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섬유 ㆍ스마트폰 여기 혹시 인터넷 안 써보신 분 있으신가요? 이곳은 인터넷을 통한 광통신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실입니다. 광통신은 오늘날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죠. 대한민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95%가 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엔 10%가 채 안된다고 해요. 같은 시대에 살지만 정보의 격차가 이렇게 큽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터넷을 가능케 한 기술이 과연 무엇일까요? 방금 ‘공유기’라고 대답한 분 누구죠? 정답은 광섬유입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각각 광케이블이라는 거대한 광섬유 다발과 연결돼 있습니다. 광섬유는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매우 얇은 관인데요, 광통신은 이런 광섬유를 통해 레이저 형태의 빛을 전송합니다. 정확히는 레이저의 강약을 이용해 0과 1 디지털 신호를 보내요. 레이저는 일반적인 빛과 달리 빛의 진행 방향, 파장 등이 가지런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레이저를 광섬유에 실어 보내면 1초에 40기가비트(0또는 1의 디지털 신호 400억 개)의 정보를 손실 없이 전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하나의 파장의 빛을 사용할 때고요, 조금씩 파장이 다른 100개의 빛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그 100배, 즉 1초에 4테라비트(디지털 신호 4조 개)를 보낼 수 있습니다. 신기하죠?
사실 여러분들에게는 인터넷이라고 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이 훨씬 친숙할 겁니다. 무선 인터넷은 마이크로파라 불리는 전자파를 이용하는데, 빛이 곧 전자파입니다. 전자파의 파장(주파수)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뿐이에요. 최근에는 무선 인터넷 속도도 초당 1기가비트가 넘습니다. 무선 통신 중간에 기지국과 같이 광섬유 기술을 적용한 장치를 써서 통신 효율을 최대한 높였거든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볼 때 요즘은 거의 끊기는 일이 없잖아요. 세상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광컴퓨터 여러분 ‘광컴퓨터’라고 들어보셨나요? 광컴퓨터는 계산을 할 때 전기신호가 아니라 빛을 사용하는 컴퓨터입니다. 광컴퓨터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어요. 일단 빛은 전자처럼 서로 간섭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내에서 정보를 보내고 받을 때 빛의 경로들이 교차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또 빛을 이용하면 컴퓨터가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을 정보의 ‘병렬 처리’라고 하는데요. 여러분이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는 사진을 전송할 때 이것을 여러 개의 픽셀로 쪼개 정보를 하나씩 처리합니다. 그런데 광컴퓨터는 모든 픽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방금 한 분이 광컴퓨터를 어디 가면 살 수 있냐고 질문을 주셨어요. 저희 회사가 있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도 광컴퓨터는 팔지 않는답니다(웃음). 과학자들은 1960년대에 광컴퓨터 연구를 시작하면서 2015년쯤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광컴퓨터에 들어가는 광소자를 만드는게 어려웠습니다. 특히 빛 정보를 연산하는 광 CPU 소자를 아주 작게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인텔에서 만든 반도체 CPU칩을 보면 손바닥 반 만한 칩 1개에 10억 개의 정보 연산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거든요. 이런 걸 광소자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소자를 얼마나 작게 만들어야하는지 감이 오시나요?
광컴퓨터와 좀 다른 개념이지만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란 것도 있습니다. 여기에도 빛이 사용됩니다. 양자컴퓨터는 빛과 원자 혹은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데, 대용량의 병렬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연구개발 중이지만 이게 성공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현재의 컴퓨터로는 우주의 나이만큼 많은 시간동안 계산해도 못 풀 암호를 단 몇 시간 만에 풀어버리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태양전지 빛은 태초부터 인간 세상을 밝혀왔죠.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태양빛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습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태양의 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양전지를 보려면 자동차를 타고 농촌에 가야했습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 가거나요.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태양광 텐트나 태양광 충전 가방도 나옵니다. 아, 여기에도 태양광 충전 가방을 들고 오신 분이 한 분 있네요. 이게 다 효율 문제를 극복한 덕분입니다.
