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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자연과 호흡하는 도시생태 복원

도시에 자연을 불어 넣는다

 

공장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도시. 대기오염으로 국내에서만 연간 45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몸 주변에서 느껴지는 20℃ 전후의 기온,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30-40%의 습도. 거리를 걸으면 상쾌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는 하천에선 고기가 뛰놀고 그 옆 호안에서는 생명이 꿈틀거린다. 높은 빌딩 숲에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녹음, 주택가의 담장과 벽을 휘감는 담쟁이 넝쿨은 정겹기만 하다. 좁은 골목마다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텃밭을 가꾸는 부부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다. 과연 세상 천지에 정말 이런 도시가 존재할까. 기계과 콘크리트 담벽으로 둘러싸인 현대 도시에서 가당키나 한 일일까.

하지만 이런 도시의 환경은 먼 훗날에나 나타날 유토피아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세계 여러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서울과 대구,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생태원리에 기초한 도시
 

도심내 공터를 활용한 텃밭 가꾸기는 도시의 자연순환과 물질순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에서 생태도시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환경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이 개념은 환경문제와 개발이 조화를 이룬 도시모델을 뜻한다. 이 개념이 처음 주창된 것은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고 친자연적인 도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대 환경보존이라는 대립쌍을 풀어보려는 의지가 들어있다.

서방과 제3세계의 경제력 차이, 지리적 특수성에 따라 이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그래서 생태도시는 ‘전원도시’ ‘자족도시’ ‘녹색도시’ ‘에코폴리스’ ‘환경보전형도시’ ‘에코시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물론 불리는 이름에 따라 그 성격도 다르다.

1970-1980년대 활발한 생태복원 노력이 이뤄졌던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눈을 늦게 뜬 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연구자들 사이에 개념 정립이 명확하게 이뤄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전문위원은 “도시의 속성상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시에서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구나 교통처럼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개념 정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자들 사이에 공통된 견해가 있다면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 생태 원리에 기초한 자연 친화적 도시’임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모델이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다. 이 모델은 도시계획과 생태복원기술, 사회철학이 어울려 개인과 사회, 자연의 조화가 이뤄진 새로운 미래의 도시상을 제시한다.

도시생태복원이란 단순히 도시 안에 녹지를 늘리는 개념만은 아니다. 도시의 생태기능을 복원하는 방법은 좀더 다각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보통 도시생태복원기술은 도시 정책과 결합하는 양상은 보인다. 기술과 정책이 서로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을 때 그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생태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기능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5층 안팎의 건물로 이뤄진 도심을 육성해 도시기능과 인구를 밀집시키는 방식이다. 5층은 도시 안에 자유로운 공기 순환 흐름과 적절한 상주인구를 고려한 높이다. 도시기능을 집중시키는 까닭은 도시가 넓어질 경우 그만큼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집중되지 않은 지역을 친자연적 환경으로 바뀌면 그만큼 생태보전지역을 넓히자는 취지다. 도심의 간선도로를 따라 인구밀집지역을 만들고 그외 주변 지역을 녹지와 공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가 그 예다.

또한 교통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 교통전문가들은 “도시를 위협하는 교통문제는 차량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숫자와 속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정 수준의 자동차수와 운행속도만 유지된다면 환경파괴나 교통난을 겪지 않고 편안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국과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는 중앙분리대에 풍선을 설치하거나 도로 주변에 노상 카페를 유치해 속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차량수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통수단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다. 속도제한과 일방통행, 우회도로를 만들어 도심 안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고 그밖의 지역에서 차량을 이용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대중교통수단에 거치대를 설치하고 도시 곳곳에 끊겨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다시 잇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고안된 새로운 도시형 자전거도 많이 보급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되면 자가용>;대중교통>;자전거>;도보 순서로 돼있는 현재의 교통이용 우선순위가 반대로 바뀌어 환경오염과 교통난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좀더 구체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생태복원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생태복원의 노력은 도시의 제모습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개하천의 복원이다. 성장 논리에 묻혀 무분별하게 콘크리트로 덮혔던 도심 하천들의 제모습을 찾아주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도시 생태의 바로미터이자 치수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 대구, 제주도 등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의 주요 하천에서는 복개된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 습지보호협약인 람사조약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습지 역시 도시의 중요한 생태축을 이룬다.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의 도시에는 원래 상당수의 습지가 존재했다. 습지는 토양이 품고 있는 영양물질을 생물에게 제공해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생태계가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성장위주의 도시개발로 콘크리트로 채워지면서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어졌고 도시의 환경 정화기능이 빠르게 상실됐다. 최근 도심에 다시 인공습지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괴된 환경을 되돌린다

