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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ARS #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서 우리가 화성에 가는 이유

 

현지시간으로 7월 3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만든 탐사선 ‘마스(Mars) 2020’이 화성으로 떠나는 7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끈기’ 혹은 ‘인내’라는 뜻을 가진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타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2011년 필자가 직접 참가해 화성으로 떠나보낸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의 뒤를 이어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화성 가는 하늘 문 열리는 ‘골든타임’

 

화성은 밤하늘에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지구에서 가까워 고대에도 관측한 기록이 있는 행성이다. 우주의 수많은 천체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가 아닐까. 


화성은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네 번째로 가까운 행성이다. 철이 산소에 닿아 산화되면 붉은색으로 녹이 스는 것처럼 화성 표면에는 산화철 성분이 있어서 토양이 붉은색을 띤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불을 뜻하는 화(火)를 붙여 화성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로마 신화 속 전쟁의 신 ‘아레스(Ares)’의 로마식 표기인 ‘마스(Mars)’라고 부른다. 전쟁이 빨간색의 불과 피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1AU(천문단위·1AU는 약 1억5000만km)라고 할 때 화성의 공전 궤도의 평균 반지름은 평균 1.5AU다. 지구와 화성이 제일 가까워졌을 때 거리는 0.5AU 정도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통신용 극초단파(UHF) 신호를 보낸 뒤 지구에서 다시 받으려면 신호가 왕복 1AU의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호가 빛의 속도로 움직여도 지구에서 보낸 신호는 약 8분 18초 뒤에야 지구에 다시 도착한다.


만약 화성이 지구와 태양의 반대쪽에 있을 때는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직선거리가 최대 2.5AU까지 늘어난다. 신호가 움직여야 하는 거리가 5AU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빛이나 통신용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40분이 훌쩍 넘는 거리다. 화성에 보낸 우주선을 운영하려면 이런 시간의 지체까지 계산해야 한다.


화성의 공전 주기는 지구 날짜로 2년이 조금 안 되는 687일(약 1.88년)이다. 즉 지구가 태양을 두 바퀴 도는 동안 화성은 약 한 바퀴를 돈다. 화성은 약 2년에 한 번씩 지구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화성이 지구에 가까워졌을 때 우주선을 보내면 화성까지 도달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연료를 줄일 수 있다. 통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올해는 미국 마스 2020의 경우 7월 17일~8월 15일이 이런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화성 탐사의 ‘골든타임’이다. 정확히는 발사 윈도(launch window)라고 부른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2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1년 ‘2001 마스 오디세이’, 2003년 쌍둥이 탐사 로버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2005년 궤도선인 ‘화성정찰위성(MRO·Mars Reconnaissance Orbiter)’ 등 2년마다 화성 탐사선을 보내왔다


올해 퍼시비어런스 발사 전 마지막으로 NASA가 보낸 화성 탐사선도 약 2년 전인 2018년 5월 5일(현지시간) 발사된 ‘인사이트(Insight)’다. 착륙선인 인사이트는 화성 표면에 도착한 뒤 로봇팔로 땅을 뚫어 화성 내부를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화성에 가는 이유…물의 자취를 찾아서

 

우주선은 탐사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행성 궤도에 도착한 뒤 상공을 돌며 마치 위성처럼 행성을 내려다보며 탐사하는 궤도선(Orbiter), 행성 표면에 착륙한 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착륙선(Lander), 스스로 동력을 이용해 행성 표면을 이동하면서 탐사하는 로버(Rover)가 있다. 


이번에 화성으로 떠나는 퍼시비어런스는 로버에 해당한다. 1996년 발사한 ‘소저너(Sojourner)’와 2003년 보낸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2012년 화성 표면에 착륙해 지금도 열심히 탐사 중인 큐리오시티에 이어 NASA의 다섯 번째 화성 로버다.  


지금까지 착륙선과 로버를 포함해 화성 표면에 탐사선을 ‘무사히’ 착륙시킨 기관은 전 세계에서 NASA가 유일하다. ‘무사히’를 강조한 이유는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탐사선이 실종되거나 떨어져 박살난 경우도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착륙은 착륙이기 때문이다. 


가령 2002년 영국의 착륙선인 ‘비글(Beagle) 2’는 화성 상공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이후 신호가 끊겨 실종됐다. 시간이 한참 흘러 2015년 1월 NASA의 MRO 카메라에 비글 2가 포착됐는데, 이미지 분석 결과 비글 2는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착륙선에 달린 태양전지 패널 4개 중 2개가 펴지지 않았고, 이들이 지상 통신용 안테나를 덮고 있어 통신이 두절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6년 유럽연합(EU)의 착륙선인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는 착륙 1분을 남겨 놓고 통신이 끊겼는데, 스키아파렐리의 잔해가 MRO 카메라에 포착됐다. 화성 표면에 충돌하면서 부서진 것이다. 


2020년 7월 초 현재 세계적으로 45번의 화성 탐사 시도가 이뤄졌다. 그중 성공한 탐사는 19개로 성공률이 절반이 안 된다. 화성 탐사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화성 탐사선을 한번 쏘아 올리는 데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다. 큐리오시티나 퍼시비어런스를 화성으로 보내는 데는 2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이 들었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게 당장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경제적인 이익도 없어 보이는데, 막대한 돈과 시간을 써서 우리는 화성에 꼭 가야 할까. 


화성 탐사의 목적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에 인간이 직접 화성을 탐사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적인 이유다. 모든 화성 탐사는 궁극적으로는 이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조금씩 화성의 비밀을 알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까지의 화성 임무와 가까운 미래에 계획된 임무는 과학적인, 특히 행성 과학(planetary science)에 초점을 두고 있다. 행성 과학의 가장 큰 목적은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혼자인가’ 등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답을 화성 탐사에서 찾을 수도 있다.


화성은 생명체가 살거나 살았을 법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과거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의 기원과 같은 인류의 근본적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외계인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아닌 미생물만 찾아도 행성 과학에서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생명체가 탄생하려면 물, 에너지,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라는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물이나 물의 자취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NASA는 ‘물의 자취를 따라서(Follow the Water)’를 행성 탐사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NASA의 많은 행성 과학 임무가 물의 존재나 자취를 찾기 위해 화성, 목성, 토성, 소행성 등 다양한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유럽은 2022년, 일본은 2024년 도전

 

넓은 우주에서 보면 화성도 하나의 행성일 뿐이다. 만약 화성에서 미생물이든 지적 생명체든 생명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이는 우주에 생명체가 보편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게 된다. 우리 은하만 하더라도 약 2500억 개의 별이 있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000억 개 이상 존재한다. 그중에는 우리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외계행성들이 많다는 것이 오랜 탐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NASA의 마스 2020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과 중국의 ‘톈원(Tianwen)-1’ 등 동시에 세 개의 화성 탐사가 진행된다. 유럽연합도 올해 7월을 목표로 ‘엑소마스(ExoMars)’ 임무를 준비해왔지만 낙하산의 기술적인 문제로 2022년으로 발사가 미뤄졌다. 2024년에는 일본이 ‘MMX(Martian Moons Exploration)’를 계획하고 있다. 


나라마다, 임무마다 서로 목적이 달라도 모두가 화성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하다. 무인 탐사선 임무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언젠가는 인류가 직접 화성 표면을 밟을 날이 올 것이다. 누가 처음으로 화성에 발을 디딜 것인가. 화성 탐사를 통한 각국의 우주기술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2012년 화성에 도착한 NASA의 로버 큐리오시티는 호기심이라는 뜻이다.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호기심에서 나오고, 이런 호기심에서 생겨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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