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0. 사고율 제로에 도전한다 충돌방지기술

지능형 자동차는 미래의 생명보험

 

혼다는 회사를 상징하는 H마크 엠블렘에 레이더를 설치했다. 충돌이 감지되면 차량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안전띠를 조여준다.


자동차 보유 대수 1천4백60만대, 생산량 세계 5위인 ``자동차 왕국`` 한국. 이제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좀더 강력하고 새로운 차에 대한 소비자의 끊임없는 요구는 자동차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차의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안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안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안전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심적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교통사고 피해 건수는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24만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망자만 7천2백명, 부상자도 38만명에 달했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 동안 6백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천명 이상 죽거나 다친다는 얘기다. 이런 통계를 놓고 보면 충돌방지기술을 강조하는 것이 결코 소비자들의 과민반응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첨단 차량 안전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사고 예방에 초점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충돌방지기술을 습득한다.


어떻게 하면 자동차와 보행자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엔지니어들은 종전의 개념과는 다른 좀더 적극적인 안전을 생각하게 됐다. 지금의 기술이 충돌이 발생했을 때 탑승자의 피해를 줄이는데 한정된 수동적인 개념이라면 앞으로의 기술은 충돌을 미연에 예방하는데 주목한다.

새로운 충돌방지기술은 운전자가 운행상황을 한눈에 파악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목표를 둔다. 보통 차량 안전기술은 충돌 전·중·후의 3단계로 나뉘어 개발되는데 세가지 기술을 모두 적용한 차량을 ASV(Advanced Safety Vehicle)라고 한다. 또한 이 중 충돌전 안전기술은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술은 운전자 혼자 힘으로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 차가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작동하게끔 고안됐다. 이런 능동 개념의 안전기술이 완벽하게 차량에 실현되려면 각종 첨단 센서와 작동장치, 차량 네트워킹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 돼야만 한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사고예방기술의 경우 본격적인 양산 단계, 사고회피기술의 경우 아직 개발 단계라고 평가한다. 예방기술은 각종 카메라와 첨단 센서가 위험 상황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로, 차선이탈이나 사각지대를 감시하거나 졸음운전을 경보하는 장치가 이에 속한다.

이 중 상황인식시스템은 차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가 도로 위의 장애물, 보행자, 표지판, 신호를 판별해 상황을 분석하고 위험을 알리는 장치로 이미 일반에 잘 알려져 있다.

사각이 생기는 후방감시거울(백미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각 방향에 카메라를 붙인 후측방 경보 시스템도 잘 알려진 사고예방기술이다. 또 손으로 에어컨이나 라디오를 켜고 끄다 일어나는 사고도 줄어들 전망이다. 차의 모든 기능을 목소리로 작동시키는 차량 음성인식장치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예방기술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는 반면 회피기술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다. 도요타와 혼다, 벤츠와 BMW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오래 전부터 사고회피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도 이들 메이커의 연구소에서는 센서와 제어 실험을 통해 위험 상황을 회피하거나 사고 피해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프리세이프 시스템과 차간거리 제어장치, 긴급 제동 정보 제공시스템은 비교적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충돌전 안전띠를 자동적으로 감아줘 탑승자의 신체를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기술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차량 전방에 부착된 레이더가 앞차와의 거리와 상대 속도를 감시해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레이더와 감지 센서를 이용해 앞차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엔진 연료 밸브와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기술도 차량간 접촉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에 사고 상황을 미리 알려 2차 사고를 방지하는 경보 장치나 차량의 탈선을 막는 차선유지 시스템도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막아주는 똑똑한 자동차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수년간 각종 안전 센서를 차량에 탑재해온 메르세데스가 지난해 프리세이프 시스템을 도입한 S클래스 세단을 출시했다. 이 장치는 충돌이 임박했을 때 안전띠를 강화하고 좌석 기울기를 최적의 안전 위치로 조정해 탑승자를 보호한다.

BMW, 도요타에서 개발 중인 다른 시스템 역시 충돌사고 방지를 위해 레이더를 채택하고 있다. 혼다도 자국내 판매 차량인 인스파이어와 미니밴 오디세이에 이런 기능들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혼다는 회사를 상징하는 H마크 엠블렘에 레이더를 설치해 충돌이 감지되면 차량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고 안전띠를 조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닛산의 고급 승용차 시마의 경우 차앞에 달린 전하결합소자(CCD)카메라가 차선을 인식해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핸들에 반대방향의 힘을 가해 탈선을 방지한다. GM 캐딜락 드빌에는 어두운 길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물체를 적외선으로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야시장치’가 장착됐다.

최근 NTT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는 차세대 무선기술인 초광대역통신(UWB)을 도입한 충돌방지 레이더를 선보였다. 악조건에서도 위치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방의 자동차나 보행자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센서로는 그만이다.

차세대 첨단 기술의 실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컨셉트카가 애용된다. 볼보 SCC2는 자동차 안전 장치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볼보의 컨셉트카다. 내부에 부착된 센서가 운전자의 눈의 위치를 감지해 자동으로 시트, 스티어링 휠, 미러, 페달, 변속기, 계기판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른 차가 운전자의 사각에 있을 때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는 고성능 백미러가 돋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도 도로상황과 시장여건, 기술력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해 선택된 관련 기술의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현대 모비스의 경우 ABS브레이크 시스템보다 한단계 향상된 첨단제동장치인 ESP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운전자 시야 정면에 정보시스템을 집중시킨 전방표시장치(HUD)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위의 기술에서 볼 수 있듯이 미래 자동차들은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는 능동적인 개념의 안전장치들을 도입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위급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이 적극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이 실현된 미래의 도로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여유롭고 편안한 공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 미래가 이제 서서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미래 삶을 확 바꿀 10대 웰빙 테크놀로지
과학동아가 선정한 10대 웰빙기술
01. 행복을 알약으로 먹는다 해피드럭
02. 무공해 식단 꾸리는 생물 농약
03. 과학을 입는다 스마트 의류
04. 눈과 귀 창조하는 인공시청각
05. 자연과 호흡하는 도시생태 복원
06.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 바이오시그널 모니터링
07. 사람 마음 읽는 감성컴퓨터
08. 미래형 족집게 진단장비 생체자기센서
09. 조용한 공간 창조하는 소음제거기술
10. 사고율 제로에 도전한다 충돌방지기술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황관식 선임연구원

🎓️ 진로 추천

  • 자동차공학
  • 기계공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