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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일유학일기] 동호회, 드라마, 쇼핑 독일어 노출 늘리기

◇ 술술읽혀요 |  나의 독일 유학 일기

 

 

8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유학생을 정말 많이 만났다. 엄청나게 빠르게 독일어를 배우고 현지에 적응해 금세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일어에 어려움을 느끼고 좌절해 대학 문턱을 바로 앞에 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문법과 어휘는 지름길이 없다. 영어단어 외우듯이 독일어 단어도 무조건 외워야 한다. 다만 독일어 단어는 영어와 다르게 시제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고, 단어에 성별이 있어 그에 따라 단어 앞에 붙는 관사와 단어에 뒤따르는 형용사의 형태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이런 규칙이 너무 복잡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규칙이 보이고, 문법 규칙엔 예외가 별로 없어 응용하기도 쉽다. 길이가 긴 어휘도 사실 단어 여러 개를 이어 놓은 합성어가 많아 뜻을 유추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독일어는 초반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 우아하게 공부할 생각은 접어두고, 공책에 반복적으로 쓰고 읽으며 무작정 외워야 한다. 한 단어를 30번씩 쓰고, 한 문장을 50번 정도 쓰면 안 외워질 수가 없다.


이후에는 언어에 얼마나 노출되느냐가 언어 실력 향상을 좌우한다고 본다.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집합체다. 사전적인 단어 뜻, 규칙에 따른 문법뿐만 아니라 언어를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나 언어 교육원에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독일어로 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고, 현지인들과 최대한 대화를 많이 나눌 것을 추천한다. 


나는 처음 독일에 왔을 때 2년 동안 한국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현지인들과만 어울렸다. 경험상 힘들더라도 독하게 마음먹고 배워야 언어 실력이 는다. 실제로 기껏 유학 와서 한국 유학생들과만 어울려 노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몇 년을 독일에 있어도 독일어 실력이 늘지 않았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처음에는 말을 잘 못하니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독일어 교육원에는 똑같이 독일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들만 있다. 더군다나 대학을 준비 중이라면 현지인 친구를 만들 시간을 내기도 빠듯하다.


그럴 땐 취미 생활을 해보는 게 좋다. 음악, 스포츠, 댄스 등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학원에 가거나 클럽에 가입하면 자연스레 친구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독일은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돼 있어 어느 지역에서나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나는 육상클럽에 들어가 2년 동안 운동했다. 덕분에 잘 몰랐던 분야를 배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인 친구도 마음껏 사귈 수 있었다. 


이것마저 힘들다면, 간접경험으로도 언어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드라마를 추천한다. 일상적인 대화가 많이 오가고, 코미디 드라마 속 유머 포인트에서 독일의 정서와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드라마가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독일어로 더빙한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드라마를 그냥 보기만 해도 도움이 되지만, 드라마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를 찾고 외우면 어휘력은 더 빨리 는다. 


이건 내 경험담이기도 하다. 처음 독일어를 배울 때 나는 미국 코미디 드라마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시리즈를 독일어 더빙판으로 봤다. 어휘와 문장이 쉽고 성우들이 배우의 대사를 또박또박 발음해 알아듣기가 더 편했다. 


또 마트, 은행, 병원 등 생활과 밀접한 장소를 혼자 가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경험상 효과가 크다. 말을 많이 해봐야 문장을 어색하지 않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말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특히 나는 이민으로 독일에 간 경우라 가족들의 서류작업이나 관공서 일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때 평생 몰랐을 수도 있는 단어나 문장을 접했는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이라고,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고 주눅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말해야 회화 실력이 는다. 어차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말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언어를 습득하는 데 왕도는 없다.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아부어야 하고 반복해야 한다. 많이 써보고, 많이 틀리고, 그때그때 실수를 고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유창한 독일어로 농담을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202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원창섭 독일 카를스루에공대(KIT) 경제수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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