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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프레스티지’는 놀란 특유의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다. 마술사들의 욕망과 암투를 그린 이 영화에는 다소 생뚱맞게도 발명가이자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가 등장한다. 시대를 초월한 마법 같은 기술을 가진 테슬라가 마술사들에게 말도 안 되는 도구를 만들어주는데, 다른 인물이 아닌 테슬라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왠지 그랬을 것 같다는 이상한 믿음과 함께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버나드 칼슨이 쓴 ‘니콜라 테슬라 평전’도 테슬라를 마법사라고 부르는 어떤 기자가 1894년에 쓴 글로 시작한다. 그는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의 신화가 될 수 있었던 걸까.
테슬라는 미국이 아닌 동유럽 세르비아 출신이다. 아버지와 삼촌은 모두 세르비아 정교회의 성직자였고 여기에 영향을 받은 그 역시 독실한 신자였다. 오스트리아에서 공학을 배운 이 청년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1884년. 동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 신세였다. 그랬던 그가 미국 최고의 발명가가 되는 데는 딱 10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테슬라는 큰돈을 벌었고, 뉴욕 최고급 사교클럽의 회원이 됐다. 자신만의 커다란 연구실도 갖게 됐다.
이런 눈부신 성공이 그를 신화로 만든 것일 테지만, 오히려 그의 몰락에 눈이 간다. 테슬라는 1895년을 기점으로 점차 추락했다. 그가 제시한, 시
대를 앞선 무선 전력 송신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잃었다. 최초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선송신을 하는 영광도 굴리엘모 마르코니에게 뺏겼다. 작가가 “1904년에 테슬라의 전성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할 정도다. 그가 죽음을 맞을 때까지 30년 동안 한 일은 기약 없는 공상이었다.
사람들이 테슬라에게 ‘마법’을 기대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영광의 세월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혼자만의 공상에 천착한 그라면, 당시 기술을 뛰어넘는 하이테크놀로지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기대 말이다. 그를 한때 최고의 발명가로 이끈 동력원도 남들이 하지 않는 공상이었다. 작가는 “한 개인을 성공시킨 원인으로 그 사람의 실패도 설명할 수 있다”며 “테슬라라는 인간은 환상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와 환상 사이에서 투쟁한 사람”이라고 밝힌다. 테슬라는 마법사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한 인간일뿐이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영화 속에서 테슬라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인물들의 갈등에서 빠져나와 잠적한다. 신화적인 인물은 신화 그대로 남겨둬야지, 인간 세계로 끌어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테슬라는 인간이었고 보통 인간은 경험하지 못하는 추락을 했다. 신화와 추락, 어떤 것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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