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바람이 부는 한반도는 거의가 풍력발전의 적지이다.
풍력발전의 역사적 배경
바람은 인류가 불을 사용한 역사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이용돼 왔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중국의 황하연안에 양수기로 활용했던 천진풍차가 있었으며, 기원전 17세기 바빌로니아(함무라비 왕조)시대에는 관개수로에 응용한 흔적이 있었다. 또 기원전 200년경 페르시아에서는 바람의 힘을 방아(곡식 찧는 기계)의 동력으로 사용하였고, 바이킹의 대명사인 수많은 범선들은 19세기 말까지도 5대양을 횡단하였다. 네덜란드의 풍차는 설명의 여지가 없는 풍력이용의 예. 이외에도 도처에서 바람의 이용 흔적은 허다하다.
동력원으로서의 바람에너지는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지속적이며 표준화된 동력원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전근대적인 유물로 화하고 말았다. 즉, 저렴한 석탄과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개발, 대중화된 반면에 바람의 이용이나 개발은 중단되다시피 된것.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유엔식량에너지기구 및 학계 등에서 '화석연료자원의 한계'를 발표한 뒤부터 세계 도처에서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게 되었다. 이에 따라 무한한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손쉽고도 경제적인 풍력발전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활발해졌다. 특히 1970년대의 1차 오일파동 이후에는 선진각국들이 앞다투어 풍력발전기 개발에 전력투구, 1980년대 초에는 몇몇 업체에서 상품화하여 보급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 덴마크 영국 캐나다 일본을 위시 소련 호주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및 산유국인 중동까지도 하루가 다르게 풍력발전기의 개발 내지는 보급이 붐을 이루고 있다.
풍력발전의 원리
풍력발전의 학술적 기원은 1687년에 발표한 '뉴턴'의 저서 '자연철학과 수학적 원리'에 수록된 운동의 제2법칙과 질량보존의 법칙으로부터 비롯된다. 18세기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법칙들을 에너지(힘)에도 적용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던 중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인 '제임스 줄'에 의해 '유체점성마찰이론'이 세워졌고 이것을 바탕으로 독일의 젊은 과학자 '헤르만 폰 헬므홀쯔'에 의해 에너지보존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이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수많은 응용과학자들에 의해 바람의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기계적 에너지를 열 또는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가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화석연료와는 달리 바람의 에너지는 매우 불규칙하여 이를 일정한 에너지로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풍속 뿐 아니라 풍향도 수시로 변하고 지역의 특성에 따라 바람의 절대치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의 연구가 급진전된 것은 항공공학과 컴퓨터공학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공법과 신소재의 개발 덕분이었다. 드디어 1980년대에 이르러 바람을 이용, 에너지를 생산할 목적의 풍력발전기가 개발됐다.
그러나 풍력발전기의 개발은 거의 완벽에 가까와졌으나 사용처(설치장소에 따른 자연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바람의 에너지에 기종을 맞혀야 하는 보급의 체계적인 시스팀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예를 들면 회전자 날개의 수 및 크기, 지지대의 높낮이, 발전기의 정격출력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 및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곳이나 일정하게 규격별로 설치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성에도 문제가 되는것이다.
이같은 보급기술상의 문제점 역시 최근에는 거의 해결돼 이제는 완벽에 가까운 보급전문회사가 구미 여러 나라에서 생겨났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 시스팀을 갖추고 있어 상업적으로도 크게 발전해가는 추세다.
풍력발전의 원리나 시설은 간단하다. 송전탑같은 거대한 탑위에 바람개비(회전자)를 달아놓고, 바람에 의해 바람개비가 돌면 그 힘으로 전기를 생산해는 것이다.
바람개비의 날개는 보통 2개 내지 3개 이며, 재료로는 알루미늄이나 화이버 글라스 등이 사용되고 있다. 바람개비는 재질이 가볍고 비바람에 오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 바람개비는 커야 하는데, 회전할 때의 면적이 축구장만한 것도 있다. 바람개비를 매단 탑은 쓰러져서는 안되므로 튼튼해야 하며, 발전기(모터)는 약한 바람에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개발의 역사와 각국의 현황
여기서 풍력발전기의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고 각국의 개발현황을 알아보자.
1차 대전 후―당시의 기술 수준은 매우 미약하여 1KW규모 정도였다. 바람의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킬 때 가장 중요한 부분중의 하나인 회전자의 날개를 프로펠러형으로 개발하고부터 풍력발전기의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1935년―미국의 '팔머 C 푸트남'이 1.25MW급을 제작, 설치하여 1천1백 시간 가동 후, 고장(후방형, 28.7 RPM, 스테인리스 강판, 직경 26.7m, 정격풍속 초속 13m)
1940년―덴마크의 F.L 스미스사에서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증속장치를 처음으로 부착, 회전속도를 변화시켰음.
2차·대전 후―저렴한 유류의 등장으로 각국의 풍력발전 기술개발은 점점 쇠퇴.
1955년―영국의 엔필드사와 프랑스의 기술자 '엔드로우'가 영국의 세인트 알반스에 1백KW급을 제작, 설치하였고, 존브라운사가 바람이 거센 오크니섬에 1백KW급(3익형, 정격풍속 15.6m, 1백30RPM, 직경 15.2m)을 제작하였으나 기술상의 문제로 중단.
1957년―독일의 '허틀러' 교수가 설계하여, 1백KW급을 제작설치. 이때 처음으로 회전자의 재질을 전파에도 방해가 되지 않고 질기며 가벼운 FRP로 선택하였고,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피치각 조절장치를 부착하였으며, 지지대를 원형강관으로 하고 지지선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제작, 설치하였다.
1966년―캐나다의 NRC에서는 처음으로 회전자를 수직축(다리우스형)으로 하는 소형을 개발.
