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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3’에 나온 악당 알드리치 킬리언은 사실 불 행한 남자다. 그도 처음에는 많은 사람을 위해 과학 연 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에게 약속 을 바람맞은 뒤 빌딩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허 무감을 느끼고 악당으로 변한다. 세계의 테러리스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그에게 익스트리미스라는 약물은 절망에 빠진 자신을 구하는, 쥐구멍에 든 볕이었을 것 이다.

익스트리미스 약물을 주입받은 사람들은 온몸의 세 포(유전자)가 바뀌면서 광전사(미친 전사)로 탈바꿈한다. 무한한 재생 능력과 몸에서 뜨거운 열을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친 부위가 순식간에 아물고, 잘린 부분도 순식간에 재생된다. 오죽하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심장도 한 번 재생시켜 보시지”라고 이를 갈았을까.

잘려나간 신체가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것을 보고 있 노라면 특별하게 개조된 세포여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텔로머라아제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 스의 대사가 나온다. 텔로머라아제는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 끝을 보호하면서 세포가 죽지 않도록 유지시키 는 효소다. 익스트리미스를 맞아 개조된 세포는 아무리 분열해도 노화가 일어나지 않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 는 상태에 고정된 셈이다. 게다가 심장 같은 장기가 아 니라면 어떤 부위도 재생시키는 것을 보아 어지간한 암 세포는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어떤 암세포로 도 분화할 수 있다는 ‘암줄기세포’가 아닐까.




암줄기세포는 1997년 캐나다 토론토대 도미니크 보 넷과 존 딕 박사가 발견했다. 당시 연구진은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세포에서 암줄기세포를 발견해 ‘네이 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그 뒤 12종류의 암에서 줄기세 포가 발견됐다. 암줄기세포는 줄기세포처럼 자기복제능 력을 가지면서 어떤 종류의 암으로도 분화할 수 있다. 발현되기 전에는 잠자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항암제에는 소멸되지 않는다.

익스트리미스는 전신을 암줄기세포로 만들고, 세포 핵에 있는 혹스 유전자를 조작하는 약이 아닐까 추측 된다. 혹스 유전자는 팔다리 등 신체 부위의 모양과 위 치를 결정하는 유전자다. 인간에게는 39개의 혹스 유전 자가 4개의 염색체에 나뉘어 있다. 즉 암줄기세포와 혹 스 유전자의 조합이라면 익스트리미스 전사들의 빠른 재생을 꿈꿔볼 수도 있다.

암줄기세포와 혹스 유전자, 거기에 한 가지 더. 극피 동물을 얹어보자. 바다나리, 성게, 불가사리, 해삼과 같 은 극피동물은 신체 일부를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는 동물로 유명하다. 해삼은 두 동강을 내도 각 조각이 모 두 해삼이 된다. 심지어 천적에게 쫓길 때는 몸 전체를 잡아먹히는 것 대신 창자를 밖으로 꺼내 미끼로 이용한 다. 사라진 창자는 30~40일 정도면 다시 복원된다고 하는데 그 과정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익스트리미스 의 정체는 인간을 ‘암줄기세포를 가진 인간형 해삼’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고 완벽하다 해도 잃어버린 신체 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재료가 필요하다. 익 스트리미스 전사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할까. 알드리치 킬리언이 익스트리미스 광전사를 무한 정 늘리지 않고 군인처럼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이 뛰어 난 사람만 선택한 이유는 사실 약에 견디는 문제가 아 니라, 무한정 들어가는 식량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쇠를 녹일 정도로 뜨거운 열을 내면서 견딜 수 있는 익스트리미스 전사들은 생물체라기보다는 로봇 같다. 마치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연상시킨다. 인간이 고열에 견딜 수 없는 이유는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효소와 단백질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익스트리미스는 단순히 전신 세포를 암줄기세포로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유기물로 된 생물에서 무기질 생물로 바꾸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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