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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황의 악당예찬6 - 창 하나로 세뇌시킬 수 있을까 로키

김주황의 악당예찬6 - 창 하나로 세뇌시킬 수 있을까 로키

적어도 그에게 야심이란 것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로키는 참 불우한 남자다. 존경했던 아버지 는 친부가 아니었고 다음 왕은 피를 나눴다고 생각했 던 형이 이미 내정됐다. 유능한 둘째 왕자에서 악당으 로 변신한 로키는 내란에 실패한 뒤 우주를 방황하다 치타우리 족으로부터 ‘셉터’라는 창을 얻었다. 셉터의 주 요 기능은 상대를 세뇌하는 것. 물리학자인 에릭 셀빅 박사는 물론 쉴드의 1급 요원인 호크아이조차 순식간 에 세뇌당해 로키에게 충성을 다한다.

‘세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흥미를 끄는 소 재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기술이라고 생각 해왔다. 미국에서 ‘MK 울트라 프로젝트’가 폭로되기 전 까지 말이다. MK 울트라는 CIA가 1950년대 초반에서 1960년대 후반까지 LSD같은 향정신성 약품을 이용해 사 람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려한 계획이다. 미국 국회의 조사에 따르면 CIA는 마약뿐만 아니라 전기, 빛, 소리, 방 사능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세뇌와 기억 소거, 기억 주입 같은 공상과학에 등장할만한 소재를 실험했다.

MK 울트라는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았지만 인간의 머릿속 생각을 읽으려는 시도는 현대에도 다양한 방법 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잭 갤런트 교수 는 수년 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뇌 해독기’를 만들고 있 다. 연구팀은 특정 물체를 볼 때 뇌가 활성화 되는 부분 을 찾아 해독 프로그램을 만든 뒤, 거꾸로 뇌에서 활성 화 된 부분을 찾아 영상으로 복원한다. 아직은 눈으로 봤던 영상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하고, 단지 유사한 형태의 덩어리가 움직이는 정도는 재현할 수 있다.


로키

이처럼 생각을 읽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조종은 가능할까. 로키는 호크아이와 셀빅 교수를 자신의 편 으로 만들 뿐 세세한 행동 하나하나를 조종하지 않는 다. 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 능력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서다. 대상의 재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자신의 마 음대로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인 셈이다.

로키만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 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공공도서관 학회지(플로스원)’에는 미국 하버드대 유승식 교수가 뇌 에 전극을 심지 않고도 사람이 원할 때 쥐의 꼬리를 움 직이도록 하는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단계는 조금 복 잡하다. 우선 컴퓨터 모니터에는 ‘꼬리를 움직인다/움직 이지 않는다’에 해당하는 화면을 띄운다. 사람은 뇌파 를 감지할 수 있는 두건을 쓰고 화면을 바라보며 원하 는 방향으로 눈동자를 움직인다. 이때 발생한 뇌파는 컴퓨터로 전해지며, 컴퓨터는 쥐의 뇌에 초음파로 신호 를 보낸다. 이 초음파가 쥐의 뇌를 자극해 꼬리를 움직 이는 것이다. 외과적 수술 없이 상대방의 뇌에 직접 명령했다는 점에서 세뇌와 좀 더 닮았다.

이제 세뇌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먼저 인간 뇌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뇌에서 특정 행동을 담당하 는 부위를 정확하게 알아야 쥐의 경우처럼 그 부위를 자 극해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행 동이라면 몰라도 오랫동안 반복되는 습관, 의지가 반영 된 행동이라면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특정 행동에 대 한 신경회로나 신경다발 등을 건드리거나, 중독 현상과 관련 있는 쾌락 부위를 자극해 원하는 행동을 갈망하게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행동에 거부감이 들지 않 으려면 기억이나 감정 부위도 손봐야 한다.

사람에게 세뇌 기술을 직접 쓰긴 어렵겠지만 현실에 서는 다른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서가 사라진 범 죄 현장을 재구성하거나, 우울증이나 트라우마에 힘들 어 하는 사람을 치료하는 데 ‘뇌를 조종하는’ 기술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플러스알파로키와 셉터는 정말이지 최적의 조합이었다. 본래도 모습을 바꾸거나 숨기는 데 일가견이 있는 로키였는데, 다른 사람을 세뇌하는 능력을 얻게 된 것은 마치 관우가 적토마를 만난 것과 같았다. 문제는 영화 ‘어벤져스’에서 로키가 세뇌보다는 셉터로 강한 에너지를 쏘아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에 더 심취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형 토르를 동경하고 질투해서인지 셉터를 이용해 주변을 파괴하는 데 더 열심이다. 하긴, 약간은 열등감을 가지고 발끈하는 것이 로키의 매력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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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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