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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떨어뜨리거나 부작용 많아

될수있는대로 지키자-약과 식사의 금기사항

수많은 약과 식사종류간의 상호작용을 다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명백히 나쁜 것이 있으니 그것은 꼭 금기로 지켜나가야겠다.

인스턴트식품이 부작용을 확대시켜

흔히 약국에 염증약을 사러 가면 약사가 약을 건네주면서

"돼지고기와 술을 금하면서 복용하십시오"라고 주의를 준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염증이 낫기 힘들고 술은 염증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금기를 일러 주는 것이다. 이 권고는 상당히 근거가 분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속설에 게나 가재와 꿀·사탕을 함께 먹지 말라는 금기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것으로 일본에는 매실조림과 뱀장어를 함께 먹으면 해롭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양사람들은 "약 먹을 때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고있다.

이런 속설과 관계없이 대개 약은 식전이나 식후에 먹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중에도 식후 30분에 먹는 예가 가장 많다. 익살꾼의 표현을 빌면 누구나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 하니까 식후에 먹도록 하면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겠지 하는 '복용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익살은 식전복용이나 식간복용에 대하여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약과 식사의 관계가 새삼스레 문제되어 약효를 제대로 유지, 효력을 살리기 위하여 식사에서 지켜야 할 금기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근래에 크게 범람하고 있는 인스턴트식품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인스턴트식품은 가공·조리·보존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화학약품에 의한 처리나 방부제 색소첨가 등의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약도 또한 첨단과학기술의 응용으로 세밀한 대증 화학요법약이 개발되어 이 두 가지 화학약품 사이의 부작용이나 길항(拮抗)작용을 무시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빈혈약과 홍차·엽차

다방에서 약을 먹을 때 물을 달라고 하면 맹물을 가져다 준다. 이것은 커피, 홍차, 엽차 등 차에 포함된 성분이 약에 함유된 성분에 작용하여 약 자체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는 지극히 상식적인 배려라고 보여진다.

실제로 굳이 의사나 약사가 아니더라도 알칼리성인 약을 산성의 물로 먹을때 중화작용이 일어나 약효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은 간단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한방에서는 탕약이 아니고 환약인 경우 더운 물로 먹으라거나 또는 술로 먹는 등 복용법을 특별히 지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약이 위에 들어간 뒤 녹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흡수를 잘 시키기 위한 처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특별히 함께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이 권고된다. 생지황이 든 약을 먹고 생 무우를 먹으면 머리칼이 희게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홍차, 녹차 등 차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약으로는 빈혈약이 있다.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한 빈혈약을 커피나 홍차, 녹차 등과 함께 먹으면 철분이 차 성분인 탄닌과 작용하여 위나 장에서 흡수되기 힘든 형태로 화학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맹물로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식사는 화학적으로 볼 때 여러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런 화학성분이 앞에 말한 빈혈약의 철분과 탄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흡수하기 어려운 성분으로 변화시킨다든지 심하면 화학반응으로 제3의 물질이 생겨 뜻밖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작용을 예방하기위하여 식사의 금기사항을 일러주게 되고 약을 먹을 때는 적어도 이런 금기는 지키는게 좋다.

의학이나 제약분야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 여러가지 특효약이 개발됨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약들은 실로 다종다양하다. 따라서 이들 약들의 부작용이나 금기에 대한 범위는 자연히 광범해질 수 밖에 없다.

약 자체에 관한 부작용은 약을 사면 거기에 설명서가 있고 반드시 부작용과 복용상의 금기를 붉은 글씨로 인쇄해 잘 보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식사나 복용하는 물에 대한 것까지는 언급이 없다. 외국에서는 약복용시의 식사의 종류 등에 대해서도 금기사항을 명기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소리가 늘고 있는 형편이다.

주의해야 할 몇가지 사례

최근 일본의 약사회와 의사회에서 '약과 식사'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하는 몇가지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 테트라사이클린제(테라마이신, 항생물질)
우유나 유제품과 함께 먹으면 우유속의 칼슘과 반응, 복합체를 만들어 흡수가 나빠진다.

