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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어보면 과연 5년 전에 쓴 기사가 맞나 싶다. 현실이 당시 비판하던 내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당시 비판적인 언론의 주장은 엇비슷했다. “준설과 보 설치는 수질 개선과 직결되지 않는다”, “단조로워진 강기슭은 수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 “수자원 확보가 홍수 예방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준설로 주변 지하수에 문제가 생길 거다”, “생태공원에 생태가 없다” 등의 주장은 그만큼 상식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 예측은 그저 ‘삐딱한’ 전문가나 시민사회 한 켠의 주장이라고만 치부됐다. 이제, 이 주장들은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이 됐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조사 결과조차 이를 사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문한 낙동강 합천창녕보의 모습. 모양은 이색적이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보도 공원도 썰렁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5/01/128172259054c9c67ec7409.jpg)
조사위의 보고서를 내려 받아 꼼꼼히 읽어봤다(보고서는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보고서는 그야말로 충격 자체였다. 표현이 완곡할 뿐, 한 마디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안 하는 게 나았다”는 내용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와 참고자료는 그 사실을 별일 아닌 것처럼 포장하느라 애쓴 흔적이 너무 많아 안쓰러울 정도였다.
보고서는 몇 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다.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분야다. 4대강 살리기라는 사업은 애초부터 환경 사업이 결코 아니었다. 죽어가는 강을 ‘살린다’는 게 사업의 대의였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사업에는 복합적인 목적이 있었다. 일단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걷어내 깊이를 깊게 하고(준설) 강폭을 정비해 유량을 늘리며(수자원 확보), 이를 이용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게 첫 번째였다. 주변 자연을 되살리고(생태 복원), 강 주변에는 공원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찾게 하는 것이다(문화관광레저 시설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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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등 오염물 배출원을 규제하고, 농지나 축산 농가 등을 세밀히 관리해 강에 들어가는 오염물 자체를 줄이는 게 최근 추세인데, ‘물 그릇 키우기’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었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16개의 거대한 ‘보’ 건설이 있었다. 보는 원래 강이나 시내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중간중간 세운 낮은 구조물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보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사실상의 댐이었다. 보(댐)를 건설하면 수위는 높아지고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는 느려진다(막히니까). 그럼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대로 오염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 정도는 대학 1~2학년 수준의 환경공학 개론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부도 이런 상식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영양염류인 인 성분을 하수에서 제거하는 시설을 은근슬쩍 사업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보고서도 지적하고 있듯, 인 제거 시설은 4대강 사업과 별개로 2008년부터 원래 건설을 추진하던 ‘정상적인’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은 ‘병 주고 약마저 뺏었다 돌려 준’ 셈이다.
백 번 양보해 수자원 확보나 수질 개선 효과를 노렸다고 치자. 그래도 보를 이렇게 거대하게 세울 필요는 전혀 없었다. 보가 거대해진 이유는 간단했다. ‘랜드마크’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자연하천을 사람들이 찾는 문화관광레저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려면 압도적인 거대 구조물이 있어야 했다. 형형색색의 거대한 보는 그렇게 태어났다. 랜드마크만으로 아쉬우니 공원도 필요했다. 생태 없는 ‘생태공원’이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 4대강사업조사평가 위원회가 1년 4개월 동안의 활동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 자체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했다는 평이지만, 보고서에는 좀더 소신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5/01/64638124454c9c7a799a74.jpg)
“보와 준설 없었으면 수질 나았을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나온 보고서도 수질 등 환경 이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가 많다. 우선 조사위는 현장을 240번이나 다녀오며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수질과 관련이 있는 ‘수질측정, 채수, 시료채취’는 겨우 5번에 불과하다. 그나마 두 번은 같은 장소를 1박2일로 간 것을 따로 쳐서다. 요약하면 2014년 봄에 4개의 강에 각각 한 차례씩 간 게 수질 조사의 전부다. 생태, 환경 조사도 6번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조사는 무엇이었을까. 15번은 수자원과 관련한 조사였고, 나머지 절대 다수는 최근 문제가 됐던 ‘파이핑(보의 아래 부분이 깎여 물이 새는 현상. 환경단체들은 구조물 아래가 패여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등 보의 구조 문제와, 생태하천과 문화재 훼손 현황 등 문화·관광 분야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4대강 사업이 환경이 아닌 건설 사업이었다는 게 보고서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보고서는 4대강의 주요 환경 성과를 가차없이 깎아 내리고 있다. “사업 전후 실측자료를 비교해 보면 한강, 낙동강, 금강에서 대체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와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식물 플랑크톤과 BOD는 모두 낮으면 수질이 좋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과가 좋다는 말 같지만, 전혀 아니다. “하수의 인 제거가 수질을 개선하는 주요인”이며, “보와 준설에 의한 체류시간 증가는 (오히려) 식물플랑크톤과 BOD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보에 의한 수체(물그릇) 확대는 희석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가 없다”고도 못박았다.
