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은 당초 올해 7월 26일 탐사 로버인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을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엑소마스(ExoMars) 2020’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성 착륙 시 착륙선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펼치는 낙하산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됐고, 여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엑소마스는 2년 뒤인 2022년 8~10월로 발사가 연기됐다.
2016년 이어 두 번째 발사
엑소마스는 ‘화성의 외계생물학(Exobiology on Mars)’의 약자로, 이름처럼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엑소마스 프로그램이 첫 발을 뗀 건 2016년이다. 그해 3월 ESA와 로스코스모스는 엑소마스의 첫 번째 임무로 ‘가스추적궤도선(TGO)’과 착륙선인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7개월간 우주를 날아간 TGO는 계획대로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후 TGO는 화성 상공을 돌면서 화성 대기에는 메탄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 화성의 메탄 존재 유무를 둘러싼 논쟁에 가세했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2019년 4월 10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586-019-1096-4
그런데 스키아파렐리에서 문제가 생겼다. 낙하산이 예정보다 빨리 펼쳐지면서 화성 상공 3.7km에서 이미 지면에 도착했다고 잘못 판단해 시속 540km의 속도로 추락한 뒤 실종된 것이다. 이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궤도선인 화성정찰위성(MRO)에 의해 화성 표면에서 스키아파렐리의 잔해가 포착됐는데, 추락 당시 로켓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화성 표면에 충돌했고 결국 산산조각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으로 미뤄진 이번 임무는 엑소마스의 두 번째 발사다.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탐사하고, 화성 표면에 있는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맡았다. 여기에 투입될 탐사 로버인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데 중요한 공을 세운 영국 화학자의 이름을 땄다.
무게는 310kg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태양전지와 리튬이온전지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NASA의 ‘퍼시비어런스’처럼 바퀴 6개로 움직인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800kg 규모의 카자초크 착륙선에 실려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을 타고 화성으로 향한다.
엑소마스의 화성 착륙 전략은 두 개의 낙하산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초음속 상태에서 지름 15m의 낙하산이 펼쳐진다. 착륙선의 속도가 시속 400km 정도로 줄어들면 지름 35m의 대형 낙하산이 하나 더 펴진다. 마찰열을 이겨내기 위한 열 차폐 시스템이 작동되며, 마지막에는 역추진 로켓을 발사해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내려앉도록 프로그래밍됐다.
착륙선이 무사히 화성 표면에 도착하면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착륙선에서 빠져나와 임무를 수행한다. 고화질 카메라(PanCam)와 적외선 분광기 등을 이용해 화성의 환경과 생명체의 흔적을 탐색하는 임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코어 드릴로 2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화성 토양 샘플을 채취할 계획이다.
얀 뵈르너 ESA 국장은 “우리는 100% 성공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한다”며 “더 많은 검증을 통해 화성에 무사히 탐사선을 보내고 최선의 과학적 결과물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