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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람의 생로병사


싯달타가 아직 왕자이던 시절 왕궁을 빠져나와 바깥세상에서 본 것은 사람들이 누구나 태어나서, 병들어 아프고, 늙다가 죽어간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조선사람들도 그랬고 현재의 우리도 그러하다. 이것은 인간이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거나 현재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로병사를 바라보는 문화는 크게 달라져 어느덧 과거의 문화는 현재의 우리에게 수수께끼가 돼 버렸다. 아이를 어떻게 낳았는지, 어떤 병을 앓았는지, 병과 늙음과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병을 고치고 노화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등. 불과 1백년도 안되는 세월 동안 그토록 익숙했던 것들이 이국의 문화처럼 낯설어져 버렸다.

‘우리’라는 말은 비단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록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지는 않더라도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일궈왔던 옛사람들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의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체성은 옛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다. 이것은 생로병사의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출발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태산문화, 양생문화, 질병문화, 치병과 의료문화, 의학과 법의학 문화, 근대 위생문화를 총망라한다. 조선시대의 문헌에 등장하는 조상들의 생활상에서 드러나는 생로병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쪼그려 낳기는 왜 사라졌을까’에서는 영화속에 등장하는 상투 꼭지 잡고 애 낳는 장면의 근거, 순산을 위한 태아 여위게 만드는 약, 임신 중 오징어와 꼴뚜기를 피하도록 한 것의 의미를 다룬다. ‘어차피 죽을 놈은 약을 써도 죽는다’에서는 조선 사람의 평균 수명이 24세인 까닭과 조선시대 사람들의 뿌리깊은 운명론적 관념을 보여준다. 그리고 ‘변강쇠가 걸린 아흔 가지 병’에서는 잊혀진 옛 질병의 이름, 당뇨병과 악성 종양을 포함한 모든 질병이 과거에도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이외에도 허균의 이슬람 건강법, 살인 사건을 통해 본 조선의 문화, 보신에 얽힌 정력 신드롬의 정체, 과거 3대 역병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글 중간에 등장하는 사진과 그림도 읽는 맛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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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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