▲ 페니실린(정제, 항생물질)
청량음료나 오렌지주스 등과 함께 먹으면 약이 분해되어 효력이 준다. 포도주도 마찬가지다.

▲ 그리세오풀핀(항생물질, 피부병약)
곰팡이의 일종에 의하여 생기는 백선등의 피부병약인데 지방질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지방질 식품(버터, 치즈, 튀김 등)과 같이 먹으면 분해가 촉진되어 잘 흡수된다. 위 속에 지방질 식품이 있을 때 이것을 먹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2.5배나 더 많이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흡수로 두드러기나 신장장애 등 부작용이 나기 쉬워 역시 금기로 하는 것이 좋다.

▲ 카페인제(흥분제)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약을 커피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차와 함께 먹으면 카페인 과잉이 되어 심장에 부담을 주는 등 이상현상이 생긴다

▲ 혈압강하제
고혈압 진정을 위한 이 약을 알콜이든 음료와 함께 먹으면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떨어뜨려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쉽다.

▲ 먹는 당뇨병약
이것을 알콜이 든 술같은 음료와 동시에 복용하거나 술을 먹은 뒤 복용하면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일어난다.

▲ 모노아민산화 효소제(MAOI) (신경과민, 우울증치료제)
이 약이 치즈와 합해지면 치즈 속의 틸라민과 작용하여 혈압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 결과 뇌출혈을 일으킨 예가 보고되고 있어 특히 구미각국에서 문제가 되었다.

▲ 디페닐 히단트인(항경련제)
이 약을 글루타민산소다(화학조미료)나 중국요리와 함꼐 먹으면 글루타민산의 흡수를 높여 두통, 수족 번열증(煩熱症), 가슴앓이 등 심한 중독증세를 나타내는 수가 있다.

▲ 항응혈제
이 약이 청국장 같은 효모가 많이 든 음식과 섞이면 응혈작용이 저해된다.

▲ 술과 약
어떤 약이든 술을 마신 뒤에 먹거나 약을 먹은 뒤 곧 술을 마시는것은 아주 좋지 않다. 한방에서 특히 술로 먹도록 지정한 이외에 양약은 술을 금기로 한다. 이것은 알콜성분이 직접 약성분에 작용하여 약효를 변화시키는 외에 알콜에 의하여 혈압이나 맥박의 항진에 영향을 주기 쉽고 과복용과 같은 부작용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나타내는 삽화.


현명한 대처방안은?

이러한 간단한 몇가지 예를 보더라도 음식과 약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호작용이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하여 나타나는가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어떤 음식이 좋고 나쁜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며 그렇다고 정확한 자료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게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의 충고를 듣거나 물어보는 수밖에 없지만 그들 역시 수천종에 달하는 의약품과 식사에 대한 연관관계를 다 알고 있지는 못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없는 문제인데도 우리 주변은 그런 문제에 대하여 무척 대범하고 소홀하다.

일본의 경우 가나가와현(神奈川縣)약사회에서 약과 식료품과의 상호작용을 조사, '복약의 지침'이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일반에 돌리는 한편, 약사들에는 정기적으로 자료를 보내 소비자들에게 약을 지어 줄 때 이용케 하고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뚜렷하게 해롭거나 효력을 저해하는 내용이 증명된 것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것에까지 주의를 준다면 오히려 환자들이 약 먹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공연한 권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빈혈방지약을 사는 주부가 "나는 커피를 무척 좋아 하는데 어쩌면 좋지요?"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어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먹어도 좋다고 할 수도 없어 곤란했다는 약사의 고심담도 나오고 있다.

또 어떤 의사는 약 먹기를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주스나 우유에 약을 타서 먹도록 일부러 권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일부 약이 우유나 주스에 의하여 약효가 감소되는 줄은 알지만 약간의 저해가 있더라도 약을 먹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어른의 경우 술을 마시고 약을 먹는다든지 약을 먹은 후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술 때문에 약을 먹지 않는 등의 사례가 흔하므로 술의 해로움에 대하여 좀더 깊이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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