콘크리트로 정비된 하천주변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기술도 서둘러 도입되는 추세. 그동안 하천 호안이 콘크리트로 덮여있어 홍수와 지하수 고갈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콘크리트 대신 흙과 돌, 나무 등 천연재료를 사용할 경우 물의 침투가 쉬워져 지하수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늘게 된다. 자연형 하천은 하천 주변에 생태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지하수 고갈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하수와 빗물이 고스란히 하수구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천과 지하로 흘러들어야 할 물이 생활오수에 섞여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결국 도시를 흐르는 하천을 메마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 면적을 더욱 늘리려는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그 방안의 하나로 아스콘 등 특수소재로 도로를 포장하거나, 지붕과 벽면에 담쟁이나 잔디, 나무를 심어 건물을 녹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도시에 산림이나 숲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 녹화는 지하수원 보호라는 측면뿐 아니라 기후조절 기능과 건물 에너지 절약 효과, 공기 정화 기능 등 부가적 기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주차장을 잔디로 깔거나 집집마다 빗물받이를 설치하는 방안, 하수구와 빗물 집수구를 분리해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방안도 빗물 자원을 활용하는 한 방법이 되고 있다. 현재 한해 평균 우리나라 전국토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1천2백76억t. 이 중 7백31억t이 지하로 들어가거나 지표면을 흐르지만 도시지역에서는 상당수가 그대로 하수로 처리되고 만다. 환경기술이 발달한 독일에서는 빗물산업이라고 할 만큼 관련 기술이 발달돼 있다.

이밖에 도시에서 방출되는 오물량을 줄이는 여러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북유럽지역 국가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물없는 화장실이 바로 그런 사례다. 오물이 일으키는 2차 오염을 방지하는 한편 이를 거름으로 활용하는 자연순환형이란 점에서 최근 미래형 화장실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세계적인 변기업체 토토(ToTo)도 최근 엄청난 연구를 쏟아 부으며 친환경형 화장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터를 텃밭으로 꾸며 녹지를 만드는 한편 신선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도시경작도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독일과 영국은 1백여년전 도시농원법 등을 제정해 시민의 권리로 보호해왔다. 도시의 텃밭은 자연스런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기능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사용해 도시 전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안에 실현 가능한 기술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세계의 생태도시

환경 보전과 도시 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성공적인 도시생태계 복원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에코21 편집장 출신인 이노우에 토시히코와 스다 아키히사가 함께 엮어 쓴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사계절)와 박용남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이후) 요시다 타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들녘), 앨런 와이즈먼의 ‘가비오따스’(말)는 성장과 파괴에 맞서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지키려는 세계 곳곳의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 오염을 친환경적 도시계획으로 이겨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슈투트가르트는 약한 바람 때문에 일어나는 오염 문제를 자연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과학적 실험으로 풀어낸 경우다. 자연과 도시건축의 조화로움이 멋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돈을 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을 들려준다. 쓰레기와 농산물을 교환하는 녹색교환이나 버스를 중심으로 한 공공교통망을 통해 도시의 환경오염과 인구과밀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던진다. 성장 위주의 도시 개발이 중심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쳐 ‘생태적 성장’이라는 또다른 화두를 제시한다.

미국의 경제 봉쇄로 절명에 처한 경제를 도시경작을 해 되살려낸 아바나의 사례는 경이롭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쿠바인의 여유로움과 도시 곳곳에 가꿔지고 있는 텃밭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쿠바의 혁명이 아직도 현재형임을 방증한다. 화석연료나 화학비료, 기계를 버린 도시와 그 안에서의 삶이 어떨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디어 돋보이는 도시생태복원기술

1. 바람의 길
 

바람의 길


대부분의 분지형 도시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앓고 있다. 4면이 둘러쌓여 있어 공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형의 특성상 도시가 뿜어대는 각종 매연과 유해가스가 배출될 통로가 막혀있는 셈이다. 바람의 길이란 말 그대로 공기가 들고 나는 통로. 도로 폭과 건물 높이, 건물 사이의 간격을 유체 역학적으로 배치해 주변 녹지에서 바람을 끌어들여 정체돼 있는 도심의 유해 공기를 밀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2. 건물 녹화
 

담쟁이 덩굴의 단열효과^외부 온도에 급격히 반응하지 않아 건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약 30% 정도의 에너지 절약효과도 가져온다.


최근 도시 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 녹지가 부족한 도심 건물 옥상과 벽면에 멀꿀, 모람, 담쟁이 등을 심어 녹지 면적을 늘리는 방안이다. 이 방법은 상업용 건물은 물론 아파트, 주택가 등 도시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건물에 적용할 수 있어 도시 미관과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각종 동식물의 먹이사슬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도심의 공기 정화 기능을 하는 등 여러면에서 유용한 측면이 많다. 최근 오존 방출이 문제가 됐던 플라터너스 한그루도 하루평균 3kg 내외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2.6kg의 산소를 방출해 시민 3명이 하루종일 숨실 공기를 만든다는 사실은 도심 녹화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3. 지하수 수원화
 

지하수 수원화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지하수를 생태하천의 수원으로 이용하는 기술. 지하수 자원 고갈과 획일적인 치수 시설로 하천 수량이 줄어드는 건천화를 막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하수구로 고스란히 빠져 나가는 지하수를 하천으로 흘려보내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지하철과 대구 지하철 일부 구간에서 지하수 자원의 활용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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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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