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활용률 100%를 목표로

워드프러세서 전도 1년

새제품이 나왔다 해서 종전것을 무조건 업수히 여겨서는 안된다. 일단 제품을 선택하고 나면 그 제품의 모든 기능을 습득해 완벽하게 활용하는 태도를 기르자.

매일 한뭉치씩 접수되는 우편물을 펼치다 보면 각종 판촉을 위한 광고지가 많이 들어 있다. 도서 혹은 복사기 에어콘 성가구(聖家具)등. 그 가운데 눈에 띄게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르모'(word processor)다. 여려종류의 타자기 광고가 있었지만 유달리 관심을 끌었고 사용하기에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값이 비쌌다. 1백20만원. 사용하고 있던 타자기에 비하면 거의 5배에 달했다. 그러던 중에도 그 광고지는 마치 독촉이라도 하듯 몇번이나 더왔고, 드디어는 재직회를 소집하여 구입의 필요성을 말하고 구입을 결정했다. 갖고 있는 타자기는 중고값으로 치고 나머지는 카드를 사용, 1백5만원에 구입했다.

르모가 손에 들어오자 마치 새자동차가 차고에 세워져 있는듯 마음이 설레었다. 가져온 날부터 책을 보고 조작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느때는 새벽 2시가 넘도록 작동법을 익히느라 씨름한적이 있고 또, 주보를 찍기 위해 새벽예배를 마치고 계속해서 일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조작법을 이해할 수 없어 구입처에서 사람을 불러와 배우기도 했다.

르모와 가까와진지 10개월이 되었다. 르모와 이제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조작법도 어느정도 읽혀 주보를 비롯 여러가지 문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이 든 것이다. 이제는 손님이 오면 마치 가족을 소개하듯 르모를 소개한다.

반갑기는 하지만 섭섭한 생각이 앞서


전용기 최대의 단점은 화면이 작다는 것이다.


어느날 반갑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소식을 들었다. 로모II가 새로 개발되어 판매되는데, 르모I은 이제 반값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로모II의 화면을 보니 르모I보다 크고 활자의 확대, 히브리어 입력 등 몇가지 보완된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새로운 것을 개발하여 첨가했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때문에 르모I의 값이 반년도 안되어 반값이 되었다 하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르모가 더좋게 나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조금도 싫어지는 마음은 없다. 다만 생산자측에서 르모I을 생산치 않는다고 수리를 외면하거나 서비스가 소홀해질까 염려된다. 르모I이 고딕체를 못써도, 영어 필기체를 표현치 못해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첨단기기 부문에서 조금더 성능이 좋은 것이 나왔다하여 종전 것을 팽개치는 태도는 생각해볼 일이다.

다만 화면이 좀 커졌으면 하는 마음이며, 직접 타자기와 같이 찍어넣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또한 제품이 아담한 만큼 배터리를 사용해서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느 때나 사용할 수 있었음 좋겠다.

르모가 아무리 싸게 된다해도 고가로 산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다만 산지 1년도 되지 않은 것을 교환해 주지도 않는다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친구 목사님이 찾아왔다. 집에 복사기를 보고서는 '저것이 그것이냐?'고 물었다. 그만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워드프로세서를 잘알지 못한다. 나는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에게 워드프로세서를 소개한다. 꺼내서 커서를 움직이며 크고 작은 글씨를 만들고 한자와 영어도 쳐보이고 종으로 횡으로 사체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남들은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르모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충분히 활용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약어의 사용, 외자인쇄 등. 만일 그러한 활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더욱 정이 갈 것이라 생각된다. 나 자신은 적어도 3년 이상 아니 그보다 더 오래 르모를 사랑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해서 종전 것을 반값으로 떨어뜨리는 기업측의 단기적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주고 싶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순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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