1970년대―제1차 유류파동 이후 각국에선 풍력발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부분별로 개발업체와 제작업체 및 보급업체로 나뉘어 유대관계를 맺고 전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음.
1978년―미국의 자콥스와 한국풍력은 지지대를 4발에서 3발로 채택하였으며,수동내지는 반자동으로 하는 풍향조절시스팀을 회전자 뒷쪽에 달아 어떤 바람에서도 자유자재로 작동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때 회전자 날개와 회전자에 압축스프링을 부착시켜 피치각 조절과 원심력에 의한 방법으로 초속 40m의 강풍에서도 일단 접어졌다가 다시 펴지도록 만들었다.
1980년대 초―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여러 형태의 풍력발전기를 도입,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여 기존 전력선에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자콥스와 한국풍력은 바람과 태양광과 디젤 및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천후 복합발전 시스팀을 개발하였으며, 초대형MW급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각국은 컴퓨터 등 첨단과학장비와 기술축적 등에 힘입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전력요금보다도 저렴한 풍력발전설비를 보급하기 시작. 미국과 덴마크는 물론 영국 독일 소련 네덜란드 스웨덴 캐나다 등에까지도 풍력보급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산유국인 중동에서까지도 대체에너지 사업의 일환으로 풍력발전기를 도입, 설치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와서는 산유국들까지도 풍력발전을 도입할 정도로 붐을 맞고 있는데, 특히 미국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은 1백KW 미만의 소형과 MW급 이상은 자국내에서 직접 개발, 제작, 보급하고 있고 중형은 덴마크나 영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3년에 미국에는 총 3천6백대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2백39MW를 발전했으며 84년에는 9천대를 더 설치했다. 1985년부터는 민간기업들이 앞다투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바람에 통계를 잡기가 힘들 정도로 증가일로에 있다.
풍력발전의 메카라고 할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1990년도까지 필요한 에너지의 10%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며, 1995년에는 미국전역의 총에너지의 5%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예정.
덴마크는 국민 1인당 풍력발전 사용량이 세계에서 제1위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약 1천6백여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1억K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1957년부터 기술개발에 참여, 실패한 모든 기종까지 복원하여 가동하고 1979년에는 니베 지방에 6백30KW급 풍력발전기를 2대 건설하였다. 그외 스칸디나비아반도 및 인접국인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소련뿐 아니라 미국의 풍력발전단지에까지 보급하는 등 기계적 및 기술적인 측면에서 거의 선두로 부상하고 있다. 덴마크 풍력발전의 기술적 특색은 회전자의 연속 및 불연속조절법, 각종의 회전자날개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영국은 꾸준히 기술개발을 해 중형의 풍력발전기를 외국에 보급하는 한편, 최근에는 극소형(50~2백KW) 풍력발전기를 개발하여 등산가들에게 포터블로 이용토록 상품화하기도 했으며, 캐나다의 NRC에서는 소형의 수직축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데 이어 5백KW급을 개발중에 있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호주 중동산유국 등도 동력발전기의 보급 및 개발에 나서고 있는 나라들인데, 풍력발전기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MW급 풍력발전기를 개발해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입지조건
우리나라는 주에너지원인 석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반면, 자연조건은 풍력발전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즉 풍력발전기를 가동시키기에 알맞는 미풍(초속 3.8m)에서부터 순풍(초속 13m)의 바람이 4계절 끊임없이 불어주는 계절풍대에 위치한 것이다. 또 서해와 남해 일원에 산재한 약 4백여개의 전기가 안들어가는 섬이 있으므로 더욱 풍력발전의 필요성이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에 풍력발전의 연구·실험이 시작된 것은 1975년부터였다. 한국과학기술원 동력자원연구소 한전연구소 등에서 국산화개발 및 외국제품을 도입하여 84년까지 제주도 등에 시험, 설치하였으나 설치장소의 선택방법 및 그에 준한 각종의 기종선택 잘못으로 모두 실패에 그쳤다.
거의 대부분의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부러지거나 작동이 안돼 철거한 상태이고, 연구소 등에서 시험용으로 가동중인 것이 고작이다. 정부의 지원책도 있으나 유명무실한 형편이고, 품목분류조차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풍력발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을 보면 1991년까지 5백KW의 풍력발전을 하고, 2001년까지는 7천KW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 91년까지는 1백KW급의 중형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2001년까지 MW급의 대규모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5월말에는 한·미합작으로 개발한 풍력발전기(KOREA WIND ENER-GY SYSTEM)가 서해안의 섬에 설치돼 본격적인 풍력발전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풍력발전은 북한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2천년대에 에너지원의 약20%를 풍력발전으로 해결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소규모 풍력발전소를 평남 양덕군과 온천군, 황남 용연군과 송화군, 평북 창성군과 염주군 지역의 협동농장 학교 등에 건설해 주택전력 공급뿐 아니라 담배건조와 겨울철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에너지로서의 전망
현재 대체에너지로 개발 내지는 거론되고 있는 것은 중력을 제외하고는 태양광 태양열 조력 파력 바이오매스 원자력 등이 있으나,태양광발전은 아직까지 경제성이 있는 태양전지개발에 어려움이 커 초기투자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또 조력과 파력을 이용한 발전 역시 장소의 한정및 투자비에 비해 생산이 너무 미흡한 실정이며,원자력은 매장량도 별로 없지만 안전성 내지는 공해와 엄청난 설치비용으로 인해 대체에너지로서의 대량 보급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반면 바람의 에너지는 발전기 설치도 저렴하고, 전세계 어느 지역이든 설치가 용이할 뿐더러, 개발이 완료된 제품들은 현재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보다도 월등히 싼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관계로 현재까지 거론되는 대체에너지 중 가장 유망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풍력발전의 기술개발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