보고서는 수질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여러 가상 상황에서 2013년도의 수질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예측했는데, 대부분 ‘보 건설과 준설을 하지 않았을 경우’가 BOD와 식물플랑크톤 수치가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수질에는 두 사업이 독이었다는 뜻이다.
생태 분야는 더욱 참담하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둔치의 공원에는 하천습지생태계와 전혀 맞지 않는 육상 식물이나 조경식물이 심어졌고(종 기준 87% 차지), 외래종이 침입해 번성하고 있었다. 실제로 큰빗이끼벌레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낙동강에 있는 합천창녕보와 달성보에 방문했는데,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노란 외래종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동물도 다양성이 줄었다. 생태공원에서 새는 참새, 오목눈이 등 일부 종 위주로만 발견돼 다양성이 떨어졌고, 자전거 도로 때문에 중대형 포유류의 출현 역시 줄어들었다. 양서파충류와 물속에 사는 저서무척추동물(곤충 등) 다양성도 떨어졌다. 동물 종의 감소는 강이 자연스러운 형태를 잃어 서식지가 사라진 탓이 큰데, 이 역시 예전 기사에서 예측했던 내용이다. 보고서는 준설로 강 바닥 모양이 단순해지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저서무척추동물이 떠났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새들도 모래섬이나 주변 습지가 사라지자 함께 떠났다.
수자원 가치도 별로 없고 관광 효과는 미약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및 가뭄 예방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애초에 마스터플랜은 물 부족량을 충당하기 위해 13억t의 물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보고서는 “실제로 11억7000만t을 확보했으며 미래의 물부족량을 생각하면 적절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 “확보된 용수는 본류 인근 지역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라고도 밝히고 있다. 다른 곳에서 가뭄이 나면 물을 날라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보가 가뭄이 잘 일어나는 곳을 정밀하게 조사한 뒤에 최적의 장소에 만든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모아놓은 물이 별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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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효과는 났을까. 비가 와서 그렇겠지만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여름 합천창녕보에는 관광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공원은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대도시(대구광역시) 근처에 있는 달성보에서만 몇 명의 관광객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변공원 연간 총 방문객 수는 424만 명이었는데, 시설 규모에 비해 너무 적으며 도시 지역과 비도시 지역 사이에 편차도 컸다. 일부 지구는 이용객이 거의 없어 아예 조사 장소도 바꿔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지구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비용편익(B/C)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대정부 제언’ 항목에서 아예 이용률이 낮은 생태공원은 재자연화(다시 공사 전 자연상태로 되돌릴 것)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포스트 4대강’을 준비할 때
조사위의 발표가 있고 나서 언론은 두 패로 갈라졌다. 조사위의 부드러운 발표문과 참고자료만 갖고 ‘4대강이 일부 성과를 냈다’고 주장한 언론과, 조목조목 따져가며 비판한 언론이었다. 조사위가 낸 보고서는, 비록 이전의 비판적 시선을 만족시킬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업에 대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평가는 4대강 사업에 거의 사망 선고를 내리는 수준이다. 물론 현실은 더 참담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이제 누가 뭐래도 무익한 사업임이 드러났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포스트 4대강’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