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코믹스와 관련된 서적을 여럿 번역한 이규원 씨 는 “마블 코믹스의 등장인물 중 가장 강력한 악당은 매 그니토일 것”이라고 말한다. 매그니토는 자기장을 자유 자재로 조종하는데 심지어 체내에 들어있는 철분까지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자석과 별로 상 관이 없을 것 같은 개구리가 강력한 자기장 안에서는 둥둥 떠 있게 된다.
매그니토는 금속이라면 무엇이든지 자유자재로 움직 인다. 작은 동전을 손가락 사이로 움직이며 장난치거나 구부리고, 심지어 날아오는 미사일도 되돌려 보낼 수 있다. 2006년 개봉한 ‘X맨: 최후의 전쟁’에서는 무려 다 리를 들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금속이 유난히 매그니 토의 힘(자기장)에 영향을 잘 받는 이유는 금속 원자에 딸려있는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덕분 에 일상생활에서 헤드셋, 현금인출기, 신용카드, 지폐등에 적당한 금속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긴하다.
매그니토가 쓰는 자기장은 과연 얼마나 강력할까. ‘X 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매그니토가 물속에 있는 잠 수함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게 1500t, 길이 65m인 강철 잠수함이 자기장에 의해 움직이기 위해서 는 무려 1400T(테슬라, 1T는 지구 자기장의 2만 배다) 에 달하는 자기장이 필요하다.
얼마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독자를 위해 추가 설명을 하자면 의료용으로 쓰는 MRI에서는 보통 1.5~3T 정 도의 자기장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 장을 구현한다는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에서는 2012년 3월 약 100T의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 8100kg 에 달하는 코일 7개를 사용했다(과학동아 2012년 6월 호, ‘지옥보다 독한 극한실험실5’에서 더 강력한 자기장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그니토의 무서운 점은 본인 이 이 능력을 어떻게 응용해 야하는지 잘 아는 데다, 힘 의 세기를 자유자재로 조 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 를 들어 밀폐된 방에서 탈 출할 때는 몸속에 있던 철 분을 뽑아내 금속 공을 만든 다. 코믹스에서는 울버린의 몸에 서 마블 코믹스 세계의 금속인 ‘아만타디 움’을 뽑아내 제압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매그니토가 전기와 자기장의 관계를 더 알았 다면 훨씬 편안하게 세상을 점령했을 것이다. 전자기기 는 미리 정해진 전압과 주파수에 맞춰 작동한다. 그런 데 전자기기에 자석이 가까이 가면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으로 인해 엉뚱한 전류가 흐르거나, 전압이 바뀌게 된다. 즉 고장나는 것이다.
매그니토가 차라리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그 강 력한 자기력으로 미사일 발사 체계를 망가뜨렸으면 어 땠을까. 1400T나 되는 강력한 자기력은 근처 군함만 이 아니라 아예 반경 수km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망 가뜨릴 수 있다. 폭약을 이용해 한번 충격을 줘야 하는 EMP탄보다 강력하면서도 간단하다. 그래도 미사일을 멈추고 되돌려 보내는 것이 훨씬 멋지긴 하다. 효율도 좋지만 쇼맨십에 충실한 것도 악당의 매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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