 로봇팔도 붙어 있다. 물건을 집어 들 수 있고, 식사도 마 음대로 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며칠 전엔 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BMI 기술을 이용해 이미 신경이 죽어버 린 내 팔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이 곧 실용화될 거라고 했다. 몇 년 이 더 지나면 내 두 팔과 두 다 리로 좋아하던 농구를 실컷 할 수 있게 되 는 것이다.

 

말하는 강아지 만들 수 있어



국내 BMI 연구는 신형철 한림 대 의대 교수팀이 대표적이다. 신 교수팀은 살아 있는 강아지 가 말을 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먼저 강아지 머리에 뇌파를 인식할 수 있는 전자칩을 장착했다. 그 다음 강아지의 뇌파에 따라 미리 녹음 해 둔 3가지 말 중 하나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 강아지 두뇌 속에는 기분에 따라 다양한 뇌파가 만들 어 진다. 보통은 “제 이름은 맥스라고 불러요”라고 친절하게 답하지 만 어느 날은 “이름은 왜요?”라고 퉁명스럽게 답을 할 수도 있다. 분석할 수 있는 뇌파의 파형이 많아지면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BMI 기술은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 1998년 미국 에모리대 필립 케네디 박사와 로이 바케이 박사는 뇌졸중이나 루게릭병에 걸려 말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꽂고, 적응 훈련을 시켰다. 수 주 동안 훈련을 받은 환자들은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에 있는 글자를 하나 하나 선택해 ‘목이 말라요’ 같은 문장을 조립해 냈다.



BMI 기술을 이용해 기계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2003년 10월, 미 국 듀크대 미구엘 니코렐리스 박사팀은 붉은털원숭이 뇌의 앞부분(전 두엽)과 윗부분(두정엽)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극을 이식했다. 이곳 이 근육 운동을 조절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극을 컴퓨터 와, 컴퓨터는 로봇팔과 연결했다. 원숭이는 몇 주 정도의 훈련을 받고 는 곧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보였다.



2008년엔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이 원숭이의 대뇌피질에 전극을 달 아 로봇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 가 BMI 기술로 인간형 로봇 아 시모의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 여 화제를 모았다.
 


 



 


이런 BMI 기술을 실제로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다. 일단 뇌파 잡음이 문제다. 필요한 동작과 무관한 생각을 하거나, 행동할 의사가 없는 단순한 심리적 욕구를 알아듣지 못 하고 행동으로 표현해 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결국 BMI 현실화는 뇌파를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하고,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기신호로 바꾸느냐가 관건이다.
 


장애인 돕고 극한환경로봇도 조종



장애인이 BMI 기술을 이용하려면 먼저 뇌에 전자칩을 심거나 전극을 꼽아야 한다. 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지만 선뜻 수술대 위에 오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이런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한림대 의대 연구팀은 근적외선을 이용해 뇌세포의 산소 소비량을 읽는 기술을 이미 연구 중이다. 근적외선은 인체에 부작용이 없다. 안과에서 망막의 형태를 검사할 때 실제로 쓰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누구나 헬멧이나 머리띠만 써도 BMI를 통해 말하거나 전자제품 등을 조종할 수 있다.



BMI를 통해 사람의 팔, 다리 신경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기술도 검토되고 있다. 사람의 근육은 신경으로부터 미세한 전기신호를 받아 움직인다. 뇌에서 나오는 운동신호를 뇌파 형태로 읽어낼 수만 있다면, 전신마비 환자도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신형철 교수는 “BMI 기술은 응용 범위가 넓어 인간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두뇌와 기계를 연결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물론 군사용이나 산업현장, 소방수 등 극한 환경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산업용 로봇이나 선박의 조종, 비행기나 자동차 운전을 할 수도 있고, 화재 현장에서도 BMI로 접속한 로봇을 통해 구조작업을 펼 수 있다.

 


BMI 기술의 원리



사람이 생각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때는 반드시 두뇌가 움직인다. 이런 뇌의 활동을 측정해 여러 분야에 응용하는 기술이 BMI다. 전신장애인이 BMI 헬맷을 쓰고 전동 휠체어와 로봇 팔, TV 모니터를 조작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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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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