요즘 ‘핫’하다는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는 최근에 태양전지 ‘마(魔)의 효율’이라는 20%를 넘겼습니다. 현재 기록이 20.1%로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25~26%를 바짝 추격하고 있죠. 염료감응형태양전지도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할 만합니다. 염료감응형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과 원리가 비슷합니다. 아시다시피 식물의 세포에는 녹색을 띠는 엽록소라는 색소가 들어있는데, 이것이 태양광을 흡수해 식물이 광합성을 합니다. 연료감응형태양전지에선 염료가 엽록소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나노 분자 크기의 유기 염료가 빛을 흡수하면서 전자를 내보내고,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입니다. 재밌는 건 이 염료를 조절하면 태양전지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힐 수 있다는 겁니다. 건물의 내·외벽 장식재로 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투명하게 만들어 유리창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장착한다면? 네, 더 이상 충전기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TV 빛 기술이라고 하면 TV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T V까지 빛 기술로 치는 건 좀 너무하다고요? 모르는 소리십니다. 이번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Emitting Diode, OLED) TV와 양자점(quantum dot) TV를 소개할 건데요. 먼저 OLED TV를 보시죠. OLED라고 하면 발광다이오드(Lightemitting diode, LED)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LED는 인간의 전등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광원이니까요. 그런데 LED와 OLED는 재료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LED는 질화갈륨 같은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 만드는 반면, OLED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이용합니다. 둘 다 ‘자체발광’ 소자이긴 해요. OLED TV는 패널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별도의 백라이트 광원이 필요 없습니다. 얇고 가볍고 열이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존 TV가 실제 자연의 다양한 색의 범위를 70%까지 재현할 수 있다면 OLED TV는 색 재현율이 100%라고 해요.
하지만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TV가 있었으니, 바로 양자점 TV입니다. 양자점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정도로 작은 나노입자로 구성된 반도체입니다. 빛을 비추면 나노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다양한 색상의 빛을 다시 발산하죠. 양자점 TV는 이런 나노입자의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어 아주 섬세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LCD TV에서 광원인 LED 램프와 화면 사이에 양자점 필름 한 장만 덧붙이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스마트 워치 이번엔 건강을 지키는 데 활용되는 빛기술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스마트 워치에 대해선 들어보셨죠. 스마트 워치는 대부분 헬스케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동량이나 심박동을 재서 시간처럼 알려주는 거죠. 그런데 시계가 도대체 어떻게 몸속 심장 박동을 알아내는지 궁금하신 적 없었나요? 맥박 때문에 피부가 떨리는 것을 빛으로 측정하는 원리입니다. 또는 더 나아가서 광혈류측정기(PPG)라는 것도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시계는 보통 손목에 차죠. 광혈류측정기는 손목에 흐르는 혈액, 정확히는 혈관을 지나는 적혈구의 양을 측정합니다. 혈관속 적혈구는 녹색 LED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거든요. ‘애플 워치’ 같은 스마트 워치는 사용자의 손목에 녹색 LED 빛을 쪼여 혈액이 이 빛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즉 적혈구가 얼마나 많은지를 잽니다.
펨토초 레이저 치료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술은 레이저입니다. 레이저는 신경외과, 내과, 비뇨기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거의 모든 의과학 분야에서 안 쓰는 곳이 없습니다. 레이저는 빛 중에서도 생체조직과 상호작용이 가장 잘 일어나거든요. 라식수술과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할 때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 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레이저메스라고 해서 수술용 메스 대신 사용하기도 합니다. 뇌나 간은 수술할 때 출혈이 심하고 봉합이 어렵거든요. 레이저 빛을 봉합부위에 쪼이면 혈액이 응고되면서 자연스럽게 지혈이 이뤄집니다. 반대로 협착이 된 동맥 부위를 뚫거나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에도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의학에서 빛의 역할이 의외로 참 크죠.
하지만 레이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1000조분의 1초 동안만 빛나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섬광 ‘펨토초 레이저’가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거든요. 펨토초 레이저는 쏘는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빛을 쏴도 그 지점 외에는 따로 손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세포에 200n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뚫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포를 죽이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죠.
머지않은 미래엔 몸속의 3차원 영상을 촬영할 때도 펨토초 레이저를 활용할 겁니다. 펨토초 레이저는 다양한 파장의 빛들을 포함합니다. 즉 몸에 쪼이면 각각의 빛이 피부에 반사되면서 반사광 ‘메아리’를 만들어냅니다. 이걸 분석하면 피부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겠죠. 두고 보세요. X선 한 가지 빛만 이용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할 기술입니다.
그밖에도 빛 기술은 다양합니다. 여러분들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외형 역시 레이저 빛을 쪼여 가공한 것이고요. 가상현실 게임이나 3차원 홀로그래피 영상도 모두 빛으로 이뤄집니다. 스텔스 전투기나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는 또 어떻고요. 다 얘기하자면 밤을 새야할 걸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뒷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