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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우주의 질문’에 답하러 간다.. 창정 5호에 실은 첫 성공의 꿈

※편집자 주. 중국은 2020년 7월 23일 자국의 화성탐사선 ‘톈원-1’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12시 41분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톈원-1’이 창정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래 기사는 ‘톈원-1’ 발사 전에 제작됐음을 알려드립니다.

 

‘中国的 世界的(중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특유의 재스민 향으로 유명한 중국의 칭다오 맥주의 슬로건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간다는 중국의 중화사상이 잘 드러난다. 중국의 우주 탐사 정책에도 이런 중화사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현재 전 세계 우주 탐사의 키워드는 협력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1998년부터 16개국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기에 참여하는 대신 2011년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를, 2016년에는 톈궁 2호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독자적으로 화성 탐사에 나선다.

 

2011년 실패 이후 재도전

 

 

 

중국의 모든 우주 개발은 국영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CASC)를 통해 이뤄진다. CASC는 중국 항공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국가항천국(CNSA) 산하로 우주 탐사를 전담한다. 


CASC는 7월 20~25일 자국의 창정(長征) 5호 로켓에 화성 착륙선을 실어 쏘는 ‘톈원(天問·천문)-1’ 임무를 진행한다. 톈원-1은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로 이뤄져 있으며,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화성 궤도를 돌다가 4월 화성 표면에 로버를 내려놓는다. 화성의 현재와 과거 생명체에 대한 증거를 찾고 화성의 환경을 분석하는 일이 톈원-1의 목표다. 


톈원-1을 화성으로 보낼 창정 5호는 중국이 개발한 가장 큰 운반 로켓으로 ‘뚱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크다. 높이는 20층 건물에 해당하는 57m이며, 지름은 5m, 무게는 870t(톤)이다. 2016년 11월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하며 이번에 중국의 화성 탐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중국이 화성 탐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러시아가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Phobos) 탐사를 위해 발사한 궤도선 포보스-그룬트에 화성 탐사선인 잉훠(螢火·반딧불) 1호를 실었다.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었다. 


잉훠 1호는 포보스-그룬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면 떨어져 나와 화성으로 비행할 예정이었지만, 포보스-그룬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고 결국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저궤도에서 공전하다가 발사 두 달 만에 추락했다. 이번에 톈원-1이 성공할 경우 중국은 자국의 우주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화성 탐사에 성공한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옛 소련(러시아), 인도가 성공한 바 있다.


톈원-1의 궤도선인 훠싱(火星·화성) 1호는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탐사할 로버와 지구 사이의 통신을 중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화성 시간으로 1년(약 687일) 이상 화성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로버를 실은 착륙선은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지하기 위해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 에어백을 달았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사한 전략이다. 착륙지는 얼음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토피아 평원이다.


화성 탐사 로버는 착륙선이 화성 표면에 내려앉은 뒤 태양광을 동력 삼아 화성 시간으로 약 90일간 화성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한다. 240kg으로 비교적 가벼워 태양전지만으로 충분히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로버에는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총 6대의 과학 장비가 탑재돼있어 토양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등 화성 표면을 탐사할 수 있다. 또 물의 흔적을 조사해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등 화성의 환경도 조사한다. 2030년대 중국의 차기 화성 탐사 임무인 화성 시료 반환 프로젝트에 대비해 예행연습도 이뤄진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1월 14일 화성 착륙선 모의실험 과정을 외부에 공개했다. 착륙선이 제대로 제어되는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화성의 표면을 재연한 환경에서 로버가 장애물을 제대로 피하는지 시연했다. 중국이 자국의 우주 탐사 기술을 대중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CNSA는 당시 성명을 내고 “중국의 화성 탐사 임무를 처음으로 공개한다”며 “국제 교류와 협력을 실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달 탐사에 우주정거장까지 혼자서

 

중국의 우주 탐사는 1970년 첫 인공위성인 ‘둥팡훙(東方紅)’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우주정거장 발사, 달 탐사에 이어 이번에 화성 탐사까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은 달 탐사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국은 2007년과 2010년 달 탐사선인 ‘창어(嫦娥)’ 1호와 2호를 각각 달 궤도에 진입시켰고, 2013년에는 창어 3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창어 3호에 탑재된 탐사 로버 위투(玉兎·옥토끼)는 약 42일간 달 표면에서 활동하며 달의 토양 자료를 보내왔다.


2019년 1월에는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밖에 볼 수 없다.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지구와 통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작교라는 뜻의 통신 중계 위성인 췌차오(鵲橋)를 별도로 쏘아 올렸다. 췌차오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달 상공 6만5000km에서 창어 4호와 중국 베이징 관제센터를 연결했다.


창어 4호에 실려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도착한 탐사 로버 위투 2호는 파노라마 카메라와 달투과레이더(LPR)를 이용해 달 표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맨틀 성분으로 알려진 감람석과 휘석 성분이 달 표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2019년 5월 15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586-019-1189-0


올해 12월에는 창어 5호를 달에 보내 달 토양과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지고 오는 임무를 진행한다. 창어 5호는 달의 북서쪽 륌케르 산에 착륙해 2kg 이상의 달 토양과 암석 샘플을 수집한 뒤 이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무인 탐사선이 달 샘플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는 임무는 1976년 옛 소련의 ‘루나(Luna)’ 24호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2022년까지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상공 300~400km 궤도에 띄운 우주 구조물로, 인간이 거주하면서 실험이나 관측을 수행할 수 있다.


 2016년 발사한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에서는 우주비행사 2명이 30일간 체류하며 우주유영과 우주정거장 유지를 위한 실험 등을 진행했다. 올해 5월에는 우주정거장용 모듈을 나르기 위한 로켓인 창정 5B호를 발사해 우주선과 화물 회수용 캡슐을 분리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창정 5B호는 기존의 창정 5호를 개조한 것으로 우주비행사가 최대 6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최대 중량 25t을 실어나를 수 있는 대형 로켓이다. 중국은 2022년까지 3명의 우주인이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배아줄기세포 실험 등 각종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올해만 로켓 40기 이상 발사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속도전으로 승부를 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과 러시아에서 우주기술을 배워 고국으로 귀국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55년 중국으로 돌아온 첸쉐썬 박사가 중국과학원(CAS)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중국의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CNSA와 CASC에 수만 명의 우주 전문가들이 모였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로켓을 가장 많이 쏘는 나라가 됐다. 2019년에는 총 34기의 로켓을 발사했다. 올해도 40기 이상의 로켓을 우주로 보낸다. 특히 올해 말까지 인공위성 16기를 추가로 발사해 총 35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중국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더우(北斗·BDS)’를 완성할 계획이다. 베이더우로 얻은 위치, 방향, 시간 정보는 교통과 물류, 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우주 탐사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과학자들은 언론 접촉에 통제를 받고 취재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다. NASA나 유럽우주국(ESA)이 우주 탐사 과정을 공개하고 다른 나라와 협력을 진행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국가 간 협력도 거의 없다.   


중국이 독자적인 노선을 택한 것은 미국과의 경쟁 구도도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의 반대로 중국은 ISS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에서 ISS가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되자 주인공이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피신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셈이다. 2015년 영화 ‘마션’에서 NASA가 중국 탐사선의 지원을 받는다는 설정도 현실에서는 막혀있다. 


다만 2019년 1월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자 중국과학기술협회는 “창어 4호가 수집한 데이터를 대외에 공개하고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창어 프로젝트는 중국 우주항공 분야의 대외 개방 협력 플랫폼”이라며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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