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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꿈의 에너지에서 현실의 에너지로 "선진 기술로 핵융합 상용화 주도할 것"

국내에서 핵융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단 하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뿐이다. 그동안 핵융합 연구기관의 역할은 계속 확장돼 왔다. 1996년 1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산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으로 출범해 2003년에는 전 세계 핵융합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이터) 프로젝트에 당당히 합류했다. 2007년에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케이스타)를 완공함으로써 핵융합 기반기술을 확보했다. 


현재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와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 부족 문제에 대비해 핵융합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할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걸맞게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올해 11월 20일 독립연구기관인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승격됐다. 초대 원장을 맡게 된 유석재 원장을 인터뷰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승격했습니다. 이번 승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미래 에너지원으로써 핵융합 에너지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또 수많은 과학 분야 중 핵융합은 한국이 세계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KSTAR는 현존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장치로, KSTAR를 이용해 공동연구를 하고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 제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도적인 연구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 주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이룩한 연구결과는 핵융합과 플라스마에 대한 기초기술을 확보한 수준입니다.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죠. 특히 중수소와 함께 핵융합 반응의 연료 중 하나인 삼중수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증식블랭킷(핵융합 연료를 생산하는 부품)처럼 핵융합 발전에 필수적인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이외에도 플라스마를 운전하는 기술과 시뮬레이션 기술 등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박차를 가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이끌어나갈 계획입니다.

 

핵융합 에너지가 미래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현재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해결에 가장 큰 공헌을 할 수 있겠죠.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는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합니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여기서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남아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핵융합 발전소에서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배출돼 지구 환경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인 셈이죠. 


그리고 이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술의 평등한 보급에 핵융합 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인공지능(AI), 수소기술 등을 필두로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앞으로 나타날 5차, 6차 산업혁명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겁니다. 충분한 양의 에너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경제 수준에 따라 기술의 격차가 발생할 것은 분명합니다. 


핵융합 발전소는 지금까지 운영돼온 그 어떤 발전소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래사회를 맞이하기 전 핵융합 에너지가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 시점을 30년 뒤인 2050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핵융합 연구자를 대표해 미래의 핵융합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핵융합 에너지는 ‘꿈의 에너지’라고 불려왔습니다. 꿈처럼 행복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 준다는 뜻도 있겠지만, 꿈속에서만 존재할 정도로 실현해내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의미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 핵융합 에너지가 현실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핵융합 연구는 현재의 연구원들보다는 미래 세대의 연구원들이 해결해야 할 주제입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2050년대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30년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때가 된다면 현재 핵융합 연구자들은 연구현장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현재 청소년들이죠. 지금까지 선배 연구자들이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는 똑똑하고 창의적인 미래 세대의 연구자들이 완성해 나가주길 바랍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 초등학생의 질문이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인 중수소를 바닷물에서 계속해서 추출한다면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는 질문이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평생 핵융합을 연구해온 사람들도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주제였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또한 미래의 핵융합 연구자가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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