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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한 조각 붉은 마음을 품은 철, 적철석

광물이야기 시즌2 ❼ 철과 그 광물들 上


철은 어떤 특성 때문에 문명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재료가 됐을까. 일단 매장량이 풍부하고 값도 싸다. 게다가 특성이 탁월하다. 녹는점이 낮고 유동성이 좋아서 가공하기 좋을 뿐 아니라 충격에도 강하다.

인간이 언제 철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지각에 존재하는 화합물이 아닌 자연철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최초로 인간이 사용하게 된 철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철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청동기 등 금속 문명이 등장한 이후 제련 기술을 익혀 철광석에서 철을 제련해 사용하게 된 것은 대략 기원전 1500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철의 최대 약점은 쉽게 녹이 슨다는 것이다. 구리나 알루미늄 등은 산화되면 더 치밀한 보호막이 형성돼 더이상 부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철은 산화되면 산화물의 부피가 원래보다 두 배 정도 커지면서 벗겨져 나가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계속해서 산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철에 크롬과 니켈 등을 합금한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하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됐다. 이후 망간과 바나듐, 코발트, 텅스텐 등 다양한 원소와의 합금 기술이 개발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소재가 됐다.

 
피를 붉게 만든 철

철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피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도 철 때문이다. 피가 붉은 것은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의 헴(heme)이라는 구조에 단단히 붙잡힌 철 이온 때문이다. 철 이온은 온도가 낮고 산소 분압이 높은 폐에서 산소 분자를 싣고 몸 구석구석을 돌며 산소분압이 낮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리고 에너지 대사로 인해 온도와 이산화탄소 분압이 높아진 세포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한 뒤 폐로 운반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스마트한 택시 역할을 한다. 철은 비록 미량이지만 척추동물의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필수 물질이다. 반면 낙지나 투구게 같은 연체동물은 헤모시아닌이라는 단백질에 들어있는 구리 이온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연체동물의 피는 푸른빛을 띤다.
 
적철석(오른쪽)을 조흔판에 긁었을 때 나타나는 조흔색. 겉으로 보이는 색과 달리 붉은빛을 띠는 갈색이다.

원시 동굴과 화성을 색칠한 붉은빛, 적철석 친화력이 좋은 철은 어떤 원소와도 잘 어울릴 수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로 존재한다. 그 대표선수가 표본 사진 속의 ‘적철석’이다. 적철석의 영어 이름인 헤마타이트(hematite)는 그리스어로 ‘핏빛 붉은 색’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겉보기에는 검은색이나 회색빛을 띠지만, 긁거나 가루를 내 보면(조흔색) 붉은색이다. 그 붉은색 때문에 금속 소재로 쓰이기에 앞서 원시 예술가가 그린 동굴 벽화의 안료로 인간과 첫 인연을 맺었다. 적철석은 약 1만7000년 전 그려진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의 안료로 쓰였으며, 고대 이집트의 벽화 채색에도 많이 썼다. 흔히 화성을 붉은 행성이라고 부르는데, 화성의 붉은색 역시 적철석 성분이 풍부한 산화철이 표토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적철석은 제철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광석이지만, 광택이 아름다워 준 보석(검은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결정의 집합 형태도 콩팥형, 장미꽃, 비늘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지섭_director@naturehistory.com
광물 수집가이자 이야기꾼. 현재 희귀광물 3000여 점을 전시하는 ‘민 자연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에 30년 넘게 근무하다 부사장으로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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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에디터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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