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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황의 악당예찬1 - 배터리가 된 인간 일렉트로

김주황의 악당예찬1 - 배터리가 된 인간 일렉트로

급조된 악당과 준비된 악당은 다르다. 곧 개봉할 히 어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일렉트로는 어설프 다. 온몸에 번개를 두르고 다니는 것처럼 화려한 기술 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속은 없다는 의미다.

일렉트로는 본래 발전소 기술자지만 사고를 당하고 난 뒤 몸에 전기를 충전했다가 방전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평범한 기술자였을 때는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 이었지만 일렉트로가 되는 과정에서 뉴욕 전체를 마비 시킨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고, 이 정전을 해결하러 나 온 스파이더맨에게 공격을 받고는 배신감을 느낀 나머 지 악당으로 돌아섰다.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할지, 바 보같다고 해야할지….

일렉트로는 전기를 이용하는 악당이지만 다른 악당 이나 히어로와는 조금 다르다. 일렉트로가 전기를 이용 하려면 ‘충전’ 과정이 필요하다. 코믹스에서는 정치인에 게 불만을 품은 뉴욕 시민을 선동해 일렉트로 자신이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몸 에 충전한 전기를 뙇! 번개처럼 방전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충전하고 방전하는 것, 원래 사람이었 다는 사실을 배제하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충전과 방전 이 가능한 배터리인 셈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배터리의 용량은 늘리고, 충전 시간은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효영 성균관 대 교수팀이 4월 17일 발표한 연구 성과도 그 중 하나 다. 이 교수는 그래핀을 산화시켜 만든 ‘그래핀 플레이 크’를 얇은 필름에 붙인 뒤, 이 필름을 두루마리처럼 말 아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었다. 얇은 층을 여러 겹으로 만든 덕분에 저장용량이 크면서도, 내부 공극 이 일정하게 있어 충전 속도도 빠르다. 기존의 고효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충전 용량은 3배로 늘고, 충전 시 간은 무려 1000배나 빨라졌다. 일렉트로의 무생물 버 전인 셈이다.

고속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면 응용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미국에서 개발해 화제가 된 ‘레일 건’ 같은 무기, 다양한 곳에 쓰이는 레이저 빔 같은 첨단 기기들이 대량의 전기를 순식간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서 가능해진 발명품이다. 방전이 빠르면 전압이 커지며 (전류와 전압의 크기는 비례한다), 동시에 강한 자기장 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개발한 레일건은 고 속방전을 이용해 만든 자기장을 통해 발사체를 날리는 무기다. 32MJ(메가줄)이나 되는 위력을 가지는데, 1MJ 은 1t짜리 물체를 시속 160km로 날릴 수 있다.

최근 ‘쓰리데이즈’에 나온 EMP탄도 일렉트로가 응용 할만한 기술이다. EMP탄은 원자 번호가 낮은 원자가 높은 에너지를 받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 는 ‘콤프턴 효과’를 이용한 무기다. 튀어나간 전자 는 주변 전자회로를 망가뜨린다. 일렉트로라면 더욱 간 단하다. 고속 방전으로 내뿜는 어마어마한 전압은 그 자체가 ‘전자급류’다. 전자가 급류처럼 휘몰아치는데 버 틸 전자기기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렉트로는 자 신의 뛰어난 능력을 그저 ‘방전’하는 데만 쓴다. 레일건 이나 EMP탄은 생각도 못한다.


일렉트로

영화 예고편에서 일렉트로가 화려하게 쏘는 전기는 번개를 연상시킨다. 과학관에 있는 ‘테슬라코일’이 작동할 때도 공기 중에서 전기가 번개처럼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슬라코일은 전기의 파동을 중첩시켜 전압을 높 인다. 과천과학관에 있는 테슬라코일의 경우 4만 볼트 에 이르는 전압을 400만 볼트까지 키운다. 참고로 번개 의 전압은 한 번 칠 때 10억 볼트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전압의 전기를 직통으로 맞으면 스파이 더맨이라도 통구이가 된다. 그러나 막는 방법도 간단하 다. 바로 피뢰침이다. 피뢰침은 좁은 공간에 몰리는 전 기를 넓게 퍼뜨려 피해를 줄이는 물체다. 일렉트로가 뿜어내는 전기를 끝이 날카로운 곳(피뢰침)으로 유도만 하면 된다. 게다가 그렇게 유도된 고압 전기는 미리 깔 아둔 거미줄로 넓게 퍼뜨려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플러스알파활동하는 동네는 다르지만 일렉트로는 스파이더맨의 적인 해리 오스본이 아니라 매그니토와 손을 잡아야 한다! 전기와 자기장은 서로 완벽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이다. 나침반 주변에 전선을 감고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또 발전기는 자석을 이용해 유도 전류를 만드는 발명품이다. 일렉트로와 매그니토 둘이 만나서 세계를 정복하는 영화도 한 편쯤은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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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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