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비어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35억 년 전 화성을 뒤덮었던 물의 흔적을 찾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23대의 카메라와 7대의 탐사 장비가 활용된다. 로봇팔에 달린 분광분석기인 셜록(SHERLOC·사진)도 그중 하나다. 과학동아는 맨투맨사이언스 출판사의 도움으로 셜록 개발을 총괄한 루터 비글(Luther Beegle)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과학부 부부서장과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비글 부부서장과 사제지간인 김준곤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맡았다.
셜록을 소개해달라
셜록은 퍼시비어런스의 로봇팔에 달린 분광분석기로, 분광 이미지를 찍는다. 분광분석기가 미네랄, 화합물, 유기물 등을 감지하면 함께 장착된 두 대의 현미경이 픽셀당 10.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의 매우 작은 물질까지 구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로 사진을 찍는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에는 말리(MAHLI) 라는 카메라가 탑재됐는데, 이번에 퍼시비어런스에는 왓슨(WATSO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탑재된다. 왓슨은 픽셀당 13μm 해상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왓슨으로 퍼시비어런스의 ‘셀피’도 찍을 예정이다.
소설 속의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이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가듯이, 퍼시비어런스의 셜록과 왓슨은 화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잘 어울리지 않는가.
셜록이 특별한 이유는 사진 촬영과 분광 분석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성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셜록은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무기물과 유기물 등의 분포를 다방면으로 분석한다. 만약 화성에서 유기물이 발견된다면, 이는 오래전 화성 표면에 물이 있었고 당시 존재했던 생명체에서 기원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증거가 검출된 물질은 연필 정도 길이로 표본을 채취해 멸균 튜브에 밀봉해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화성 탐사에 지구로 가져와 더 정밀한 분석을 할 계획이다.
언제부터 셜록을 개발했나?
셜록의 핵심 기술 개발은 1998년 시작했다. 그렇게 따지면 화성에 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셜록이 퍼시비어런스에 실리기로 최종 결정된 건 2014년이다. 당시 나는 휴가 중이었는데, 워싱턴의 NASA 본부에서 행성 임무 총책임을 맡고 있던 짐 그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왜 전화했는지 추측하기 위해 셜록 홈즈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셜록 선발 사실을 위트있게 알려 줬다.
이후 퍼시비어런스의 목적에 맞게 셜록을 계속 발전시켰다. 지상 실험실에서는 대형 첨단 장비로 구축할 수 있지만, 동일한 장비를 화성에 가져가려면 약 10kg의 구두 상자 정도로 크기를 대폭 줄여야 한다. 측정 능력을 유지하면서 소형화시키는 건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다. 그래서 아직도 셜록이 분광 분석과 이미지 촬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만간 셜록이 멋지게 자신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마스 2020에 참여하는 소감은?
엄청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술, 일정, 비용 등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급격히 살이 쪘고, 몸무게가 107kg까지 나가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불면증으로 이어졌고,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일찍 깨기 일쑤였다. 어느 날 오전 5시에 일어나 할 일이 없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몸무게가 77kg까지 빠졌다. 8개의 마라톤 코스를 모두 4시간 내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달리기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몸을 진정시켜줄 뿐만 아니라 잠도 잘 수 있었다. 만약 여러분도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운동을 추천한다.
미래 화성 탐사를 꿈꾸는 한국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우주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는 NASA와 함께 올해 화성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인터뷰는 아랍에미리트가 탐사선 ‘아말’을 발사하기 전인 7월 9일에 진행됐다). UAE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인내에 큰 찬사를 보내고 싶다.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인도 역시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를 통해 큰 과학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항공우주 연구를 통해 인류가 얻는 영감은 정말 귀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존재가 지속하는 한 우주와 같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DNA가 그렇게 하게 돼 있는 것 같다. 산과 바다를 너머 이제는 우주를 향하고 있다. Always reach for the stars(항상 별에 닿을 만큼 뻗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