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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조용한 공간 창조하는 소음제거기술

듣기싫은 소음이 아름다운 화음된다

얼마전 미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미국 어린이 1백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음성 난청이란 허용치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경우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는 질병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에서 1억2천만명 이상이 소음에 의한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소음은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들은 수많은 소음원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자동차의 배기소음이나 타이어의 마찰음, 항공기 엔진소음, 공장의 기계소리에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는 이런 큰 소음보다 실내에서 발생하는 소음들이 오히려 골칫거리다. 그렇다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문명의 이기를 소음을 없앤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작지만 우리 생활환경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마 줄여보려는 여러가지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소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우선
 

소음제거기술은 우선 소음의 파형을 정확히 분석하는데서 시작된다.


보통 음파는 10dB(데시벨)증가할 때마다 소리강도가 2배씩 증가한다. 이를 환산하면 70dB의 소리는 60dB 보다 2배 더 강하게 들린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대화할 때의 음량은 평균 60dB, 도로소음은 80-90dB 정도다.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달리는 모터사이클의 경우 1백20-1백40dB, 비행기 이착륙소리는 1백40-1백50dB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생활소음 중 75dB 미만의 소리는 아무리 오래 들어도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90dB 이상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정도 크기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이 차츰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MP3 플레이어나 일부 휴대전화들은 볼륨을 최대로 높일 경우 1백dB 이상의 소리를 낸다. 이런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일상 소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대다수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제품 설계 단계나 시운전 단계부터 소음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설계 전단계부터 제품 구조나 사용되는 소재의 성질을 연구한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소음의 성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개 그런 분석에는 컴퓨터 분석장치가 사용되는데, 제품의 각부분과 전체 구조를 면밀히 측정해 소음의 원인을 찾아낸다. 제품의 시운전 단계에서는 좀더 정확하고 체계적인 소음 측정과 분석이 이뤄진다. 최근 소음원을 추적하는데 가장 많이 애용되는 방식이 소리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음향홀로그래피기법이다. 정확한 음원의 위치와 소리의 형태를 나타내거나 시간과 거리에 따라 파형이 바뀌는 모양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영상으로 표현한다. 이 기술을 소음 분석에 사용하면 소음의 특성을 눈으로 보면서 좀더 정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음의 원인을 찾고나면 실제 소음을 줄이는 단계로 들어간다. 그중 능동소음제어(Active Noise Cantrol)기술은 가장 대표적인 소음제거기술에 속한다. 이 능동소음제어기술에서는 소음의 파동과 크기는 같지만 반대위상(-90˚)의 음파를 중첩, 서로 상쇄시켜 소리의 음영지역을 만든다. 파동의 물리적 성질인 중첩과 상쇄간섭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주파수의 소음을 골라 제거할 수 있다는데 있다.

하지만 능동소음제어 방식은 여러가지 한계가 많다. 파동이 복합적인 형태를 띨 경우 반대위상의 음파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음을 탐지해 분석한 뒤 반대음파를 만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지연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완벽하게 소음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미 조지아공대 켄 쿤페어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능동소음제거기술을 이용해 브레이크 정지음을 없애는 동력계(dynamometer)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제동시 발생하는 브레이크 소음을 완벽히 없애준다.


값싼 소음제거기술도 나와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여러가지 한계가 많다. 또 이것이 가능해진다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자동차 소음을 1dB 줄이는데는 1억원이 든다고 한다. 게다가 소음을 60dB 정도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데 연구자들의 고민이 있다. 그 차이를 느낄 만큼 소음을 줄이려면 10dB미만으로 낮춰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다시 비용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막대한 비용 문제는 생산자들을 결국 난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대신 불쾌감을 없애는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물론 소음이 완벽히 사라지기 원하는 일반인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개발한 기술이 음성 품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소음의 음파를 변형해 사람이 듣기에 편한 소리로 바꿔준다. 음의 크기가 아닌 파형을 변형하면 같은 크기라도 다른 소리처럼 들리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방식으로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않더라도 그 성질만 바꿔주면 얼마든지 듣기 편한 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해냈다.

음질개선기술은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기 시작했다. 그중 자동차 실내 소음 차단과 전자 제품에 적용된 기술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음 전체를 없애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인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소음만 줄이거나 없앨 경우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차량의 오디오 스피커도 자체 소음과 외부 소리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음질개선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또 좋은 차일수록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작고 둔탁한 소리 역시 소음전문가들의 정교한 튜닝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이런 음질개선기술도 철저한 과학적 분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일단 정확한 파형을 알기 위해 소음을 정확히 감지해 저장해야 한다. 그뒤 음질변환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저장된 소음을 변형해가면서 듣기 좋은 음을 찾아낸다. 그 결과는 제품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돼 다음에 제작되는 제품부터 적용한다.

이젠 소음도 상품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 엔진에서 나는 소음을 듣기 좋은 소리로 변형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음 외에도 집의 문짝이나 아침에 먹는 씨리얼도 듣기 좋게 소리를 조작한 사례다.


최근 음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더 민감해지는 추세다. 실제 제품에서 나는 소리만으로 전체 품질을 평가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소음방지기술은 소리를 줄이기 보다 음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그에 힘입어 소리를 디자인해 상품화하는 경향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계적 모터사이클 전문업체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의 배기음을 말발굽 소리로 디자인한 독특한 사례로 손꼽힌다. 음의 크기를 줄이기보다는 이를 적절히 변형시켜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로 만들어낸 재치가 돋보인다. 그 소리를 좀더 상세히 분석해보면 공회전시 파동이 초당 5.6회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20대의 젊은 사람이 운동 직후 뛰는 심장 맥박수의 2배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람의 심리를 잘 활용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소음은 아니지만 물 흐르는 소리를 욕실 용품에 적용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사례도 있다.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기술들은 최근 공동주택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아침 식탁의 단골 메뉴로 올라오는 씨리얼도 씹을 때 부서지며 발생하는 경쾌한 소리로 소비자의 식욕을 돋우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이처럼 앞으로 소음의 개념은 새롭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보다 더 발전한 음질개선기술은 소음을 듣기 좋은 소리로 바꿔주는 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예술로 승화하는 데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소음의 효과를 새로운 쪽에 이용하는 기술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사람 두뇌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음향 패턴을 개발해 이를 학생들의 공부방이나 교실에 틀어주는 방법도 연구될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소음성 난청환자를 양산하던 산업현장은 이런 소음제거기술과 음질개선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쾌적한 작업환경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소음이 듣기 좋은 화음으로 들릴 때가 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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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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