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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

동북아 물류 중심 만드는 ‘똑똑한’ 항구

지난해 우리나라 상품 수출액은 3720억 달러로 세계 11위, 상품수입액은 357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이 많은 화물은 어디로 들어오고 나갈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전체 교역량의 98%가 항구로 드나든다. 대륙 사이에는 북한이 있어 육상 교통을 이용한 교역은 전무하고, 항공편은 무게 제한과 가격 때문에 소형 화물교역에 주로 이용한다.

선박을 이용하는 무역량이 해마다 늘면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선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제 무역에 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은 배 한 척에 컨테이너 4000~6000개를 실어 나른다. 하지만 2015년이면 8000~1만 5000개를 싣는 컨테이너선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물론 컨테이너선의 규모만 커져서는 안 된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빠른 속도로 싣고 내릴 수 있는 항만시스템도 함께 갖춰야 한다. 한국해양연구원 연안개발에너지연구부 채장원 박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 항만의 선적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크레인에서 떠다니는 부두까지
항만물류시스템의 핵심은 속도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과 독일 함부르크 항은 한 시간에 컨테이너 25~30개를 내리고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속도로 컨테이너 1500개를 내리려면 쉬지 않고 일해도 꼬박 이틀이 걸린다.

부두사용료가 하루에 4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컨테이너 선적 속도는 곧 돈이나 다름없다. 채 박사는 “현재 개발 중인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은 한 시간에 컨테이너를 60개 싣고 내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채 박사는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부두나 수송차에 싣고 내리는 크레인과 야적 장비를 완전 자동화했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 항 같은 세계 유수의 항만에는 이런 자동화 설비가 구비돼 있지만 크레인만은 사람이 직접 조종한다. 하지만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은 로봇기술을 활용해 크레인 조종마저 자동화했다.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를 부두의 적재 장소에 옮기는 운반차에도 운전기사가 없다. 미리 입력된 적재 위치를 운반차가 자동으로 제시간에 찾아간다. 여기에 현재 컨테이너를 5층 정도로 쌓는 적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10~20층까지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부두에 쌓아 둔 컨테이너는 화물차에 실려 전국 방방곡곡의 물류창고로 배달된다. 화물차가 드나드는 터미널은 RFID(전자태그)와 컨테이너의 정보를 자동으로 읽고 관리하는 무정차 자동운영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에 적용되는 크레인과 무인자동차, 그리고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이미 개발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채 박사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대형 크레인이 설치된 부두를 바다에 띄워 이동시키는 ‘하이브리드 안벽’이다.

배가 정박하는 부두의 안벽은 보통 일자형이라 배가 안벽에 닿은 쪽에서만 크레인 작업을 할 수 있다. 만약 안벽을 ‘ㄷ’자 형태의 굴입식으로 만들어 배 양쪽에 크레인을 설치하면 작업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다. 하지만 굴입식 안벽은 부두의 폭이 고정돼 있어 배의 폭이 그보다 크거나 작으면 아예 작업을 하지 못하거나 작업효율이 떨어진다.

채 박사는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굴입식 안벽의 한쪽 부두를 바다에 띄운 뒤 배의 폭에 맞춰 대형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이동식 부두를 개발했다. 고정된 부두에 배가 닿으면 이동식 부두가 다가와 반대편에 또 다른 부두를 만드는 식이다.

하이브리드 안벽은 현재 우리나라 항만 전체 선적 작업의 40%를 차지하는 환적(큰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작은 배로 옮겨 싣는 작업)에 최적이다. 큰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부두에 내렸다가 화물차로 이동한 뒤 다시 작은 배에 실을 필요 없이, 크레인으로 이동식 부두 반대편에 정박한 작은 배에 바로 옮겨 실을 수 있기 때문.

채 박사는 “최근 하이브리드 안벽에 대한 경제성 분석과 모형실험을 토대로 한 안전성 분석을 모두 마쳤다”며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이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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